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8)
돈이 존재하지 않는 곳,
나는 내가 머문 곳의 오른편이 궁금했으므로 그 쪽으로 조금만 걷다 출발해도 되는지 물었다. 도우미는 '물론이죠' 하는 듯 손으로 오른쪽을 가르키며 나를 안내했다. 내가 머문 집이 마지막 집이고 나머지 집들은 왼쪽으로 반호를 그리며 서있었으므로 집 앞의 수영장도 여기가 마지막이였다. 집과 수영장 사이를 길이나있었고 그 길을 따라가다 집 오른쪽으로 돌아나와보니 아무 것도 없는 공터가 조금 있었고 그 끝을 보니 여기가 지대가 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른쪽에 그리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이 있었다.
“드론택시를 여기로 부르면 되겠네요. 제가 호출 할테니 오는 동안 저기 절벽까지 걸어보실까요.”
내가 본 공터의 끝이 절벽인 듯했다. 도우미와 그 절벽으로 조금씩 다가갈 수록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절벽에 다다르자 집 창으로 보이던 초원과 바다 산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괜히 절벽이 아니였던 것이다. 높이가 꽤 상당했다. 바다는 저 아래에 있었으므로 바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높은 덕에 아름다운 광경도 한 눈에 들어왔다. 바다 끝과 산 위로 조금 붉은 빛이 돌았는데 마치 노을이 지는 것 같았다. 사실 해가 뜨고 지지 않는다면 노을이 생기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끝과 산 넘어의 붉은 빛이 마치 노을 같네요. 노을이 질리는 없을 텐데.”
“네 노을 맞습니다. ‘인공노을’이지요. 해가 넘어갈 때 노을 빛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니까요. 바다 해수욕장에 앉아서 혹은 산에 전망대에 서서 혹은 이런 곳에서 커피한 잔 하면서 노을을 만끽하시고는 한답니다.”
‘인공 밤’에 ‘인공 노을’까지.. 아무리봐도 이 천국이란 곳은 원하는 건 뭐든 가능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드론택시가 우리가 서있는 옆으로 조용히 내려 앉아 있었다.
도우미와 나는 드론 택시에 올라 절벽에서 감상하던 초원과 바다 위를 지났다. 그리고 노을이 지던 산까지 다다르자 산 너머 뒤로 또 다른 풍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높고 낮은 빌딩이 가득한 도심 같은 곳 이였다. 산을 넘어 갈 수록 도시 전체가 눈에 들어왔는데 절벽에서 보던 자연의 경치도 정말 멋졌지만 여기는 장엄함이 느껴지면서 또 다른 멋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곳 빌딩 숲의 도시는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드론 택시들도 많이 날아다녔고 건물 사이로 뭔가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투명한 캡슐 같은 것에 사람들이 타 있었고 그 캡슐은 선로를 따라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 선로는 도로처럼 평지에 있는게 아니라 건물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게 연결 되어있었다. 높고 낮은 빌딩들이 저마다 투명한 다리로 연결된 곳들이 종종 있었는데 다리 가운데 조금 넓은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서있었다.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캡슐이 그 앞에 서고 사람들이 내리고 탔으므로 왠지 정류장 같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저희 천국에 과학기술들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생산하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 곳이니까요.”
“그럼 주로 생전에 과학자였던 분들이 계시겠네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생전의 과학자분들도 계시지만 생전에 의사였던 분들도 많이 계세요. 천국은 다치거나 죽진 않으니 사람에게 쓰는 의술은 필요없지만 로봇들은 사람의 인체를 따서 만든 것이 많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신 의사분들의 도움이 크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배워 본인의 의학적인 지식과 결합시켜 연구 개발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천국에 와서도 배울 수 있나 보군요. 그리고 똑똑한 건 생전에 똑똑해야 천국에서도 똑똑한 모양입니다. 생전에 의사를 하셨으니 과학기술도 배우실 수 있는 거겠죠? 하하~”
“사람들마다 달란트(재능)가 다른거니까요. 실제적으로는 달란트는 있지만 생전에는 기회가 없어 배우지 못했던 분들이 이 곳에 훨씬 많습니다. 과학분야 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부분 등 원래 자신이 가졌던 달란트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는 열려있답니다. 실제 생전에 똑똑하신 분들 중에도 공부가 체질이고 재미있던 분도 계시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분들도 계시니 그런 분들은 공부라면 치가 떨린다고 다른 적성의 길을 가시는 분들도 꽤 많답니다.”
