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9)

돈이 존재하지 않는 곳

by Heana

드론은 빌딩숲을 지나고 있었다. 높고 낮은 빌딩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니 단층의 건물이 부지 넓게 차지하고 있었다. 건물들이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였다.

“쇼핑센터 분위기 괜찮죠? 르네상스풍으로 인테리어했답니다.”

쇼핑센터는 한 가운데 둥근 광장이 있었고 그 광장을 둘러 넓게 펼쳐져 있었다. 드론은 그 광장 한가운데 내려 앉았다. 도우미와 나는 드론에서 내려 광장에 발을 딛었다. 우리가 내리자 드론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광장 가장자리로 향하자 동그란 원반 같은 것이 땅위에서 살짝 떠있는 채로 우리 둘 앞에 각각 섰다.

“‘태우미’타고 이동하시죠.”

원반 이름은 ‘태우미’였고 그 것을 우리가 밟고 올라서면 쇼핑센터 길목따라 움직여주는 것이였다.

“‘태우미’가 쇼핑센터를 따라 안내해줍니다. 혹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있으신지요? 먼저 그 곳으로 가봐도 되고요.”

그러고 보니 거실에는 창을 바라보는 소파와 다락에서는 커피 마실 수 있는 티테이블이 있었으면 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소파랑 티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그럼 ‘가구거리’로 먼저 가면 되겠네요.”

“가구가 필요하시군요. 가구거리로 안내해드리면 될까요?”

‘태우미’에서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내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잠시후 태우미는 어디선가에서 멈춰섰다.

“이제 내려서 한 번 둘러보실까요?”

도우미와 내가 내리자 태우미는 어디론가 다시 가버렸다.

드론에서 바라봤을 때 쇼핑 센터 부지가 한 마을 처럼 보일 정도로 어마 어마 했는데 ‘가구 거리’만 봐도 그 크기를 짐작할만 했다. ‘거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거실가구, 침실가구, 주방가구 등 집안의 공간에 따라 가구가 전시되어있답니다. 말씀 하신 물건은 거실가구코너로 가보면 되겠네요.”

“어서오십시오. 가구거리입니다.”

어디선가 안내멘트가 들려왔다. 그리고 안내 멘트와 함께 왠 조그만 드론이 우리 옆에 날아왔다.

“필요한 제품이 있으시면 물건을 가르키며 “구입”하고 말씀하시면 “가이드” 다 알아서 해줄껍니다.“

여기는 드론이 참 다양하게 쓰인다는 생각을 하며 도우미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거실 가구’코너에 도착하자 소파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고 안마의자 같은 것도 보였다. (여기서는 몸의 피로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은데 안마의자는 왜 필요한 걸까 생각이 들었다.) 흔들의자도 있고 쿠션 같은데 기대 누울 수 있는 종류도 있었고 매우 다양했다. 여러 가지 티 테이블도 있었고 거실장이나 거실테이블, 거실 책장등 없는 가구가 없었다.

“그런데 천국은 돈이 없는데 이런 물건들은 어떻게 구입하는 거죠?”

“하하~ 우선 마음에 드는 것부터 골라보시죠. 쇼핑이 끝나시면 다 아실껍니다.”

나는 우선 구경부터 하자하는 마음에 신중히 물건을 살피기 시작했다. 소파는 내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의 쿠션이 푹신한 3인용 쿠션을 골랐다. 'ㄱ‘자 모양으로 생겨서 소파 옆으로 뿐 만 아니라 세로로도 누울 수 있도록 소파에 누어서 인공노을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소파를 가르키며 “구입”이라고 말했다.

“그린 3인용 카우치 소파 구입 확인했습니다.”

‘가이드’에서 안내가 흘러나왔다.

