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해 2019년에는 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는 책 제목처럼 정말 한 번쯤 관심 가는 종목들은 모두 매매해보았다.
집중 투자가 필요해
투자를 할수록 관심 종목들은 점점 다양해졌지만, 주어진 자금으로는 개별 종목별 비중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종목이 다양한 만큼 종목별 투입금이 적으니 수익을 올려도 당연히 수익금은 작았다.
개별 주식보다 특정 산업 분야 전반에 집중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TF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ETF는 특정 주제의 주식들로 구성된 상품인데, 각종 지수를 추종하거나 산업군을 묶은 상품까지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ETF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투자금이 작아도 사고 싶은 종목을 다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도체에 관심이 많아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을 개별 주식으로 매수했지만, ASML과 같은 장비주,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 등 사고 싶은 종목은 계속 늘어갔다.
이럴 때 SOXX와 같은 반도체 산업 관련 기업 전반을 담고 있는 ETF를 매수하면 해당 주식들을 모두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
ETF에 관심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산 주식만 안 오르는 억울함이 없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대표 플랫폼 기업 중 한 기업만 골라 투자해야 한다면 무척 어려운 선택이 된다.
또, 고심 끝에 한 종목을 매수했는데, 다른 종목들과 달리 마침 딱 내가 고른 기업만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면 그 속 타는 기분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이럴 때 해당 종목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기술주 ETF를 매수하면 말 그대로 아무나 잘하면 내 ETF 수익률은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유망 산업 인건 알겠는데 개별 주식 공부까지 하긴 어렵다면, 전문 분야라 특정 종목을 선별하기 어렵다면 해당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ETF가 좋은 대안이 된다.
ETF 매수 고민 : 개별 주식 수익률을 이길 수 있을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관련 개별 주식을 모두 매도하고 ETF로 갈아타려 하니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퀄컴, 엔비디아, AMD 3개 종목에 꾸준히 비중을 높이는 것보다, 반도체 ETF 하나에 몰아두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ETF 투자로 개별 주식보다 확실하게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에 투자하다
레버리지 ETF는 말 그대로 추종하는 지수 성과 대비 일정 배수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ETF다. 예를 들어 TQQQ는 Nasdaq100지수 일별 수익률의 +3배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레버리지 ETF다.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은 높은 변동성에 기인하는데, 나스닥이 5~10% 변동성을 보인다면 3배 레버리지 ETF는 15~30% 이상의 변동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락이 있을 땐 심장이 3배로 조여 온다.
특히, 특정 업종에 집중하는 레버리지 ETF의 경우 해당 업종의 전망에 따라 기대수익이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큰 아픔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했다.
실제로 2020년 4월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태 속에서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품들도 급락하거나 상장폐지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특정 업종에 대한 관심과 학습으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면,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나로선 반도체 ETF인 SOXX(iShares PHLX Semiconductor ETF)에 투자해야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에 투자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 매수 다음날 맞은 –22% 급락
보유하고 있던 반도체 주식 대부분을 매도하고 2020년 6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레버리지 ETF인 만큼 한 번에 매수하기보단 급락이 있을 수 있으니 총 투입 금액을 정한 뒤 1차 매수 후 –10%, -20%, -30% 하락 시마다 추가 투입할 현금 비중을 계획해 뒀다.
막연히 등락이 크다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투자를 위해 주가를 관찰하니 레버리지 ETF의 하루 변동폭은 어마어마했다. 개별 주식은 전일 대비 –5% 라면 급락이지만, 레버리지 ETF는 하루 평균 매매가 5% 등락은 기본이었다.
게다가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주당 195$로 처음 매수한 바로 다음날 주가가 –22% 하락했다.
전일 200$까지 오르던 주가는 다음날 157$까지 하락했고, 그 이후로도 3일간 –5%가량 추가 하락했다. 매수 3일 만에 주가가 –25%가 되는 살 떨리는 경험을 했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계획한 대로 추가 매수를 하며 평단가를 낮춰갔고, 주가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우상향 했다.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 투자 조건 : 믿음, 현금, 심장
실제로 레버리지 ETF를 투자해 보니 개별 주식 매매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레버리지 ETF는 반드시 우상향 할 확실한 믿음이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반드시 우상향 한다는 것은 기초자산 자체의 대표성이 높다는 의미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해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들로 구성된 ETF를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별 주식 매수라면 자신만의 철학으로 남들이 모르는 시장을 선점해 골목을 기다린다 할 수 있지만, 레버리지 ETF 매매 시 자신만의 유니크한 기초자산을 찾아 투자한다면 춥고 외로운 터널 끝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 수 있다.
둘째, 레버리지 ETF는 –10% 이상 조정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추가 투입할 일정 비중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급락이 올 때 적극적으로 매수하며 평단가를 낮춰야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투자할 수 있다.
개별 주식은 매수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만큼 싸게 사기 어렵다면 분할 매수한 뒤 본래의 가격을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지만, 레버리지 ETF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야수의 심장을 필참 하자.
전고점 대비 -30% 시 재매수, +30% 수익 시 매도 혹은 RSI 65에 부분 매도, RSI 35에 추가 매수 등과 같은 본인만의 기준을 만들어 기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차분함과 –30% 정도야 어림없다는 야수의 심장이 필요하다.
해당 산업군에 대한 믿음과 추가 투입할 여유 현금이 준비되어 있다면 야수의 심장으로 차분히 대응해나갈 뿐이다.
그러면 어느덧 바라던 수익률에 생각보다 빠르게 도달해 있고, 언제나 그렇듯 더 매수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하게 된다. 물론 다 지나왔으니 할 수 있는 생각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