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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Dec 06. 2020

보잉과 함께한 추락 :  코로나 시대 주식 생존기

초심자의 행운으로 2019년 4월 퀄컴 매수 1달 만에 수익률 50%를 달성했다면, 보잉 투자는 악재에 미숙한 대처가 뼈아픈 손절로 이어진 사례였다.


2019년 3월 보잉(Boeing)에 투자하다.


2019년 당시 보잉(Boeing, BA)에 투자한 이유는 퀄컴 매수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식 투자 시 1. 성장 산업이면서, 2.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인지를 판단 근거로 삼았는데, 보잉은 전 세계 여객 항공기 50%를 전담 제조하며 에어버스와 함께 상업용 비행기 시장을 독점하는 대표 기업이다. 그리고, 이머징 국가의 소득 향상 시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물류 이동 확대로 시장의 성장이 예상됐다.


따라서 보잉은 성장 산업이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이라 판단했고, 배당률 또한 2% 대로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 들어 높아진 미중 갈등으로 미국 방산주에 대한 매력도가 증가하는 프리미엄도 있었다.


잘못 끼운 첫 단추 : 보잉 737 MAX의 추락


보잉 주식 매수 시점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2019년 3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3월 10일 에티오피아에서 이륙한 보잉 737 MAX의 추락으로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주당 446$ 가까이하던 보잉 주가는 365$까지 20%가량 하락했다.


주가 조정만을 기다리던 난 망설임 없이 매수를 시작했는데,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샘이었다.


보잉은 이에 앞서 2018년 10월 29일 같은 기종인 737 MAX의 사고가 있었고, 2019년 3월 발생한 사고는 두 번째임으로 매수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2018년 첫 사고 후 5개월 만에 주가는 다시 고점을 향했고, 미국정부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보잉의 주가는 다시 회복할 거란 안이한 판단을 했다.


2019년 3월 중순 350$대로 매수한 보잉의 주가는 몇 달간 운항 재개 소식만을 기다리며 지지부진했고, 2019년 10월 737 MAX의 운항 재개 결정을 앞두고 결함 은폐 의혹이 대두되면서 2019년 12월 보잉은 737MAX 생산 중단을 발표하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라니.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보잉을 정리했어야 할 기회들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독점적인 민항기 생산 업체이자 미국의 상징 같은 기업이니 곧 회복될 것이란 믿음과 737 MAX의 생산만 재개되면 다시 주가도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생각에 매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가 발생했다. 코로나 직전 340$ 대였던 보잉의 주가는 2020년 3월 18일 최저 89$까지 정확히 1/4토막 났다.


코로나를 겪고서야 왜 리만 브라더스 사태에 사람들이 주식을 못 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최소 반 토막 난 주식들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지금 떨어진 저 주가를 과연 “저가”라고 할 수 있을지, 하락의 시작은 아닐지, 지금 이 사태가 언제쯤 진정이 될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잉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싼 가격에 추가 매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전 세계 코로나 확산에 따른 항공업과 여행 산업 악화로 주가가 오랜 기간 횡보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코로나라는 공통의 이슈 외에도 737 MAX 문제까지 있는 불확실한 보잉보단 코로나 여파로 저렴해진 다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2020년 5월 보잉 주가의 반등이 보이자마자 약 -50%가량의 손해를 보고 주식을 손절했다.


보잉 손절과 코로나가 내게 남긴 것


보잉의 악재에 이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투자 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기업에 예상치 못한 악재 발생 시 현재 발생한 이벤트가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침체에 빠트릴 만큼 장기적 악재인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일시적인 이슈라면 변동성이 클 때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하지만, 해결이 불확실한 악재 발생 시에는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것. 보잉의 악재를 일시적인 변동성이라 생각한 것은 오판이었다.


또한, 코로나 이후 매수 원칙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1. 성장 산업이면서, 2.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임과 동시에 3.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가가 반 토막 나더라도 기꺼이 현금을 투하할 만큼 매력적인 종목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투자 종목 수가 줄어들었고, 각 종목별 좀 더 비중을 두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당시 세상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있다면 코로나 직후 주식을 처음 시작한 이들이었다. 그들에 비해 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시작 고작 2년 만인 비교적 이른 시기에 코로나를 겪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회복 가능한 수준의 투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있었기에 손실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시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할 수 있는 대응을 하면서 강도 높은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 당시 주식 생존기


2020년 3월 9일 유가가 급락하면서 장이 시작하자마자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주가가 과하게 오르내릴 때 시장 충격 완화를 목적으로 거래를 15분간 중단하는 제도, 7%, 13%, 20% 하락 시 발동)가 발동됐고, 15분간 거래가 정지됐다. 3월 12일에는 서킷 브레이커가 2회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당시 포트폴리오에서 수익률이 꽤 좋았던 주식들은 그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야 했고, 보잉과 같은 악재를 내포한 종목들은 철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내가 취했던 대응 방안은 보유 종목 중 채권이나 금과 같은 현금화할 수 있는 종목들을 모두 매도해 최대한 현금을 마련했고, 월급과 보유한 현금들을 탈탈 털어 융통 가능한 현금의 총량을 계산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자산으로 대응할 뿐이지 영혼을 끌어 레버리지를 당겨야겠다는 무모한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 빠진 종목 중 코로나 이후에도 살아남을 베스트 종목 1~2개만 골라 해당 종목이 –20%~-50%까지 추가 하락할 때마다 얼마씩 더 투입할지를 결정했다.


하락이 진행될 때마다 정해진 금액만큼 추가 매수를 했고, 수치에 따라 기계적인 매수를 하면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다. 다행히도 2020년 4월 7일 자로 계좌는 +로 양전 됐고, 베스트 종목에 대한 비중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미국 주식 계좌


사실 코로나 당시 날 가장 힘들게 했던건 내 계좌가 아니었다.


정기예금 이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속상해하던 엄마에게 누가 요즘 정기예금을 하냐며 미국 주식하시라 호기롭게 엄마 생애 최초 증권 계좌를 트고 보잉 매수를 추천했던 터라, 엄마에게 너무나 죄송했다.


내 계좌는 영혼을 갈아 메꾼다 생각했지만, 엄마 계좌 앞에선 죄책감마저 들어 잠을 잘 수 없었다.


코로나 이후 엄마의 미국 주식 계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다음엔 엄마 계좌에 심어둔 사과나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쑥쑥 잘 자라고 있는 애플 주식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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