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4)
해가 지지 않는 곳,
도우미와 함께 야경이 펼쳐진 길을 적당히 걸었을까
"이제 이동해 보실까요?"
도우미가 손목에 찬 시계에 뭔가를 누르니 드론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다시 드론을 탑승하자 드론은 “인공 밤”위로 날아올랐다. 높이 떠오르니 저만치 “인공 밤”이 끝나는지 밝은 곳이 보였다. 드론은 “인공 밤”의 끝이 보이는 지점으로 향했다.
“인공 밤”의 끝에 다다를때쯤 갑자기 드론이 드르륵 소리를 내더니 유리 지붕이 닫혔다. 그리고 곧 날이 밝아지며 지붕 위로 투둑 투둑하고 비가 쏟아졌다. 비는 적당히 보슬 보슬 내리고 있었는데 드론 지붕위에 부딪히는 빗 소리가 꽤나 좋았다. 그 소리에 위로 바라보니 드론 유리지붕으로 비가 내리고 부딪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정적이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장면과 소리였달까..
얼마쯤 그렇게 감상하고 있었을까..
“비 올 때는 역시 커피죠? 잔잔한 음악 들으면서 커피나 한잔 하실까요?”
‘음식도 오로지 "먹는 즐거움"을 위해 먹는다면 커피도 역시 그렇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드론은 어느새 비가 내리는 그 곳에 내려앉았다.
비가 내리는 그 곳은 오솔길 따라 가로수와 대나무가 적절히 줄지어 서있었다. 방금 "인공 밤"에서 와서 밝게 느껴졌지만 처음 깨어난 곳보다는 좀 더 어두는 느낌이였다. 아무래도 비가 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로등은 아주 잔잔한 빛을 내고 있었는데 마치 수채화를 그릴때 살짝 번진 느낌으로 은은히 빛이 났다.
오솔길 사이사이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보였다. 대나무길 바깥으로는 여러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나무들 사이사이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나있었다. 드론은 고즈넉한 느낌에 처마 밑에서 비를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리 앞으로 내려주었으므로 도우미와 나는 커피숍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자리에 같이 앉았다.
커피숍 테이블과 의자는 라탄 소재로 만들어져있었는데 테이블위에는 하얀색 기다란 러너가 가운데 덮어져있었다.
“아메리카노 드시면 되죠? 따뜻한 걸로?”
비가 오는 곳이여서 그런지 지금까지 있었던 곳보다 아주 살짝 기온이 낮게 느껴졌으므로 나는 따뜻한 걸 마시겠다고 했다.
“저는 얼죽아거든요. 하하~ 그럼 아아랑 뜨아랑 한 잔씩 시킬께요.”
이번에도 테이블에 주문화면이 뜨는 건가 하고 커피테이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러너 옆으로 빨간 색 동그란 불빛과 파란 색 동그란 빛이 비춰올라왔다. 도우미는 버튼을 각각 하나씩 눌렀다.
“빨간 색이 따뜻한 커피 파란색이 아이스 커피 일 것 같네요. 그런데 이것만 누르면 아메리카노를 먹는 건 어떻게 인식하나요?”
“이미 저희가 아메리카노를 먹겠다는 대화를 인식했기 때문에 따뜻한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만 고르면 된답니다.”
나를 인식하는 의자를 넘어 대화를 인식하는 기술?? 그럼 어디에서 어떻게 인식이 되는걸까? 이 라탄 테이블과 라탄의자에서???
그런 궁금증이 머릿 속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리 커피를 내리는지 커피향이 서서히 내 코를 자극시켰다.
‘아~~ 향이 너무 좋다~~’
커피향을 만끽하고 있으니 금방 서빙로봇이 우리의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커피외에 시킨 적도 없는 디저트 두 개가 함께 두 개의 작은 둥근 접시위에 올려나왔다. 푸딩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빵같기도 하고 사과처럼 생겼는데 색은 복숭아 빛을 내는 처음보는 신기한 디저트였다. 이 디저트가 뭔지는 잠시후 물어보기로 하고 우선 각자 커피를 자기 앞으로 옮겼다.
먼저 커피잔을 들어 얼굴에 가까워 가져오자 커피향은 더욱 진하게 다가왔고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 기분이 한층 힐링되었으므로 잠시 향을 더 만끼하다 한 모금 입안을 적셨다. 고소하면서도 풍미가 깊고 끝에 적당히 기분좋은 신맛이 났다.
“커피 너무 좋은데요. 이 것도 국밥처럼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 세팅되어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가장 좋았던 커피 맛으로 나왔을 껍니다.”
‘네 이제 뭐 놀랍지도 않네요.’
속으로 그렇게 혼자 대답하고 한 모금을 더 들이켰다.
“그런데 시키지도 않은 디저트가 나왔네요. 이건 뭐죠?”
“아~ 네네 아까 제가 마져 대답해드리지 않은 질문에 답을 해드릴 시간이네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생명”을 유지하는게 아니라면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드셔보세요. “생명사과”입니다."
신기한 외관을 보면 좀 예쁜 이름이 붙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디저트 이름은 단순했다. 같이 나온 디저트 스푼으로 생명사과를 한 스푼 떴다. 실제로 숟가락으로 떠보니 푸딩같은 느낌이였다. 한 입 입에 넣자..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이였는데 뭐랄까 내가 “아는 맛”이 전혀 아니였다. 그 신비로운 맛은 내 머릿 속에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듯 했다. 식감은 말랑하기도 푹신하기도 했다. 아메리카노와 딱 먹기 좋은 아주 약간의 단맛이 났다. 무튼 너무 맛 있어서 나도 모르게 디저트를 접시째 들고 마시고 싶은 기분이였다.
