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 와 나다운 삶

hwain_film 추천 no. 7

by hwain

제목: 리플리

감독: 안소니 밍겔라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로, 케이트 블란챗 등

네이버 평점: 8.64

개봉: 1999


모든 인간이 가진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타인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의식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가꾸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분리한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대문짝만하게 걸어두고, 그렇지 않은 모습은 잘 숨겨 내면의 지하로 보내 거짓말이라는 열쇠로 걸어 잠근다. 심리학계를 뒤집어놓을 만큼 독특한 캐릭터설정으로 인간의 잔혹한 내면을 그린 원작 소설의 영화, 리플리를 소개한다.


1. 리플리 증후군


서두에서도 말했듯, 이 작품은 소설 ‘재간둥이 리플리’를 원작으로 영화화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리플리 증후군’의 병명 역시 원작 소설에서 기인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 상황을 부정하고 상습적 거짓말과 행동을 일삼는 인격 장애다. 쉽게 말해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 세계의 인물로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거짓말은 있지만 거짓말쟁이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2. 최고의 배우들의 최고의 합주


출연 배우들이 화려하다. 이 라인업을 지금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이 ‘어벤져스5’로 오해할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케이트 블란챗의 비중이 2시간 중에서 10분 내외라니 거의 우정출연인 셈이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톱스타들이 겸손히 숨을 죽인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든든한 지원군들 덕분에 맷 데이먼은 미친 듯이 연기했다. 2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의 연기에 푹 빠질 만했다. 게다가 그가 시샘하는 ‘디키’ 역을 주드로 가 맡아서일까. 그 광기 어린 열등감이 이해된다. 개성 있는 배우들이 주연을 중심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이 꼭 유명 교향악단의 감미로운 합주를 듣는 느낌이 든다.


3. 누군가 한번쯤 저질렀을 행동


처음에는 생각만 한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 없이 열망이라는 강력한 단어만 손에 쥐게 되면, 우리는 집착과 자기비하만을 품게 된다. 그리고 이젠 자기 자신마저도 속일 수 있게 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어느새 내가 부러워한 존재의 무엇을 부러워했던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거짓으로 모면한 불안의 순간들이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내 본 모습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조차도 찾을 수 없는 깊은 지하로 파묻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과 비교해야 진정한 본 모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보는 내내 내심 톰의 거짓말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던 사람이 나뿐만이었을까.


4.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주제


처음에는 생각만 한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그러나 그 부러움이 열망이라는 강력한 단어로 바뀌면, 우리는 스스로를 버린다. 나를 더이상 존중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때부터 아무런 죄가 없는 내 태생이 미워지고, 보잘것없는 내 배경에 절망하고, 하찮은 내 존재를 지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내 현실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더 바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나와 내 주변을 지키기 위해서 우린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을 잡생각으로 치부하고 노력으로 극복하며 살아간다. 거짓으로 순간을 모면해봤자 나의 본 모습은 내가 잘 알기에, 우리는 내 존재를 부정하는 이 생각 자체가 보잘 것 없다는 걸 빠르게 자각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우리 모두는 타인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다운 삶 속에서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5. 한 줄 평- 우리는 그래도 나다울 때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

이전 06화영화 『제리 맥과이어』와 정(情)있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