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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Sep 22. 2021

아빠 없는 첫 명절,아빠 이름 올린 첫 차례상

집 앞에 쓰레기 내놓으려 나왔다가

길 건너 등돌려 앉아 일하시는 아저씨 뒷 모습을 봤다

런닝차림에 반바지 아빠 생각이 문뜩 났다


아빠가 없는 명절임이 더욱 실감나며

차례상에 아빠 이름을 올리고

두번 절할 생각에 마음이 슬퍼졌다


엄마 집안을 들어서는데 주방 바닥에서

음식하고 있던 형부 뒷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빠가  안계신걸 뻔히 아는데도


아빠 옷방에서 나오는 서방 그림자에 깜짝 놀랐다

아빠가 안계신걸 뻔히 아는데도


엄마집에 가면 아빠가 안 계신게 더 실감난다

사신 그 흔적과 기억이 고스란히 눈에 아른거린다

이제 엄마집에 다시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차례상 제일 마지막에 아빠 이름을 올렸다

사진을 올린게 아니라 아빠한테 절하는게 맞나..

실감이 안났다


하지만 절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

아직 실감도 나지않는데

이렇게 차례상에 올려서 두번 절을 한다는게.....


차례  지내고 있는데

때아닌 태풍오는 것처럼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성격 급하신 우리 아빠 오시나...'

바람 한점에도 어떻게든 느끼고 싶었다


무서웠고 때론 미웠던 아빠였는데

보내드리고 나니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사진 몇장으로 그리움을 달래기는

차마 채워지지않는다

티비에서 납골당 가서 인사드리는 모습이 부럽게까지 느껴진다


기일엔 꼭 아빠 사진 올려놓고 싶다

사진보고라도 실컷 얘기할 수 있게..

그땐 우리 뱃속에 있는 조카도 있겠지..

미쳐 못보고 가신 손주 보여드리며..


이번 명절에 아빠 얘기 실컷하고 싶었는데

앞으로 제사 차례 아빠 기일 같은걸 어떻게 할지 정하느라

얘기를 할 틈이 없었다


소주 참 좋아하시던 아빠셨는데...

아빠가 안 계시니 집에 술 한잔 하자 하는 사람도 없다

사실 딱히 생각도 안났던 것 같다

즐거운 자리가 아닌 슬픔을 얘기하는 자리가 될것같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오실 2층을 정리하는데

엄마라도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같은집에 사는게 다행인가 싶었다


돌아가시고 나니

그냥 모든것이 후회가 되고 아쉽다


자주 찾아뵐껄

자주 연락드릴껄

맛있는거라도 한번 더 해드릴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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