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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Aug 17. 2022

영화『아메리칸 뷰티』와 보이지 않는 것들

hwain_film 추천 no. 26

제목: 아메리칸 뷰티

감독:  멘데스

출연: 케빈 스파이시, 아네트 버닝, 도라 버치 등

네이버 평점: 9.01

개봉: 2000


 사랑, 열정, 그리고 욕망. 이들은 무형(無形), 즉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이 매 순간 변했음을 인식하며, 우리 머릿속에서 매 순간 잊혀지곤 한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잊어선 안 될 무형의 아름다움에 대해 충격적으로 설파하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소개한다.


 1. 내가 사랑하는 영화


 거친 스케일의 첩보 영화 <007 스카이폴>, 완벽한 고증의 롱테이크 전쟁 영화 <1917>, 그리고  막힐 정도로 복잡한 인간상을 담은 <레볼루셔너리 로드>까지.  작품은 널찍한 연출 스펙트럼을 보이는  멘데스 감독의 데뷔작이다. 작품은 세기말에서 신세기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몰락하는 미국 사회의 실상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잊어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처녀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합적인 메시지를 단순하게 표현해낸 노련한 명작이다.  장면에서부터 차근히 모은 에너지를 결말부에서 쏟아내는 폭발적인 작품이다.


 2. 아이러니


 영화 곳곳에는 아이러니가 묻어있다. 정원 딸린 타운하우스 안에는 딸의 친구에게 색욕을 품은 아빠와, 그를 혐오하고 무시하는 아내와 딸이 산다. 아내는 진취적이나 남편을 향한 실망감에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고, 딸은 관심에 목이 말라 부도덕적인 갈증에 몸부림친다. 이웃집 퇴역 군인 가정의 불안한 분위기는 이 작품이 가진 코미디에 블랙을 끼얹는다. 세 명의 가족이 나란히 모인 겉만 번지르르한 식사 장면에서, 정의와 모범을 강조하는 퇴역 장교의 가정 폭력에서 아이러니의 색깔은 더욱 짙어진다. 그리고 그 색깔의 표현과 연출은 미국 사회를 넘어 현대 사회에 팽배한 인간성의 몰락을 꼬집는다.


 3. 장미


 작품에서는 새빨간 장미꽃들이 자주 등장한다.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 작품의 중심 소재와 메시지는 '열정'과 '사랑'으로 귀결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그 소중한 가치들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그런 인물들의 모습에서 열정과 사랑의 가치를 역설한다. 종국에 터져 흐르는 새빨간 피와 그것을 베고 엎드린 주인공의 표정에서 장미보다 새빨간 삶의 열정과 부성애가 불타오르는 게 느껴지는 건 비단 나 혼자뿐이었을까.


 4. 보이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은 형상을 한정할 수 없고 상상으로 가늠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그것의 존재성을 잊거나 그것이 변했음을 인식한다. 사랑, 열정, 욕망 같은 것이 그러하다. 사람의 젊음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의 정력과 열정은 식어버리기 일쑤고, 욕망의 대상도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살아간다. 감독도 우리들이 그 가치를 잊었을 거라며 단정 짓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 가치들이 아름답다고 단정 짓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 그날부터 우리들의 인생은 달라진다. 한심해 보였던 가족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징그러웠던 나의 존재가 소중해지며,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봉지가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으로 넘쳐난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오늘은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5. 한 줄 평-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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