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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May 28. 2021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오늘은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손 재주가 있으셨던 우리 아빠

일명 금손이라는..

낡은 집만 살아 뭐 문제만 생기면

아빠가 뚝딱뚝딱 다 해결해주셨었다


실제로 정년퇴직하시고 실내인테리어 자격증 따시고

2년 정도 그 일을 하시기도 했다

도배자격증도 있고 시트지 작업도 할줄아시고

전기관련자격증도 따시고...

아빠는 이제 그냥 집만 지으면 된다며 그랬었는데


실제로 한적한 곳에 별장같은 집 지으시고 싶은게

아빠의 로망이기도 하셨다


난 사실 아파트만 살다가

이번에 주택을 사게 되었다

단독도 아닌 세를 주는 다가구주택을 샀다

올임대를 오랜 기간한 구옥이라

관리가 안돼 손볼곳이 참 많았다


솔직히 주택을 사면서도 아빠 손재주를 믿었다

(우리 부부둘은 할줄아는것도 없고 똥손이였기에)

하지만 그 집이 어딘지도 모르시고

한번 와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시게 됐다


장례식으로 일주일 회사를 비운 신랑은

안그래도 일이 많던 시기라 너무 바빴고

나는 틈틈히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했다


페인트칠할꺼 사포질을 하면서도

창틀 청소하다 방충망이 빠졌는데 결국 못 끼우면서도

아빠를 몇 번 불렀는지.....


근데 참 자식이란게 이렇다

필요하니까 찾는다

생전에도 필요할때만 전화했었던 것 같다

아빠와 나눈 문자나 카톡을 내폰에 옮겨놓으려고

(내 핸드폰은 다 정리를 해버린 상태)

아빠 핸드폰을 살펴보다

마지막 통화가 몇개월 전인걸 보고

참 얼마나 무심한 딸이였는지..

괜히 봤다며 후회를 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도

아빠의 손길이 그리우니

아빠를 떠올리게 된다


얼마 안되었기에 아빠의 흔적들을 보게된다

아빠 명의의 차를 내가 받게 되었는데

(엄마는 큰차가 있으시고 경차한대는 주로 내가 썼다)

자동차 회사에서 아빠이름이 써진채로  

안내문자가 내 핸드폰으로 왔다  

이름 석자가 가슴이 찡했다


집을 매매하며 큰 돈을 이리저리 굴리다보니

엄마에게 몇 천 빌렸는데

그 거래내역이 아빠 이름으로 남아있는 것도 찡했다


아빠 칠순생신때 가족 다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아빠만 있는 사진을 아직 볼 자신이 없어

가족사진을 카톡 프로필로 올려놨는데

그 사진조차 크게 볼 자신이 없다


내 핸드폰엔 아빠 동영상이 없어서

목소리 듣고싶을때 보고싶어

마침 동생 핸드폰에 자기 딸 찍으면서

아빠와 같이 나온 동영상이 있다고

하나 찾아 보여주는데

도저히 눈물이 나서 볼수가 없었다

조금 더 지나서 받아야겠다 싶어

보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아빠 핸드폰에 여행가서 찍은 사진들을

내 핸드폰으로 몰래 옮겼는데

당연히 내 핸드폰에는 "아빠"란 이름으로 전송됐다

진짜 아빠가 보낸것도 아닌데

그 이름 두자에 펑펑 울어버렸다


사진속에 아빠는 너무 좋으셨다

이리도 좋으셨던  분이..

그날 아침만해도 이리 웃고 계셨던 분이.....


이유야 어찌됐든

그냥 나는 맘껏 생각하기로 했다

실컷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울기도 하고

사진도 맘껏 보고

필요해서 생각났든 뜬금없는 추억이 생각났든

이 슬픔을 제대로 마주 앉아

다 표현하고 또 흘려보내리라고...


아빠 이사하게 될 우리집 오면 참 좋아하셨을텐데

작은 마당이지만 가족끼리 고기 구워먹으며

아빠 좋아하는 소주 한잔 드시며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이 자꾸 연상되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단 사실에

자꾸 눈물이 나요


우리 눈엔 보이진않지만

꼭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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