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5)

해가 지지 않는 곳,

by Heana

비오는 숲속 오솔길은 나무 사이사이를 지나 사방으로 퍼져있었다. 발걸음이 닿는데로 그 길을 걸어 나갔다. 나뭇잎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은은한 음악처럼 들려왔다. 비에 젖은 풀내음 향이 자꾸만 코끝을 스쳐갔다. 빗 물에 젖은 나뭇잎들 연신 반짝거렸다. 도우미와 나는 별 다른 대화 없이 숲 속의 모습과 빗 소리를 감상하며 길을 걸었다.

한참 걷다보니 숲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끝은 하얀 세상이였다. 아직 아무 것도 그리지 않은 도화지처럼 하얗고도 하얀 세상.

‘저기가 눈이 오는 곳이겠구나’

또 그 곳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한 마음으로 하얀 세상으로 점점 더 다가가고 있었다.


하얀 세상으로 한 발을 딛자 내리던 비는 작은 눈송이가 되어 내렸고 발 밑은 쌓인 눈으로 뿌드득 소리를 냈다.

“드론 우산은 물리고 눈 한번 맞아보시겠어요?”

순간 춥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보니 눈이 내리고 있어도 전혀 춥지가 않았다.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지지까지 했다. 나는 드론 우산은 없어도 되겠다는 의미로 도우미에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미가 손목에 찬 시계에 “드론 우산 종료”라고 라고 말하자 드론 우산이 우웅 하며 머리위에서 사라졌다.

‘뭐야 음성인식도 되네’

도우미가 손목에 찬 시계에 대한 궁금증과 놀라움(?)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눈이 오는 이 곳 먼저...

“눈이 와도 추운지는 잘 모르겠네요.”

“네 추운거 질색이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하하~ 그래도 겨울 스포츠 즐기시는 분들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스포스 즐기는 곳은 제법 추운 편이랍니다.”

“눈 오는 곳이 다 기온이 같은 건 아닌가 보네요?”

“네 맞습니다. 비오는 곳에서 바로 연결된 이 곳은 기온이 크게 변동이 없지요. 눈도 보슬비처럼 내리고 바닥에 쌓인 눈도 적당히 뽀드득 소리를 낼 정도만 쌓여있죠. 가다 보면 눈이 펑펑 내리고 눈도 많이 쌓인 곳 있습니다. 아까 여기 천국에 아이들도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죠. 눈 사람도 만들고 눈 싸움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들어가시면 썰매, 스키&보드 같은 겨울 스포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썰매는 눈 썰매도 있고 빙판위에서 타는 얼음 썰매도 있는데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죠. 스키나 보드는 아무래도 성인들이 많이 즐기시고 아~ 빙판위에 낚시는 어른 아이들 모두 좋아하십니다.”


도우미가 설명해주는 모든 놀이들을 이해하는 나를 보면서 이 모든 것이 살아있던 세상의 놀이와 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분명 저것중 하나는 생전에 해봤을 법 한데 어디에서 누구와 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또한 없었다.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인지한다는 천국의 법칙(?)이 정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일반 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닌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정말 좋았다. 발자국이 없었으므로 새 눈(?)을 밟아 발자국을 내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말씀을 들으면 이 곳에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은 사람들이 보이지는 않네요. 지나간 발자국도 안보이구요.”

“아~하하 대부분은 천국 생활에 익숙하시다 보니 자기가 원하는 장소로 드론을 타고 바로 가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기는 ‘눈 밟기 zone'이라 사람들 없이 혼자서 마음껏 눈을 밟으며 걸을 수 있죠. 우리가 지나가면 다시 눈 밟은 발자국은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에 누가 와도 첫 눈을 밟으시게 된답니다.”

도우미의 그 말에 지금껏 지나왔던 길을 뒤돌아 보았다. 그랬더니 다섯 발자국 뒤로 발자국은 이미 밟지 않은 거처럼 덮여있었고 남은 다섯 발자국도 서서히 차오르며 원래의 모습을 되 찾아가고 있었다.

‘눈 오는 곳도 역시 평범하지는 않구만’

“오늘은 여기 한 번 둘러보시고 언제 한번 놀이도 즐겨보십시오.”

‘눈 밟기 zone'저 멀리 쯤 지금보다 더 하얀 세상이 보였다. 얼핏 봐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까지 한번 걸어가볼까.’

도우미와 나는 눈이 펑펑 내리는 곳으로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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