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강도 편
나의 로드트립은 시애틀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라스베이거스의 접촉사고, 코로나 양성판정, 포틀랜드에서 만난 홈리스와의 시비까지.. 불안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지’라고 넘겼던 불행의 조짐들은 시애틀에 도착하고 제대로 터지게 되었다.
시애틀 도착직후 우리는 타이어를 바꾸기 위해 시애틀에 있는 Honda Service Center로 갔다. 시애틀이 우리 로드트립의 절반 지점이었는데, 남편이 로드트립을 하면서 차에 무리가 갔는지 점검을 하자는 것이었다. 오전 내내 차 점검을 받았던 우리에게 직원이 오며 별 문제는 없지만 오래 여행한 만큼 타이어를 교체하는 게 어떻냐며 교체를 권했다. 비용도 얼마 들지 않아 우리는 직원의 권유대로 타이어를 교체했고, 교체가 끝난 후 시애틀에 유명한 Gas Works Park에 들렸다. 그날 오후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라스베이거스, 데스벨리, 오리곤주까지 7월 여행이다 보니 정말 너무너무 더웠는데, 여름의 시애틀은 바람도 선선하고 해도 따갑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포틀랜드에 비해 홈리스도 별로 없었고 도시가 전체적으로 더 화려하고 깨끗했다.
“역시 일찍 오길 잘했어!!”
산책을 끝내고 우리는 Pike Place Market로 향했다. 줄 서서 먹는다는 Clam Chowder, 전설의 스타벅스 1호점, 알록달록한 생화와 과일, 기념품 샵이 모두 마켓 안에 즐비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여기서 보냈는데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했다.
여행 블로그에서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시장에 꼭 가보라는 말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갔다. 활기찬 시장 상인들과 흥정하는 관광객들, 눈이 즐거운 다양한 식재료, 걸을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식당, 향긋한 꽃냄새까지.. 우리는 시장문이 닫힐 때까지 마켓을 돌아다녔다. (저 시장은 이따금씩 지금도 생각난다.)
하루종일 시장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나와 남편은 졸음이 쏟아졌다. '오늘 야경도 보러 가야 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네.. 일찍 자야지..'. 우리 둘은 저녁 7시쯤 호텔로 들어가 일찍 잠이 들었고 못다 한 나머지 일정은 내일 소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호텔 주차장으로 내려간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