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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Jan 17. 2021

그때 셀트리온 주식을 더 샀었더라면..


주식 투자는 미친 짓이다?


1997년 IMF 시절 아버지 사업에 한순간 위기가 닥치는 것을 경험하며, 안정지향주의가 자연스레 체화됐다.


당연히도 주식투자로 패가망신 당했다는 뉴스 기사들은 주식=미친 짓이라는 공식을 심어줬다.


2014년 근무 시간 중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회사 세미나에서 어떤 회사 CEO가 발표를 하는데, 이 회사 정말 좋아 보여, 너 이 회사 주식 사라”는 말씀이셨다.


너무 황당해 지금 바쁘니 끊으시라 했지만 어머니는 집요하셨다. 공장이 어디에 있는데 이건 실체가 있고, 앞으로 투자 계획과 회사 전망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약을 파나, 주식투자 그렇게 하시다 큰일 난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어머닌 끊임없이 이 회사를 언급하시며, 돈을 줄 테니 그냥 주식을 사달라고까지 하시기에, 성화에 못 이겨 계좌를 만들고 100만 원을 투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어머니가 어떤 것에 꽂히신 건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더 빨리 주식을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매수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던 중 뉴스를 보다 그 회사 주식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가 보신 세미나는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 비전에 관한 강연이었다.


2014년 33,000원에 매수한 셀트리온 주식을 2018년 매수가의 10배 가격으로 매도했고, 정말 100만 원만 넣은 거냐며 어머니의 절망 어린 눈빛을 오랜 기간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수익을 올리고도 기쁨보단 아쉬움이 컸다.


그때 내가 얼마를 투자했었더라면! 이란 생각이 오랜 기간 머릿속을 맴돌았고, 왜 주식 투자는 무조건 미친 짓이라 여겨 새로운 기회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대출은 위험한 짓이다?


대학생 시절, 힘든 일을 겪으면 얄궂게도 더 한 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집에 큰 불이 났고, 부엌에서 시작된 불은 천장을 타고 온 집안으로 퍼져 새시에 금이 가 터지면서 이웃 주민의 신고로 화재 진압이 시작됐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와 뜯어져 나간 대문과 현관 바닥에 고인 물을 보고 망연자실했었다. 아침이면 집을 치우며 쓸 수 있는 물건들은 들고 나왔고, 저녁이면 숙소에서 물건들을 씻어내기를 반복했다.


공사 후 2달 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가던 날, 침대가 없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잤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IMF라는 경제 상황과 20대의 경험들은 각자도생과 유비무환의 철학을 강하게 심어줬다.


그러니 대출이라는 것은 내게 죄악과도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돈을 빌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부채가 내 삶을 옥죄어 올 것 같았고,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한순간 화재로 소멸될  있으니 물건을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고, IMF 때처럼 은행이 도산하면  돈도 끝이라는 생각에 돈을 으면  집부터 사자는 생각이 강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적금을 시작해 입사 후 월급의 80% 이상을 무조건 모았다.


그렇게 모은 시드는 투자로 끊임없이 돌렸고, 노동 수익은 꾸역꾸역 모아 드디어 내 집을 마련했다.


대출은 위험하다며 미련하게 모아둔 모든 현금을 내 집 마련에 털어 넣은 터라, 집을 산 이후 주식 투자를 위해선 또다시 극단적인 시드 모으기의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시드 모으기 전쟁에 재진입하면서 남편은 무척 피곤해했다.


무엇이든 아끼려 발을 동동 구르던 나는 마른 수건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진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주변 친구들은 대출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만 그로 인해 대출 이자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켜 자산을 늘리고 있었고, 대출을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스마트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당시 집을 사는데 목돈을 모두 투여하지 않고, 대출을 통해 약간의 이자를 부담하며 현금을 잘 활용했다면, 코로나 직 후 황금 같은 시기에 주식 매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대출은 위험하다는 고지식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2배, 3배 레버리지 투자는 무모한 짓이다?


본격적인 미국 주식 투자를 하면서, 미국 주식 투자를 나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 훌륭한 블로거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많은 자극과 도움을 받았다.


그러던 중 레버리지 ETF 투자에 적극적인 투자자들을 보면서 처음엔 많이 놀랐었다.


말로만 듣던 그 위험한 레버리지 ETF 투자를 한다고?


레버리지 ETF는 말 그대로 추종하는 지수 성과 대비 일정 배수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ETF인데, 나스닥이 5~10% 변동성을 보인다면 3배 레버리지 ETF는 15~30% 이상의 변동성을 갖는다.


나로선 이런 고위험 투자를 왜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직후 증시 회복에 강하게 베팅 한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언택트 시대 IT 주식 비중이 높은 나스닥 2배 ~ 3배 레버리지 ETF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몇 달 되지 않아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경직된 사고로 '레버리지=무모함'이라 세팅한 후 귀를 막았던 난 또 한 번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고, 반도체 ETF에 투자하면서 반도체 3배 ETF엔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얼마나 꽉 막혀있었는지 깨달았다.


레버리지 ETF 투자가 고위험이지만, 주식투자 자체가 위험한 것이고, 특정 산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 레버리지 ETF 투자도 적극적 투자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됐다.


 줄탁동시(啐啄同時) : 투자는 나를 깨는 과정


줄(啐)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고, 탁(啄)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서로를 도와야 비로소 부화할 수 있음을 뜻하며, 보통 사제 간 관계를 설명할 때 쓰이곤 한다.


내겐 이 용어가 스스로를 깨기 위에선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와 동시에 외부의 자극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좀 더 빨리 주식투자를 시작했더라면, 부채를 자산으로 잘 활용했더라면, 2배 3배 레버리지 투자는 무조건 위험하다 단정 짓지 않았다면 등등 투자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다양한 후회들이 쌓여간다.


하지만 그럴 때면 후회할 시간에 뭐라도 하자 생각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좀 더 눈을 뜨고, 새로운 자극을 기회로 잘 활용해야겠다 다짐한다.


안에서만 열심히 알을 깨면 밖으로 나가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테고, 반대로 아무리 주변에서 다양한 투자 사례를 접한다 한들 스스로 귀를 닫고 있었다면 알에 갇혀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여전히 어렵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사고를 변화시키며, 좋은 자극을 받아 성장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셀트리온을 발견할 기회가 또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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