다음은 티테이블을 살폈다. 좌식으로된 테이블에서 골랐는데 다락이 지붕이 꽤 높긴했지만 창문 가까이에 앉아 커피를 마치려면 천장이 앉았을 때 높이와 맞았기 때문에 좌식이 맞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은 심플하게 하얗고 둥근 테이블을 선택했고 그 테이블과 등을 기대 앉을 수 있는 좌식소파가 같이 진열되어 있었으므로 의자도 하나 선택했다. 역시 각각 “구입”이라고 말하자

“심플 화이트 좌식 티 테이블과 1인 좌식 소파 하나 구입 확인했습니다.”

라는 안내가 또 흘러나왔다.

“필요한건 아직 이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직 천국생활이 많이 익숙하지 않으셔서 필요한 걸 미쳐 다 생각 못하셨던 것 같네요. 여긴 없는게 없답니다. 어떤게 있는지 태우미 타고 한 번 둘러보시면서 파악해놓으시고 필요한게 있으시면 또 오십시오.”

구입은 끝났다는 걸 알자 ‘가이드’는 사라졌다. 도우미와 나는 마져 가구거리를 구경하고 거리가 끝날쯤 태우미 2대가 길목에서 또 기다리고 있었다. 태우미는 쇼핑센터 이 곳 저곳을 태우고 다녀주었다. 가구 뿐만아니라 옷, 신발등 패션 용품부터 수영복, 스키복 같은 스포츠용 물품 등 없는게 없었다. 특히 전자제품거리가 인상적이였는데 과학이 발전된 천국인 만큼 특수한 제품이 많이 있었다.


쇼핑센터를 한 바퀴 돌고 있자니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나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거울이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에 내 모습을 비춰볼 일도 없었지만 천국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내 모습은 사실 생각도 못해본 것이다. 나에 대한 기억이 없기도 했으므로 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천국와서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네요. 아까 옷 팔던 곳이 보였는데 거긴 거울이 있을까요?”

“천국에는 사실 거울이 필요없습니다. 옷 파는 곳에도 거울은 없죠. 다만 가상현실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있습니다. 입어 보고 싶은 옷을 선택하면 그 옷을 입은 모습이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되어 나온답니다.”

“그럼 거울이 없으면 제 얼굴, 제 모습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천국에서 전혀 다른 몸이 되었다는 거 앞의 도우미에게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하시긴 했어요.”

“혹시 번데기가 어떻게 나비가 되는지 아시나요?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면 그 애벌레에서 날개나 나오고 다리도 나오고 하면서 형태가 변할 것 같지만 사실은 완전히 액체 생태로 녹은 후 재 구성이 된답니다. 그래서 애벌레의 모습과의 전혀 다른 형태의 나비의 모습이 되는 거죠. 우리의 몸도 완전히 그렇게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몸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입니다. 앞으로 전혀 다른 몸에 대해선 더 알게 되시겠지만 우선 거울이 필요 없는 것은 우리는 서로 ‘알아보지’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 조차도요. 사람은 반드시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천국에서도 관계를 하고 살죠. 하지만 그 ‘관계’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생전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시던 분들도 계시겠죠. 그런 기억이 남아있다면 천국은 진정한 천국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좋았던 관계도 있겠지만 마냥 좋기만 한 관계는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가까운 ‘가족’과 ‘친구’등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흔하죠. 오히려 처음 본 낯선 이에게는 상처받을 일이 거의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린 자신에 대한 기억도 없고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다음에 만나더라도 저라는걸 알아보실 수가 없죠. 항상 ‘처음 만난 사이’같은 관계만 하고 산답니다.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단순히 '관계'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이나 외모를 알아본다면 비교하게 되어있습니다. 나는 왜 못 생겼을까 나는 왜 뚱뚱할까 하면서요. 하지만 우리는 평균치의 몸으로 인식합니다. 몸을 인식해야 생활이 편리하기 때문에 ‘인식작용’을 하는 것일 뿐 진짜 내 몸인 건 아니죠. 다른이들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몸을 인식할 뿐이며 다들 비슷한 몸으로 인식하기에 내 몸과 다른 이의 몸을 비교할 일이 없죠.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비교를 할 일이 없습니다. 다만 옷이나 악세사리 가방 신발 같은 걸 구매하시고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보시면 생전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모습이 비춰집니다. 사람이란 아름다워하고 싶은 존재니까요. 그 외에는 서로의 몸도 얼굴도 전혀 알아보지 않기 때문에 사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거나 해야할 필요성도 욕구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우리의 전혀 다른 몸은 이승에서 말하는 ‘신체’와는 전혀 다른 의미 가진 ‘몸’이라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도우미의 꽤 장황한 설명이였지만 내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져 서로를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의 몸 조차 필요에 의한 인식을 한다는 것 정도로 내 머리에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상현실 디스플레이에 나올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참 이건 여담인데 천국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얼굴이 생전에 좋았던 관계들의 얼굴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냥 생각만 해도 믿음직하고 사랑스럽고 행복해지는 얼굴들 있잖아요. 그래서 알아보진 못해도 처음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느낀다고들 하더라구요. 우린 기억이 없으니 확인 할 수는 없지만요. 생전에 그런 관계가 단 한명도 없었던 사람도 사실 있기 때문에 그냥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항상 처음인 듯한 관계를 전혀 낯선 느낌없이 맺는다는게 그런 이유 아닐까 하는 것이죠. 딱히 생전에 좋은 관계의 기억이 없는 이들은 어쩌면 생전 사랑받고 싶었던 대상이나 그냥 스쳐갔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대해줬던 슈퍼아줌마나 세탁소 아저씨의 얼굴일지도 모르구요.”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만나고 있는 지금 이 도우미의 얼굴은 내 생전의 어떤 관계의 얼굴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의 얼굴을 분명 보고 있긴 하지만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인지 할 수 없었다. 마치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같이 보인달까...그러고 보면 앞의 도우미도 그랬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 할 만큼 낯설지 않게 그와 함께 다닌 것을 보면 진짜 기억에 없지만 누군가의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쇼핑센터는 이정도만 둘러 보시면 되겠죠?”

