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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May 26. 2021

억지로 슬퍼하지도 말고 억지로 슬픔을 참지도 말자

아빠가 돌아가신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정신이 조금 돌아오니

다치셨단 소식듣고 도로위를 달렸을때부터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이게 정말 현실인걸까..

또 믿을수가 없고 실감이 안난다


웃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모든 것이 일상인데

밤이 되면 그 시간이 이상하게 허탈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잃고나니

삶이 소중하다가도 하찮은것 같고

내 몸이 귀중하다가도 보잘것 없는 것 같고

모든것이 자꾸만 혼동된다


몸도 마음도 다 놀랐는지

몸에 없던 이상신호가 생기고

판단능력이 흐려져있다


살아계실땐 목소리 듣고싶다 보고싶다

그런 생각도 못했던 것 같은데

돌아가시고나니 목소리도 얼굴도 그리워 지는 날 보며

얼마나 무심한  딸이였는지..

돌아가신뒤의 그 모든 마음은 소용이 없었고

살아계셨을때 다 보여드리고 전해야했었음을..


이제 남아 계신 엄마 그리고 시부모님

또한 형제들과 친구 그 모든 소중한 사람들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는지 모른다


내가 살아있는 순간의 시간들이 얼마나 귀중한지

작은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빠를 보내드리고

난 조금 더 어른이 되어버렸다


아빠 병원에 면회때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장소리라도 한번 들을껄...

후회가 밀려온다


차마 마음 속으로 백만번은 외쳐도

입밖으로 내 뱉을 수 없던말...


아빠 안돼요..

안돼요......


입관식을 위해 염을 진행하는 동안

코와 입을 막아놓은걸 보고

답답한거 싫어하시는 분인데..


아빠 답답하다고 해야지...

답답하다고 말씀 좀 해봐요...


외치고 싶었는데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우리는 또 현실을 살아야하고

시간은 무심히도 지나가버린다


맘껏 추억해야하는건지

금방 잊어버리려 노력해야하는건지


정면으로 마주앉아 받아들여야하는건지

애써 외면해야하는건지


모든 것이 헷갈린다


악몽같았던 2주간의 시간들이

자꾸만 지나가고 또 지나가며


어떻하다 그렇게 되셨나고

한편으로 원망하며 따지고 묻고싶다가도


너무도 허망히 보내버려서

슬프고 화나고 속상하고 원망스럽고 안타깝고 그립고..

모든감정이  랜덤박스처럼 튀어나온다


잠을 자려 누울때는 그냥 눈물이 난다

난 울지도 않은것 같은데

뺨으로 눈물이 흐른다


장례식에 와주시고 조의금 보내주신분들

틈틈히 찾아뵙고 전화드리고 연락하며

어찌된 일이냐며 아빠 얘기를 하면서

우는 웃음이 나온다

소리는 웃고있는것 같은데 울고 있다


너무 슬프고 황망해서

슬픔이 웃음이 된다

그러다 먹먹해지면 말문이 막혀버린다


믿을수가 없는 일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일

실감나지 않지만

일어나 버린 일


아빠..

아빠...

진짜 우리 곁을 떠나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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