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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Dec 13. 2020

엄마 미국주식 계좌에 사과나무 심기 : 애플주식 매수기


2018년 미국 주식을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초, 어머니께 미국 주식 계좌를 만들어 드렸다.


미국 주식 배당으로 월세 받기?


어머닌 퇴직하면 얼마 되지 않는 국민연금과 1%대 예금 이자로는 어림도 없다며, 앞으로 곳간 빼먹듯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셨다. 난 호기롭게 어머니 생애 최초 증권 계좌를 열어드렸고, 망설임 없이 미국 주식을 추천해드렸다.


미국 주식은 분기별로 년 4회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기에, 1,4,7,10월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과 2,5,8,11월 배당을 주는 기업, 그리고 3,6,9,12월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1월부터 12월까지 어머니가 매달 배당으로 월세 같은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고배당주 위주로 매달 배당금을 받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고배당주의 함정


그런데 이 계획에는 2가지 오류가 있었다.


첫째, 원금이 10억은 돼야 배당률 4% 시 연간 4000만 원,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330만 원가량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즉, 배당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당연하게도 원금이 그만큼 커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돈은 그 정도가 아니었기에 매월 배당금이 입금된다 해도 어머니의 걱정이 줄어들진 않았다.


둘째, 대부분의 고배당주는 주가 상승률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


배당률 4~5%, 많게는 10%까지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주는 대부분 리츠주(REITs), 금융주, 그리고 대형 석유 회사들이었다. 이러한 회사들은 IT 플랫폼 기업처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성장주라기보다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급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크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대부분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당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배당컷을 발표했고, 배당컷 발표와 동시에 주가도  이상 정상궤도로 오르지 못했다.


어머니 미국 주식 계좌 성적표 : 0%


2020년 3월 코로나가 휩쓸고 간 주식 시장은 4월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5월부터는 놀랍게도 코로나 이전 전고점을 뚫고 상승했다.


IT 플랫폼 기업 비중이 컸던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지만, 어머니 계좌 성적표는 보기 민망할 수준이었다. 그동안 받아온 배당금을 제외하곤 수익이 0% 가까웠다.


배당을 목적으로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배당금에 치중한 나머지 종목 수가 너무 많았다는 오류를 인정해야 했다.


어머니 포트폴리오를 배당을 목적으로 하기보단  포트폴리오와 마찬가지로 성장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최대한 원금을 불린  배당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애플(Apple, AAPL) 인가?


1. 성장 산업이면서, 2.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으로 선별하되, 포트폴리오를 1~2 종목으로 집중하는 만큼 최선의 기업을 선택해야겠기에 MAGA 혹은 FAANG으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 플랫폼 기업을 물망에 올렸다.


그중 애플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들어가는 입구 혹은 그 입구를 여는 황금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대형 플랫폼 기업에 접근하려면 기본적으로 디바이스가 필요한데, 이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곳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우린 애플이라는 생태계에 얹힌 아마존,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구글 등의 아이콘을 클릭해 해당 플랫폼으로 접속하는데, PC보다 모바일 접속이 대세가 된 지금 애플은 IT의 영역이라기보다 필수소비재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플의 매력? 애플의 마력!


한번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면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애플은 고격 충성도가 높다. 애플 이용자라면 아이폰 외에도 아이패드 등 하나 이상 애플 기기를 사용한다.


선진국 대비 아직 인도 등과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낮은데, 애플은 최근 저가 모델을 출시하며 영역을 더 넓혀가고 있다.


또한, 콩나물이라 불리며 무시당했던 애플의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스마트폰의 이어폰 구멍을 없애며 스마트폰 디자인까지 변화시켰다. 얼마 전 새로 출시된 헤드폰 애플 에어팟 맥스는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린다.


아이폰, 아이패드, MAC이 애플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애플의 미래 성장 동력은 서비스 부분에 있다.


애플뮤직, 애플TV+로 대표되는 미디어 콘텐츠는 물론이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아이폰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며 헬스케어 서비스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애플카드도 출시하며 결제 시장에도 진출했고, 간간이 들려오는 애플카 소식도 기대된다.


그러니 애플은 넣어두면 걱정 없는, 알아서 공부 잘하는 모범생 같은 기업이다.

어머니 주식 계좌에 넣어두고 기다리면 잘 성장해나갈 씨앗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주식이 있을까.



어머니 미국주식 계좌에 사과나무 심기


2020년 4월부터 어머니 미국 주식 계좌 대부분의 주식을 매도하고, 2019년부터 소량 보유했던 애플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말 ~ 5월 초 1차 매수를 했고, 7월 22일~28일 애플 주식의 조정이 있어 남아있는 현금 대부분으로 주식을 좀 더 매수했다.


당시 애플이 매년 9월 실시하던 신제품 공개 행사가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10월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고, 골드만삭스가 신제품 출시 시점의 불확실성 등으로 애플 주식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주가 조정이 있었다.


하지만 생산 차질이 애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었고, 신제품이 나오면 없어서 못 판다는 뉴스가 나올 것이라 확신했기에 자신 있게 추가 매수를 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기분이 나빴는지, 아니면 애플에서도 주가를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2차 추가 매수를 끝내자 애플은 7월 31일 주식 분할이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뉴스를 발표했고, 주가는 8월 31일 4:1로 주식 분할이 실시되던 날까지 쉼 없이 올랐다.



다행히도 애플 주식은 65%의 수익률로 올리며 잘 자라고 있고, 분기별로 배당도 꼬박꼬박 주고 있다.


어머니가 혼자되셨던 나이에 내가 다가갈수록 나라면 절대 엄마처럼 못했을 거란 생각에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커진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왔던 “자식은 열을 갖고도 하나를 더 달라는데, 부모는 열을 주고도 하나 못 준 것을 미안해한다"라는 대사처럼 엄만 유난히도 가방끈이 긴 삼 남매를 키우시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 계획은 세우지 못하셨다.


아무쪼록 어머니 미국 주식계좌에 심은 사과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내 감사한 마음이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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