쇼핑센터를 어느새 한바퀴 돌고 태우미는 우리가 처음 내렸던 광장으로 데려다주었다.

“구입하신 가구는 계시던 곳에 가있을 껍니다. 가서 한번 확인해보시고 잠시 쉬고 계시죠. 드론 택시를 부를께요.”

도우미가 시계로 드론 택시를 부르겠지 싶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도우미는 시계를 차고 있지 않았다. 드론 택시를 어떻게 부르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자신의 손목을 살짝 터치하니 홀로그램이 부채처럼 펼쳐졌다. 그리고는 손으로 홀로그램의 화면을 몇 번 터치했다.

“어~ 그 앞에 도우미분은 시계를 차고 계시던데...”

“아~ 이건 쓰는 사람 마다 좀 틀립니다.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쓸 수 있죠. 형태가 있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서 손목시계 형태로도 많이 쓰십니다. 저는 홀로그램 스타일이 좋아서요~ 실제로는 손목에 작은 칩을 심어준답니다. 여러 스타일 중에 고르시면 되시구요. 곧 받으시게 될껍니다.”

저 멀리서 드론택시 두 대가 어느새 날아오고 있었다.

“참.. 아까 고른 제품들은 그렇게 고르면 쇼핑이 끝난 건가요? ‘가이드’에서 구입했다는 안내멘트가 나오던데 사실 계산을 한 적도 없는데 구입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건지 싶네요.”

“하하~ 뭔가 사고 싶은 욕망이 있는게 사람이니까요. 실제 돈은 안내도 뭔가 샀다는 기분은 나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거라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곧 드론이 광장에 내려앉았고 나는 구입한 가구를 거실과 다락에 배치할 생각에 우선 빠져있었으므로 얼른 드론택시위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숙소로 순간이동 모드로 설정되어있습니다. 설정대로 모셔다 드릴까요?”

드론택시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응 그렇게 해줘.”

앞 서 순간이동 때처럼 드론택시의 지붕이 닫히고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흔들렸다. 이제는 예상할 수 있었다. 곧 지붕이 열리면 내가 머물던 그 곳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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