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커플과 함께 가까운 벚꽃축제가 있는 곳을 찾았다
매해 벗꽃축제를 하는 이곳은
어찌 이리 모든 것이 매해 똑같은 위치에 있는지
작년 이맘쯤 그사람과 닭 한마리에 맥주한잔을 먹었던 곳도
인형뽑기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지나치지 못하고 한판했던 곳도
골라 골라 천원짜리 구경을 신이나게 했던 곳도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다만 변한건 그 사람과 내가 이제 더이상 함께가 아니라는 것이다
추억이 떠오르는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은데
마음에서 그리움이 밀려와서 조금은 괴로웠다
'지금 같이 손을 잡고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군것질을 하면서도 벚꽃을 보면서도 천원짜리 물건을 사면서도
온통 그 사람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보고싶다.....' 문득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 마음껏 그리워하자.. 뭐 어때 내 마음인데.....
그렇게 축제구경을 마치고 친구커플들은 먼저가고
홀로 차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그 사람의 집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더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나의 이성과 몸은 나의 집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터벅걸음으로 집을 향해 한걸음씩 걸었다
현관으로 올라가는데 왠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현관문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저렇게 우리 집을 서성이면 얼마나 좋을까...'
참 바보같다. 그럴리가 없는데.....
스스로의 생각에도 한심했는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서성거리던 그 남자도 서성거림이 끝났는지 돌아섰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
나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내 집앞을 서성여주길 너무 간절히 바래서
내가 지금 헛것이 보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그였다
내 걸음도 멈칫. 그 사람도 나를 발견하고 멈칫.
그도 적지않게 당황한 것 같더니
곧장 도망치듯 뛰며 내 옆을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자.. 잠깐만!! 오빠 잠까....악~!!"
상황파악할 겨를도 없고 당황하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내 다리에 내가 걸려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렸다
'바보 같이 뛰는 것도 못하냐...'
일어날 힘도 없이 눈에 눈물이 고여갔다
"괘...괜찮나?"
조심스레 물어보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뛰어가다가도 내가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일으켜줘야 할지말지 좀 망설이는 것 같다가
살펴지 내 팔꿈치를 잡고 일으켜주었다
'넘어진 것 보고도 그냥 지나치치 못하는 사람이
나한테 왜 그렇게 냉정하게 한걸까?'
그 찰나의 순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하필 치마를 입어서 스타킹엔 고가나고 무릎에 피가났다
".....오빠.. 우리 집 앞엔 어떻게 온거야?"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몰라 나온 첫마디가 그거였다
"일단 다쳤으니까 내 차로 가자."
그 사람의 차를 타자 내가 200일에 만들어준 십자수 미니쿠션과
크리스마스때 뽑아준 인형이 그대로 있었다
'나 꼴보기도 싫어서 다 갖다 버렸을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남자들은 그런거 그냥 신경을 안쓴것일수도 있는데
나는 그것만으로도 코 끝이 괜시리 찡해졌다
차에 타자말자 그는 뭐를 한참 찾았다
"뭐 찾아?"
"대일밴드가 어디 있을텐데...."
내 무릎에 상처난게 신경 쓰였나보다
나는 정신없이 대일밴드를 찾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오빠 이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 사람도 하던 행동을 멈추고 약간 놀란듯 내 얼굴을 바라봤다
"오빠도.. 나 그리웠던 거였어? 나 보고 싶었언 거였어?
그런데 왜.. 왜 그렇게 냉정하게 했는데? 왜...??"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미 눈물은 글썽거렸고 목은 메였다
그사람은 한참 대답이 없었다
워낙 자기 속마음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다
지금 상황에는 말을 하기 더 힘들터
만나고 있을 때는 항상 그것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보채고 짜증냈는데
헤어지고는 그게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대답하기까지 그냥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도 생각을 정리한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은.. 자신이 없었다...
너한테 다 이해하는 것처럼 다 받아줄것 처럼 해놓고 그러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이렇게 속이 좁은 놈인가..
그 일을 잊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그 사람에게 할말이 있었지만
그 사람이 어렵게 말을 꺼냈을 때
한번도 끝까지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었던게 마음이 아팠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금 미루고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려웠다.. 너희 집에서 너무 많이 반대하니까
나 때문에 너가 힘든 것도 싫었고
우리 둘이 결혼을 한다해도 조금만 잘못해도 눈 밖에 날것 같고..
나도 사람인데.. 사랑하는 사람 부모님한테 사랑받고 싶지 미움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준비가 안되어있다.
이때까지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보지도 않았었는데
그래도 너 만나고 1년 정도 되고 하면서 처음으로 결혼생각들었는데
내가 너무 준비가 안되어 있더라.. 집 안 사정 넉넉한 것도 아니고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니까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되고"
그래.. 내가 오빠는 어떤 사정인지도 잘 모르고
너무 보채고 성급했었지.. 그랬었지.....
그가 말을 다 끝냈는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만약 그와 다시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오빠 일단 오빠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건
받아들이기 힘든게 너무 당연한거야
그건 무슨 이유를 대든 어떤 상황이였든 내가 잘못한거니까
내가 그걸로 오빠한테 믿음을 깨뜨렸다는 것도 알고
다시 그 믿음 쌓을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할께
우리 집에서는 내가 식구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래서 그렇게 야단들을 떨었던거지
나한테 그렇게 윽박지르고도 하루지나 마음이 안좋았는지
이것저것 다시 물어보시더라
진작 결혼하면 우리 부모님 정말 예뻐해주실 거야
그리고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지만
우리 둘이 마음 합치면 못할게 뭐있겠어?
오빠 내가 더 노력하고 내가 더 잘할께'
그렇게 말해줘야지라고 몇번이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 사람이 정말 내 앞에 있으니
내 입에서는 단 한마디도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나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없고 두렵기 때문이었다
사람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간사한지..
내 자신이 한심하고 배신감마져 느껴졌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나도 내 생각을 조금은 정리하고
그 사람의 손을 꼬옥 잡았다
"오빠 미안해."
"....."
"오빠 정말 보고싶었어."
"....."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고개를 숙이고 나를 바라보지 못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그리고 또렷한 음성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 거렸다
"아...아...아......아아...."
참 눈물이 많았던 그였는데 또 운다
나는 그 어깨를 안아주었다
마음 아프게 한게 너무 미안했기에
마음 힘들게 한게 너무 미안했기에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었던 마음이여서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여서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알수가 없어서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대가 울고 있는 지금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그대의 어깨를 잠시라도 안아줄 수 있어서
그대가 아팠을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어서
처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아무런 편견 없이 끝까지 들어줄 수 있어서
그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이라도 그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오는 데도
조금은 행복한 기분이다
이것은 그냥 저의 상상입니다
이 이후로 이 연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나름대로의 행복한 이야기를 마음속에 그려보시면서
이별에 대한 아픔, 사랑을 잃은 상실감,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