“이 천국에서는 가지고 있던 달란트를 찾고 또 필요하다면 배울 수 있고 그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는거군요. 참 일이라고 하기보단 봉사활동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사실 천국에는 돈이 없다고 하셨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대가 없이 일을 한다는게 아직 이해가 잘 안되네요. 봉사활동이 혹시 ‘의무’인건가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만 천국에는 ‘돈’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이 이승보다 잘 돌아간답니다. 사람이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가치가 없다’라고 느껴지면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치 있다’라고 판단하면 그게 어떤 이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존재라고하죠. 이 곳 천국에서는 그런 사람의 습성이 잘 발현되는 곳입니다. 다들 자신이 맡은 봉사활동이 ‘가치’있다고 느끼기에 자발적으로 자신이 맡은바를 잘 행합니다. 물론 그 것만으로 봉사활동을 임하는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천국은 밤이 없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 또한 없는 곳입니다. 시간에 메여있지 않는 여유가 오히려 스스로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 돈이 없다는 건 돈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참 희안하게도 오히려 돈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한 걸 소유하려는 욕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원한다면 또 소유할 수 있기도 하죠. 그런 시스템이 자신이 맡은 바를 ‘의무’로 느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구속’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생각이 또한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합니다.”
“음.. 정말 신기한 일이네요. 의무가 아니기에 오히려 스스로 할 일을 하고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에 스스로 일을 하고 시간에 쫒기지 않고 돈이 없이도 원하는것을 소유하는 삶이 스스로 일을 하게 만든다. 뭐 정리해보면 그런 말씀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사람이 참 신기한 존재인거죠. 아까 봉사활동이 의무냐고 하셨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간혹 생전 소원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실제 어떤 봉사활동직도 담당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또 사람이 참 신기한 것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지 못합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는 뭘 하면 되냐고 연락이 오시죠. 사람은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로 느껴지는 것을 사실 잘 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생전에 인정받을 기회도 사랑받을 가족과 친구도 어떤 것을 경험해볼 기회 조차없어 무의식에 크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고 심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전 기억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의 상처나 트라우마도 전혀 남아있지 않죠. 천국은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을 금방 느끼시기 때문에 그 무의식에서 대부분 금방 벗어나십니다. 분명 자신이 해서 가치있다고 느낄 수 있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즐겁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분명히 있을 거란 희망, 믿음이 마음에서 생기게 되지요. 사실 천국에서의 몸은 지치지도 않고 잠을 자지 않아도 되지만 또 쉬고 싶으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무’도 ‘구속’도 ‘강제’도 없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한답니다.”
사람도 신기한 존재고 이 천국도 신기한 곳인게 분명하다 생각과 함께 나는 생전에 어떤 일을 했을까 또 천국에서 나는 어떤 봉사활동직을 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 또한 알게되겠지.....
“원하시면 언제든 연구부서 개발부서 생산부서 다 가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다니는 캡슐버스도 타보실 수 있구요. 오늘은 여기서 둘러 보기만 하시고 다음 코스인 ‘쇼핑센터’로 이동하시죠.”
돈이 없는 곳이라는 거에 애써 이해해보려 애쓰고 있는데 쇼핑센터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 냐’는 듯 놀란 눈으로 도우미를 바라보자. 그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살짝 웃기만 하더니 빌딩 숲을 지나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문제의(?)쇼핑센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