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코로나를 겪고, 보잉과 함께 추락한 어머니 계좌를 정리하며 재건 방향을 모색했다.
사실 보잉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난관이었기에 포트폴리오 종목 대부분을 매도해 정리하고, 올여름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단 3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미국주식 계좌 이모작
어머니 계좌는 2개로 분리해 매매를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계좌를 분리한 건 아니었다.
올여름 포트폴리오를 리셋하면서 투자금의 1/3 가량으로 1차 매수를 진행했다.
이후 주가가 너무 오르기만 해 추가 투입을 못하고 있던 중 늦가을 또 한 번 작은 조정이 왔고, 망설임 없이 나머지 현금을 전량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여름에 매수해둔 종목들이 이미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어, 평단가를 희석하기 부담스러웠기에 계좌를 하나 더 만들고 같은 종목을 추가 매수했다.
그렇게 첫 계좌는 여름에, 두 번째 계좌는 늦가을에 총 2회에 걸쳐 매수를 마무리했다.
여름에 심은 계좌 수확하기
두 개의 미국주식 계좌 중 여름에 매수했던 계좌의 주식을 최근 전량 매도했다.
지금까지 수익 ‘0원’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 일단 수익을 한번 확정해야겠다 싶었고, 내년 농사를 위해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리 후 수익률을 보니 내 계좌보다 나았다.
어머니 계좌에 신경을 거의 못썼다 싶었는데 수익률은 더 좋았던 이유는 뭘까.
계좌는 만질수록 줄어든다더니.
수익률이 더 좋았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계좌보다 신경을 덜 썼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계좌는 투자금 규모에 맞춰 단 3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 반면, 내 계좌는 늘어난 투자금만큼 불안도 커져 10개 종목으로 분산 투자했고, 그 결과 수익도 분산됐다.
각 계좌의 매매 시기도 달랐다.
내 계좌는 매달 매매가 있었지만, 어머니 계좌는 3개월에 한 번가량 매수했고, 지난여름부터 연말까지 단 2번의 매수만 있었다.
어머니 계좌의 종목수는 3개로 많지 않다 보니 체크해야 할 이슈도 그만큼 적었다.
금리 상승이나 통화량 축소 등과 같은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가 있는지만 신경 쓸 뿐 다른 뉴스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오늘 제법 많이 떨어지네? 싶을 날 추가 매수를 했다.
반면 내 계좌는 10개 종목에 투자했기에 10가지 관련 뉴스를 체크해야 했고, 그만큼 각 종목별 이슈들로 끌탕을 하기도 했다.
투자금 차이가 아니라 마인드의 차이
비누와 계좌는 만질수록 줄어든다더니 매매가 잦아질수록 종목수는 늘고 계좌 수익은 더 낮아졌다.
투자금에 비례해 종목수를 달리했지만, 사실은 그저 마인드의 차이였다.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오히려 시장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달까.
그러니 내년에는 시장과 그곳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에서 더 멀어지는 연습을 하고, 투자와 삶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스스로 더 성숙해지는데 집중하자 다짐했다.
어머니, 부담 갖지 말라면서요?..
연말 어머니를 뵙고 계좌 수익금을 확인시켜 드리며 그간 수익금 제로라는 낯 뜨거웠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 좀 마음이 가벼워졌다 말씀드렸다.
어머닌 마침 승용차가 오래돼 바꿔야 하셨다며, 몇 번이나 호방하게 웃으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다음 달 만기 하는 예금도 미국주식에 투자하자며, 너무 부담 갖지 말라 셨다.
갑자기 마음이 다시금 무거워졌지만 내년에도 어머니의 호탕한 웃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