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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Jun 11. 2021

지우지 못한 연락처

이사를 오고나니  연락처 정리를 한번 해야해서

쭉 훑어보고 있는데

아빠 연락처가 보였다


또 실감이 난다

다시는 연락할 수 없다는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그 전화번호를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

.

.


아빠의 뇌사임을 의사에게 듣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빠를 보는데

발가락양말을 신고 계신데

한쪽을 뒤집어서 신고 계셨었다

그 순간에도 그 양말을 바로 신겨드릴 용기가 없었던게

후회가 된다


타지역에서 우리 연고지로 아빠를 이송하고

첫 면회를 내가 가게 됐다

면회시간은 30분 이였다

보호자가 번갈아가며 면회가 가능하다고 들어서

내가 제일 처음 들어가고

동생과 제부가 기다리는 상황


유일하게 아빠와 나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였는데

돌아가며 아빠봐야 한단 생각에

하고싶은 말도 못하고 울다가 나왔는데

막상 한 면회시간에 한명만 가능하다고 했다

1층 안내에서 잘못 전달한것...


그 30분을 실컷보지 못한게

아빠한테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게

끝까지 용기가 안나 사랑한단 말을 못한게

너무 후회가  된다


그 후로는 한명씩 돌아가면서 면회를 가서

온전히 30분을 아빠와 하고싶은 말다하고 왔는데

생각해보니 나만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내 가슴에 뭐가 막힌것 같았구나.....


이사와서 원래라면 아빠의 손길을 빌려야했던

일들을 하며 아빠라면 어떻게 해주셨을까 생각하며

할줄아는것도 없고 똥손인 내가

그럭저럭 하나씩 해결할 수 있는게 신기했다

아빠 물건 정리하며  가져왔던 각종 도구도 유용히쓰며

내 손에 아빠가 온 것처럼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빠 생각이 진짜 많이난다


너무 보고싶다


아빠가 돌아가신걸 실감할 시간도 없이

슬퍼할 시간도 없이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사실 그러기 싫어서라도 무리해서 몸을 움직였다

비가 쏟아지게 많이 와서

뭘 할수가 없어 집에서 쉬고 있으니

그제서야 밀려온다

미쳐 미뤄놨던 내 슬픔들이


아빠

진짜 안계신거죠

내가 있는 이 세상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고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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