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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Aug 25. 2022

영화『어댑테이션』과 적응하는 삶

hwain_film 추천 no. 27

제목: 어댑테이션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크리스 쿠퍼 등

네이버 평점: 8.11

개봉: 2002


 영어 단어 Adaptation은 '각색'과 '적응(순응)'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어느 각색가의 이야기이자, 난해하면서도 기막힌 스토리 구조로 호평을 받은 2000년대 명작 영화, 어댑테이션을 소개한다.  


 1. 어느 각색가의 이야기


 이 작품은 우리에게 <존 말코비치 되기>와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각본가 '찰리 카우프먼'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의 배역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았다. 영화는 찰리(작가 본인)의 강박증세 가득한 독백과 자아비판으로 시작된다. 그가 각본가로서 홀로 감내하는 지독한 창작의 고통은 너무나 사실적이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오히려 그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어느새 예술과 현실의 경계선은 점차 옅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로 깊은 몰입감이 들어선다.


 2. 독특한 이야기 구조

 

 이 작품의 매력은 독특한 이야기 구조에 있다. 현존 인물 찰리 카우프먼이 3년 전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수잔 올린'의 원작 소설 <난초 도둑> 이야기를 각색하는 복잡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집중력을 잃는 순간 영화의 독특한 구조가 난해하게 다가와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인물 4명으로 구성된 각자의 내용에 껍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구분하면서 보면 이 영화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핵심은 이 영화가 소설을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와 기사를 각색하는 소설가,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것에 있다.


 3. 난초


 난초를 비롯한 꽃들을 보며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꽃에게서 우리는 왜 심미적인 감정을 드러낼까. 꽃은 누가 심어주지 않아도 피어오른다. 아스팔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 민들레를 보며, 늪지대 속 덩그러니 피어오른 새하얀 난초를 보며 우리는 그의 생명력에 감동한다. 그리고 그 생명력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들은 자연이 부여한 공식으로 어떠한 변화에도 적응하며,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시도 때도 없이 각색한다. 영화는 밀렵꾼 '존 라로쉬'와 난초라는 중심 소재를 통해 변화와 적응, 그리고 각색으로 발현되는 새로운 미적 가치에 대해 말한다.


 4. 변화와 적응, 그리고 happy together


 이 작품은 2002년에 개봉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의 할리우드는 영화 촬영 기술력과 투입 자본에 관련해 엄청난 도약을 이미 경험한 상태였고, 그 도약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당시 할리우드에 이미 만연한 카 체이싱 장면, 마약, 섹스 등 이른바 블록버스터 공식 앞에서 각본가 찰리가 취한 선택지는 적응보다는 대항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찰리는 보란 듯이 그가 대항하던 장면들을 억지스럽게 욱여넣는다. 그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거부하지 않고 적응한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귓가에 스치는 The turtles의 Happy Together는 그가 창작의 고통 속에서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창작의 본질에 대해 말해준다. 우리가 가슴이 아플 걸 알면서도 짝사랑을 포기하지 않듯, 창작도 숱한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작자는 그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시대의 변화도, 원작의 무게도 모두 다 happy together.


 5.   - 변한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적응에 성공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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