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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Dec 21. 2021

아빠의  흔적

요즘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우울감이 극에 달해있었다

툭하고 건드려도 눈물이 터질것 같은 상태였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린 글씨 하나

에어컨 "휠터"라고 써놓으신 아빠글씨

'아빠 필터를 휠터라 써놓으셨네 너무 귀여우시다'

잘못쓰신 오타(?)하나가 나를 미소 짓게했다

사실 곧  바로 마음 속에 그리움이 몰려왔지만

아빠 생각만 하면 슬프기만 했는데

잠시라도 웃게 해주신게 참 감사했다


아빠는 악기를 참 잘부셨다

젊은 시절 가수가 되고싶어

오디션에 참가 이력있으실 정도로

노래도 잘 부르시고

특기 부는 악기에 재주가 있으셨다

특히 소폰을 제일 많이 연주하셨고

대금,하모니카,오카리나..

부는 악기는 거의 섭력하실 정도

회사다니시던 시절  장기자랑에 악기 3개 부시고

1등이라고 당시 100만원 호가하던

아이패드를 상품으로 타오시기도 했다


악기중에서도 소폰은 곧 아빠를 상징하는 악기였다

퇴직하고는 사람 한적한 곳 차몰고 가셔서

소폰을 부시곤했다

어디다니다 섹소폰 소리가 나면

괜시리 "아빠 아니야?"하면 장난치던 기억이 난다

이제 어딘가에서 소폰소리가 나면

아빠 생각이 나겠지.....


엄마와도 함께 소폰을 연주하셨지만

무엇보다 어찌나 좋아하셨는지

첫 조카에게 소폰을 사주시기도 했다

코로나시작시 학교를 못가면서

한적한 공원에 조카와 함께

이때 소폰 같이 연습하자며

함께 연주도 많이 다니셨다


코로나가 그리 생각하면 참 감사하기도 하다

덕분에 많은 추억도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그 코로나 때문에

어쩌면 병원에 바로 가실 수 있었다면

돌아가지 않으셨을지도 모르고

아빠 면회라도 실컷 했을텐데 생각하면

참 원망스러운 코로나고..

내겐 양면의 얼굴이 있는 코로나......


무튼 소폰 부시면서 쓰시던 반주기가 있는데

그걸 이번에 엄마가 중고로 팔아 정리하자고 하셨다

근데 한편으로 난 싫었나보다

파는글을 엄청 성의없게(?)적어놨는데도 불구하고

팔리게 됐다

아빠의 흔적들이 자꾸 살아지는게 싫었던 걸까...

엄마가 소폰도 팔자는걸

아빠의 상징인데 들고있자며 말리긴했지만

아무도 불지않는 악기가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누군가 대신 불어주는게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어쩔수 없이 정리해야하는 물건들은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사실 그냥 두고 보는것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여서

사진으로 찍어두고 글로 남기고

보고싶을때 찾아보는게 가장 좋을듯해서



요즘에 이별노래들 혹은 슬픈음악들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노래의 가사가

내 일상인 것 같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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