하지만 금방 먹어버리면 아쉽고 아까울 것 같았으므로 꾹 참고(?)커피한모금과 디저트를 번걸아 가며 아껴 먹었다. 디저트를 먹으면 먹을 수록 “생명사과”라는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내 안에서 뭔가 생명력이 싹트는(??)그런 느낌이 들었다. 배안이 따뜻하면서도 편안해지는 그 기분..
“이 것만 먹으면 “생명”이 유지된다는 말씀이죠? 그럼 “생명사과”를 먹으려면 커피를 마시러 오면 되는 건가요? 커피를 마시러 오지 않는다면요? 혹시 먹는걸 까먹는다든가...”
“하하 커피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아이들은 또 당연 커피를 마시지 않을테니 “생명사과”를 먹으로 커피를 마시러 올 필요는 없답니다. 까먹는 것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먹을 때가 되면 어디에 계시든 드론 택배가 가져다 줄꺼니까요. 지금은 마침 저희가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이 곳에 왔기에 같이 나온 것 뿐입니다. 사실 커피를 좋아하는 저희들은 “생명사과”가 커피랑 먹기 딱이기도 해서 일부러 맞춰온거랍니다.”
“아이들요? 천국에 아이들도 있나보군요.”
“그럼요 어린 나이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많으니까요.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엄마의 뱃 속에서 이 곳으로 온 아이들도 천국에 살고 있답니다.”
“그럼 아주 어린 아기들도 "생명사과”를 먹나요? 이런 건 아기들이 먹지 못할 것 같은데”
“걱정 마십시오 아기들은 젓병으로 빨아 먹을 수 있게 “생명사과”를 섭취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명사과”는 그 사람의 상황의 따라 형태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커피를 마시러왔기에 그에 딱 맞는 디저트 모양이지만요.”
“아기가 있다면.. 그럼 엄마도 있나요? 사실 전 아직도 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데 엄마는 자기의 아기를 알아보고 돌보는 건가요? 아까 “필요”로 하는 기억만 남아있다고 하셨는데 사람에 따라 “생명사과”가 다른 것처럼 “필요”한 기억도 다르니까 엄마들에게 자신을 알아보는 기억이 남는 건가요? 아님 저도 천국에 적응하다 보면 아까 음식과 그 맛이 기억이 났듯이 기억이 떠오르는 건지...”
뭐가 뭔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천국에 대한 궁금증으로 횡설수설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하하~ 궁금해 하시는 모든 건 사실 제가 안내해 드릴 테마는 아니지만 궁금증을 좀 해결해 드리자면 사실 우리는 모두 누가 누군지 “알아 보지”못 합니다. 아까 제가 “기억”이 아닌 “인지”의 문제라고 말씀드렸는데 방금 제가 커피를 주문하면서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같은 말을 써도 무슨 말인지 묻지 않으시고 다 알아 들으셨잖아요?”
“그렇죠. 뭐 다 아는 말이니까요.”
“그 말들을 이해하시는건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지”하고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죠. 처음 눈을 떴을 때 깨어났던게 ‘침대’라는 걸 알고 계시고 지금 내리는게 ‘비’라는 것도 아시고 지금 마시는게 ‘커피’라는 것도 다 “인지”하고 계시잖아요. 즉 “사물”에 관해 모든 것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인지해야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직 “사람”만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누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죠. 천국에 아기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만 그건 또 차차 아시게 될껍니다. 저는 해가 지지 않는 천국, 밤이 존재하지 않는 천국에 대해 알려드리는게 제 역할이니 거기에 충실하겠습니다. 양해해주시죠.”
도우미의 대답은 또 어려웠다. 하지만 확실히 난 “기억”이 없음에도 지금까지의 천국에서 생활에 불편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라탄테이블과 라탄의자에 앉아있는걸 “알아 차리고”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 머릿 속에 적확히 이해한건 하나.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뜬금없이 젖병을 무는 아기들은 나처럼 사물에 대한 인지가 없는 상태일텐데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도우미 말에 의문은 잠시 꼴깍하고 삼켜버렸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커피잔도 디저트접시도 비워져있었다.
“커피도 다 드셨으니 숲 속 오솔길도 한번 걸어보실까요.”
“참...비오는데 우산이.. 우산 혹시 있으세요?”
“하하~ 잠시만요.”
도우미는 또 손목에 찬 시계로 뭔가 몇 번 누르더니 잠시 후 작은 위웅 소리와 함께 원반? 접시?? 같은 것 두 개가 우리 앞으로 날아왔다.
‘이건 또 뭐야?’
“드론 우산입니다. 저희는 알아서 잘 따라올껍니다. 걱정마시고 함께 걸으실까요.”
'허 참.. 드론 운송기에 드론 택배에 드론 우산이라니.. 드론 택배는 또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 하구만 다음엔 “생명사과”는 드론 택배로 받아봐야지'
“비오는 오솔길을 한참 걸으시다보면 적당히 만끽했을 쯔음에는 눈이 내리는 곳에 도착하게 되실껍니다. 거기 까지 한번 가보실까요.”
이 곳의 자연은 뭔가 다르긴 다른 건지 비가 오는 곳을 지나고 곧 눈이 내리는 곳이라니. 또 거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을 마음 한 켠 넣어둔 채로 도우미와 비오는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물론 드론 우산과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