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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Sep 21. 2024

초(무)능력자 (2)

13-2

기훈은 SPS 부대의 리더 전광철에게 전화해 부대원을 소집시켰다.

시간은 새벽 4시 반. 부스스한 용모와 옷차림으로 모인 4명은 초능력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니 초능력자라는 단어가 더욱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꾀죄죄했다. 

    

특히, SPS의 리더 전광철은 정말 특수부대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수준의 외모였다. 모발의 굵기가 민들레 홀씨 같아서 시스루 블라우스처럼 정수리를 드러낸 머리, 무너진 코어 때문에 뒷다리를 틔우기 직전의 올챙이처럼 볼록한 배, 특수적으로 힘없어 보이는 얇은 팔과 다리가 그의 전투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오른편에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힘없이 서 있는 최용수는 또 어떠한가. 그에게는 특수부대보다는 부대찌개가 더 어울렸다. 한국인의 췌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140킬로그램의 육중한 몸매와 그 중량을 오롯이 책임지는 170센티미터의 키는 완벽한 정사각형을 연상케 했다.     


적막을 끊고 기훈이 물었다.

“저기, 현주 씨는 왜 안 왔나요?”

아무도 대답이 없자 기훈은 다시 큰 목소리로 물었다.     

“현! 주! 씨! 어! 딨! 냐! 고요!”

[현주는 어제 쿠팡에서 야간 알바하고 방금 퇴근해서 자고 있어요.]

명진이 육성 대신 속마음으로 대답했다. 기훈이 명진을 쳐다보자 그녀는 씨익 웃었다. 용수 옆에 있으니 명진의 작은 체구가 더더욱 작아 보였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보청기가 빛났다. 기훈은 다시 명진을 향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감! 사! 합! 니! 다!”     

명진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태어난 지 2개월에 홍역을 앓고 청력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하늘은 그녀에게 초능력을 주었다.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거나 속마음으로 말을 거는 능력이다. 명진의 엄마는 그녀의 초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정신병에 걸린 줄 알았지만, 국정원 요원이던 남편의 친구가 그녀의 능력을 알아보고 SPS 부대에 입대할 것을 권유하였다.     


“저희 북한으로 간다는 게 사실인가요?”

기훈은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소리가 나서 몹시 놀랐다. 그는 SPS와 함께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민훈의 능력에 적응이 안 되었다. 민훈의 검은 피부 위로 설레는 표정이 드러냈다.

“아, 민훈 씨. 거기 계셨네요.”     

흑인 이민자의 아들 민훈의 초능력은 빛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훈이 어두운 곳에 있을 땐 투명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고, 또, 반대로 밝은 곳을 어둡게 만들 수도 있었다. 기훈은 처음에 그의 능력에 대해 듣고

인사담당자가 인종 차별자인 줄 알고 엄하게 교육했으나 실제로 반경 50미터 내의 빛을 흡수하고 어두운 상황에서 빛을 발산하는 초능력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뒤늦게 멋쩍은 사과를 전했다.     


“아, 현주 씨 오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여러분은 앞으로 1박 2일 동안 북한에서 임무를 수행하실 겁니다.”

기훈이 작전 내용이 담긴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     

“어, 잠시만요. 북한이라고요?”

용수가 화들짝 놀라서 턱살을 뒤흔드며 물었다. 

“네. 북한입니다. 가서 총정치국장 리정수를 암살할 겁니다.”     

“아 젠장할, 몇 번을 들어도 진짜였잖아?”

용수는 그사이에 1킬로그램이 더 쪄있었다. 그의 능력은 시간 이동. 하지만 그의 시간 이동에는 대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30초의 시간 이동을 할 때마다 150g씩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용수 씨. 아까 제가 개인적으로도 설명해 드렸잖아요.”

광철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의심이 좀 많아서. 아 진짜였네.”

용수는 또다시 1킬로그램이 쪘다.     


“저, 담당자님, 1박 2일 후 돌아오는 게 확실합니까? 아이가 집에 혼자 있어서 그렇습니다.”

광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헉, 혹시 임무 수행 중에 죽을 수도 있나요? 그럼 못 돌아오는 거잖아? 아오, 걱정돼 죽겠네.”

용수가 진땀을 버적버적 쏟으며 물었다.      

“네, 솔직히 확답은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단, 복귀 조건은 명확합니다. 리정수를 암살하고 연구소를 폭파하고 복귀하면 됩니다.”

기훈의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사람을 죽여본 적도, 건물을 폭파해 본 적도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게 완벽한 작전을 수립했습니다. 저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백업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과 경력을 모두 걸고 말씀드립니다.”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로 기훈의 결연한 표정이 보였다.     


[현주 거의 다 왔다네요.]

“그럼 작전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는 현주 씨 오면 설명해 드리죠.”

기훈이 잠시 담배를 태우러 나간 사이 부대원들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단 한 명. 현주만 빼고.

[이번 일은 아주 어려울 것 같아요. 암살과 건물 폭파라니.]

[사실, 저는 특수 부대원다운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어요.]

[저만 그런가요? 너무 기대되는데.]

[이번 임무에서는 광철 씨 능력이 가장 빛날 것 같아요!]

[아, 아닌가? 아무래도 우리 팀 에이스 현주가 또 크게 한 건 하려나요?]

[민훈 씨 생각은 어때요? 용수 씨는요?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명진이 부대원들의 속마음을 오가며 수다를 뽐내자 멘탈이 가장 약한 용수는 머리를 감싸 안으며 고통을 호소했고, 광철은 아까부터 임무 수행 기간 동안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딸 생각에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오. 피곤해 죽겠네.”

명진의 수다가 잠잠해질 때쯤 현주가 도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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