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n_film 추천 no. 31
제목: 아바타: 물의 길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케이트 윈슬렛 등
개봉: 2022년
속편이 나오는 데 13년이 걸렸다. 5부작 세계관의 두 번째 이야기, <아바타: 물의 길>을 오늘 4DX로 만나고 왔다.
1.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영화관과 영화의 의미
13년 전, 아바타의 개봉은 특별 상영관 영화의 신호탄이었다. 화려한 시각 효과가 담긴 3D 아이맥스와 물이 튀기고 의자가 움직이는 4DX까지. 당시로서는 전례 없이 획기적인 상영이었다. 여러 OTT 플랫폼들이 열어 놓은 콘텐츠 망망대해에서 영화관이 갈 길을 잃은 지금, 이 작품은 초당 2억 원의 손익 분기점을 보란 듯이 설정하며 또 한 번 초대형 CG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hwain_film이 전하는 목격담의 결론은 ‘지금 당장 보세요’다. 2조 원짜리의 최첨단 미디어아트를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시대를 ‘지금’ 사는 자들의 특권이다. 나도 이번 관람에서 영화관의 의미에 대해 상기할 수 있었다. 영화가 가진 특별한 의미는 시각적인 ‘경험’이라는 것이었다.
2. 가족 영화
아바타의 정체성은 그때도 지금도 가족 영화다. 온 가족이 모여 신기한 시각 효과를 즐기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화가 어땠는지 떠드는 것, 아바타가 가진 매력이자 아바타라는 영화의 정체성이다. 이번에도 그 매력은 유효했다. 오히려 전작보다 더 가족에 초점을 두었다. 제목을 <물의 길>이 아닌 <우당탕탕 설리네 가족들>로 지었으면 싶을 정도로 서사가 가족에 치우쳐 있다. 이번 작품이 5부작이라는 거대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단계이니, 각 캐릭터들을 견고하게 다지는 게 당연한 수순일 테다. 영화에서 주인공 ‘설리’와 와이프 ‘네이티리’는 육아 지옥을 단단히 버티고 있다. 자식을 향한 부성애와 ‘트루크막토’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설리의 모습에서 디즈니스러운 가족 영화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3. 왜 특별 상영관이어야 하는가
이 작품은 무조건 특별 상영관으로 봐야 한다. 서사가 가족 영화에 단조로이 머무는 만큼 매력의 빈틈을 시각 효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주 무대가 숲에서 바다로 변경되기 때문에 특별 상영관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커졌다.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 상영관에서 바다 생명체와 하나로 연결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좌석과 엄청난 시각 효과, 그리고 현실감보다 현장감이 먼저 느껴지는 특별 상영관에서 영화의 매력은 선명하게 폭발한다. 마치 VR 게임에 몰입해서 게임 세계관과 현실이 물아일체가 되는 압도감이 느껴진다.
4. 제임스 카메론에게 남은 구만리
아바타 개봉 후 CG로 도배된 영화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순댓국도 원조의 맛은 남다른 것처럼, 아바타 2도 원조의 존재감을 당당하게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런데 관람객들의 평들이 상이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인지, 아니면 벌써 이 서사에 사람들이 지쳐버린 것인지 <아바타 1> 때의 반응과 사뭇 다르다. 시리즈가 확장되었고 예산도 무거워진 만큼,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이제 영화를 넘어 하나의 테마파크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넘어선 시각적인 놀이공원이다. 이제 관객들은 티켓이 아닌 입장권을 구매하고 그것을 눈으로 즐기면 되겠다. 우리들의 안구에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주야장천으로 두뇌를 괴롭히고 있을 감독에게 그저 잘 봤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5. 한 줄 평- 아바타 때문이라도 영화관은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