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한 2018년에는 익숙한 기업들 위주로 조금씩 투자를 했고, 2019년부터는 관심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매매를 해보았다.
미국 주식 투자를 하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어떤 기업을 찾아야 할까 : 성장 산업 + 독점적 지위
성장하는 산업 섹터를 찾아 해당 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에 투자했고, 매매 타이밍은 배당률을 기준으로 했다.
2019년 대다수 투자자의 관심분야는 5G였고(2020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5G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자연스레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갔다.
문과 출신으로 인텔의 CPU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엔비디아는 게임방 현수막에서 보던 기업이었고, AMD는 여성 CEO의 기사로 알게 된 기업이었다. 여기까진 어떻게 들어는 봤는데, TSMC, 삼성전자랑 차이는 무엇이며, 램리서치, ASML까지 뉴스엔 항상 다 세트로 등장하는 데 기사를 해석하는 거 자체가 도전이었다.
똑똑한 공대 유튜버들의 방송과 보고서들을 읽으며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Fabless),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Foundry) 그리고 반도체 생산 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장비 회사 등 분야별 기업들의 차이를 파악해 갔다.
반도체 산업을 알면 알수록 “이곳은 금광이다”라는 확신이 섰고, 금을 캐는 심정으로 반도체 각 분야 1~2위 대표 기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7일 퀄컴을 매수하다
한 번쯤 들어봤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을 모조리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기업이 있었으니 그것은 퀄컴이었다.
과거 퀄컴 실적은 핸드셋 세대교체 때마다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는데, 5G 시대가 열리면 또다시 큰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었다.
뛰어난 AP 설계 능력과 기술력으로 모바일 통신 모뎀칩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다수의 특허를 통해 가만히 있어도 버는 로열티 수익이 상당했다.
그러니 퀄컴은 내가 찾는 성장하는 산업 분야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임에는 분명했고, 매매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배당률을 보는 순간 당첨! 을 외쳤다.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기술 각축전을 해야 하는 분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만큼 배당을 주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았고, 인텔과 같이 오랜 업력이 있는 기업이 아닌 이상 높은 배당률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당시 퀄컴 배당률은 4.5%대로 5년 평균 배당률인 3.5%대를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배당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주가는 바닥을 다지고 있었는데, 5G폰 시장이 열리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못해도 1년에 4% 배당률이면 안전하다는 심정으로 퀄컴을 매수했다.
배당률을 매매의 기준점으로 삼은 이유
켈리 라이트의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배당률이 고점을 상회한 기업을 매수하고, 배당률이 역사적 저점에 도달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50$ 주식의 한 주당 연간 배당금이 1$ 라면 배당률은 1$를 50$로 나눈 2%가 된다. 만약 주가가 하락해 40$가 되었다면 배당률은 2.5%가 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해 100$가 되었다면 배당률은 1%가 된다.
따라서 배당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하락했음을, 배당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주가가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5년 평균 배당률(Dividend Yield)을 기준으로 평균 배당률보다 현재 배당률이 더 높다면 주가가 5년 평균값 대비 저렴하다 판단해 매수하고, 현재 배당률이 5년간 평균 배당률보다 현저히 낮다면 많이 올랐다 판단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매도할 수 있다.
2019년 4월 퀄컴 매수 1달, 수익률 50%
2019년 3월 퀄컴을 매수한 뒤 1달쯤 지났을까, 4월 16일 갑자기 퀄컴 주가가 하루 만에 20% 이상 폭등하는 일이 발생한다.
당시 생각지 못한 뉴스가 들려왔는데, 애플과 퀄컴이 세기의 특허 싸움을 접기로 전격 합의하고, 무려 2년간의 소송을 마무리 짓는다는 소식이었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 지위로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는데, 결국 라이선스 계약 합의로 애플은 다시 퀄컴 모뎀 칩을 공급받게 되었다는 퀄컴의 호재였다.
합의가 이렇게 갑자기 될지는 몰랐으나, 오랫동안 눌려 왔던 퀄컴의 주가가 단기간 폭발하듯 제 위치를 찾아갔고, 급작스러운 주가 상승에 어리둥절해진 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퀄컴의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된 것은 아닌지라 더 보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단기 폭등 후에는 일정 기간 주가가 조정 혹은 횡보하기에 짧은 기간 수익을 실현하고 매도하는 것을 선택했다.
2019년 3월 매수 당시 퀄컴 평단가는 54.87$였고, 2019년 4월 18일부터 3차례의 분할 매도로 약 1달간의 투자 기간 동안 52.3% 수익을 올렸다.
그 이후에도 5G폰 시장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는 유효했기에 퀄컴 주가를 꾸준히 확인했고, 코로나19로 조정을 거친 후 2020년 퀄컴을 다시 매수하기도 했다.
나는야 주식 천재?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얻은 단기간 화끈한 수익으로 내가 날 너무 과소평가했나, 미국 주식 뭐 우량주만 사면 어렵지 않구먼! 이라며 어깨에 뽕이 빵빵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은 초심자의 행운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보잉과 함께한 험난한 추락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주식 천재는 무슨, 프로 손절러가 될 기세였던 보잉과 함께한 추락 이야기는 다음에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