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크리스마스의 악몽
12월 24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반독점 규제 이슈와 핀테크 산업 규제의 이중고로 홍콩 주식시장에서 알리바바 주가가 –8%까지 하락했다.
같은 날 저녁, 미국 시장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18%가량 급락했다. 홍콩시장에서처럼 –8%가량 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 2배의 하락이었다.
외국인들의 중국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더 심각한 수준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고난의 시간이 시작됐기에 그간 비중을 축소해오던 알리바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알리바바 주식 매수 기회를 기다리던 이들에겐 크리스마스의 선물일지 모르겠지만, 기보유자 영역에선 악몽 같은 밤이었다.
알리바바를 매수한 이유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알리바바 주식을 지난여름 전량 매도해 수익실현 후 중국 인터넷 관련 ETF로 갈아타 수량을 늘리고 있었다.
당분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ETF로 매수하려던 계획이었는데, 11월 3일 앤트 그룹 IPO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10%가량 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11월 10일 중국 정부가 플랫폼 분야 반독점 지침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알리바바 주가는 –10% 가랑 추가 하락했다.
–20%가량 하락한 주가를 보며, 앤트 그룹 상장 취소 이슈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 생각했다. 그리고, 플랫폼 반독점 지침은 기업에 대한 경고와 정신무장 재정비에 대한 메시지이지 살생부는 아닐 것이라 판단했다.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과 확장성은 더 넓고 깊어지고 있고,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핀테크, 물류 산업까지 엄청난 성장 동력으로 무장한 알리바바에 대한 이번 이슈는 단기 수익을 위한 좋은 매수 기회라 판단했다.
낙폭이 과도한 시점에 매수해 단기 수익 실현 목적의 투자였달까.
뭐 다들 그럴싸한 계획은 있는 법이니까..
알리바바를 매도한 이유 : 보잉이 떠오르네
주식 매도는 1. 투자 목적이 훼손되거나, 2. 더 매수하고 싶은 주식이 생겼을 때 진행하는데, 알리바바의 경우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12월 9일 새로운 경기부양법안 지연 우려감으로 미국 주식 시장에 기다리던 조정이 왔고, 비중을 더 늘리고 싶었던 종목 매수를 위해 알리바바를 절반가량 매도했다.
그러던 중 12월 14일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 규제로 텐센트와 알리바바에 벌금을 부과하더니 12월 22일 중국 경제정책을 논하는 경제공작회의에서 중점 과제로 반독점 규제를 강조했다.
곧이어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소집됐고, 반독점 조사 사례 첫 번째 타깃으로 알리바바가 선택됐다. 거기에 앤트 그룹이 금융관리 당국과 면담 후 정부의 가이드를 준수하겠며 납작 엎드린 발표를 했다.
알리바바의 1차 매도가 더 매수하고 싶은 주식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2차 남은 수량의 전량 매도는 투자 목적 훼손에 있었다.
알리바바 투자 목적은 단기 투자였다. 낙폭 과대 종목을 매수해 보유하다 이슈가 해결되면 매도하려 했고, 이미 포트폴리오에 중국 인터넷 관련 ETF를 보유한 만큼 장기투자 목적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알리바바 주가는 더 떨어졌고, 다시 한번 보잉과 함께했던 추락이 떠올랐다.
737MAX 이슈가 해결되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미 주가가 많이 빠졌다 판단하고 보잉 주식을 매수했으나 코로나라는 악재를 만났다.
앤트 그룹 상장 취소로 중국 대표 핵심기업인 알리바바 주가가 과하게 빠졌다 판단했으나, 정부 규제라는 악재를 만나며 또 한 번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 주식 투자, 쉽지 않네
반도체 애정자로서 매수했던 SMIC는 미중 무역 갈등 중 화웨이에 이은 미국의 규제 기업으로 타게팅되며 손절해야 했다.
오랜 횡보를 참고 기다리다 급등 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설마 더 오르겠냐는 심정으로 매도한 하이크비전, 평안보험, 그리고 가장 최근의 항서제약까지. 모두 매도 후 더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 주식 투자는 늘 그랬다.
이만하면 충분히 빠졌다 생각해 매수하면 날 비웃듯 더 하락했고, 이 정도 수익이면 그간 하락폭 대비 많이 올랐다 싶어 매도하면 더 높이, 가파르게 오른다.
중국 주식 투자, 정말 나랑 안 맞는구나...
중국 주식 투자에 고전하는 이유
중국 주식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국가 자체의 리스크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집권체제에선 마윈의 발언과 같은 비판은 규제의 칼날을 부르고, 미국과의 패권 다툼 또한 현재 진행 중이다.
중국 집권체제와 미국과의 패권 경쟁. 이 두 가지 모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언제든 생각지 못했던 사건이 리스크로 발전될 수 있다.
중국 주식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미국과 달리 매수 단위가 크다는 점도 있다.
홍콩에 상장된 주식은 500주, 중국에 상장된 주식은 100주 등 매수 단위가 크기에 첫 매수가가 전체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 주식은 처음 매수 후 하락 시 점진적으로 수량을 늘려 평단가를 조정하는데 중국 주식은 매수 단위가 커서 매수 시점에 따라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수량만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또, 중국 제품은 미국의 나이키, 스타벅스처럼 글로벌화된 브랜드보단 내수주가 많아 실제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자연스레 믿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갖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중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고 이제 중국 주식 안 해, 미국만 투자할 건가? 그건 아니다.
중국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무엇보다 폭발적인 중국의 소비력은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다만 중국 주식의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지속되는 문제이니 만큼 앞으로는 중국 주식은 ETF 투자에 집중하고자 한다.
변동성에 대해 견디기 어렵다면 마음 편한 투자가 최고다.
투자에 대해 다시 고민하다
스스로 주체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투자를 한다 여겼다.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으니 이를 위해선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치즈케잌에 붙인 불을 재빨리 끄고, 알리바바 주가를 보며 매도가 바꾸기에 정신이 없던 날 보니.. 이게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아닌가 싶어 졌다.
체념한 듯 다 끝나면 알려 달라는 남편에게 미안하다 사과했고, 와인과 피자로 소소한 파티를 하며 악몽의 기억을 지워갔다.
그리고 현재의 소중한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투자의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