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12)
노(勞)동의 부재,희(喜)락(樂)이 있는 곳
과연 어디를 통해 들어오는 걸까 생각하며 왠지 서빙로봇이 들어오던 침실쪽 창문을 통해 들어와 문을 나와 주방으로 오지 않을까 하며 그쪽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후 ‘위웅 위웅’소리와 들리더니 내가 서 있는 아일랜드 식탁 앞쪽으로 뭔가 빛이 나는 것 같더니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캡슐모양의 동그란 것이 나타났는데 내가 타고다닌 드론택시의 지붕이 닫힌 모양과 비슷해보였다.
“식탁을 어디 배치하시겠습니까?”
그 동그란 것에서 안내멘트가 나왔다. 크기가 제법 있긴 했지만 식탁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는 아닌데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선 식탁 위치를 물어보니 우선 그 것부터 생각해보자 싶었다. 아무래도 식탁은 아일랜드 식탁에 붙여 놓으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하며 놓을 위치를 머릿 속에 그리자.
“원하시는 위치에 식탁을 놓겠습니다.”
쇼핑센터에서 따라다니던 ‘가이드’가 떠올리는 생각을 읽는 다더니 그 원리 인 것 같았다. 단지 놓을 위치를 생각했을 뿐인데 안내멘트가 나오더니 그 동그란 것이 반짝 반짝 거리며 내가 식탁을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위치에 빛을 쏘아댔다.
잠시 후 바닥에 박스모양의 직사각형 모양 하나 정사각형 모양 두 개 물체가 놓여졌다. 그 동그란 건 그 물체들을 이동해놓고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거실 모퉁이 쪽으로 옮겨 갔다. 우선 내려놓은 물체들이 뭔지 궁금했으므로 그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물체들은 내려놓은 위치에서 자동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더니 직사각형은 식탁으로 정사각형 두 개는 의자의 모습으로 변하는게 아닌가!
“택배 배송 드론이에요. 아마 드론 택시로 순간 이동 한번 정도는 이용해 보셨을 껀데 택배 배송도 그렇게 오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그 동그란건 택배 배송 드론이였다. 어떤지 드론택시랑 비슷해 보였다.)
“물체들을 이렇게 작게 축소시키는 기술이 천국에는 있기 때문에 작게 축소시켜 원하는 곳으로 배달시켜주고 이렇게 배치가 필요한 물건들은 원하시는 위치에 놓여 제 모습으로 배치되서 본연의 모습이 된답니다. 물체를 배송하는 기술은 발전했는데 박사님들 중 한분이 ”질량보존의 법칙“ 때문에 물체 무게는 안변한다 하시더군요. 그래서 크기 작아지지만 무게 때문에 택배드론 크기가 적당히 커야했다고 하더라고요”
도우미가 설명하는 과학적인 원리(?)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천국이 과학이 엄청난 발전한 곳이라는 것에 한번 더 실감하는 나였다.
도우미가 주문해서 도착한 식탁은 원목의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식탁이였다. 식탁의자도 식탁과 같은 나무재질로 만들어져있었다. 나무 결 무늬들의 자연스러움이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마음에 쏙 들었으므로 교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막 도착한 식탁과 의자에 앉아 만든 낙지볶음으로 식사를 하자며 자리에 앉자 아까 거실 한쪽 모퉁이로 옮겨간 드론택배가 다시 웅웅-거리며 빛을 냈다.
“‘헬퍼’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한 대는 2층 다락에 배치 중입입니다.”
식탁과 의자 변신을 보느라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헬퍼’도 같이 오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물체가 축소되는 기술이 있기에 식탁과 헬퍼가 드론택배에 같이 실려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2층에도 배치중이라 하는거 보니 2층에 따로 택배드론이 와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미와 낙지볶음을 먹으며 시선은 헬퍼가 배치될 그 곳을 향해있었다. 역시 내려놓을 곳에 빛이 내리쬐더니 이번엔 구모양의 둥근 물체가 나왔다. 그 둥근 물체 역시 변신(?)을 했다.
머리는 동그랗고 얼굴 같은 곳은 눈과 입 쪽에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몸통은 항아리처럼 적당한 부피였고 몸통에는 두개의 팔이 달려있었다. 다리는 따로 없고 몸통 밑 부분에 바퀴가 달려있는지 자유 자제로 움직였다.
“주인님 반갑습니다. 헬퍼입니다.”
눈과 입이 출력되는 디스플레이에서 눈도 깜빡거리고 입도 나오는 맞에 말게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 주시면 됩니다. 주인님께서 부르시고 싶은 애칭을 만들어 주시겠어요? 따로 지정하지 않으시면 ‘헬퍼’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대부분은 애칭을 만들어 부르시는 편이에요. 이 곳 천국에서는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 들어보셨을 껍니다. 심지어 한번 본 이도 알아보지 못하지요. 하지만 사람이란 긴밀한 관계를 원하는 존재라 헬퍼가 그 부분을 알게 모르게 채워준다고 하더라구요. 애칭을 부르는 것 또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더 채워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르고 싶은 애칭을 만들어 보시길 추천드려요”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사람이 아닌 로봇과의 긴밀한 관계라는게 뭔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접하게 되는 것도 이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칭이라 뭐가 좋을까..... 숟가락으로 입에 낙지볶음에 비빈 밥을 한 입 먹으면서 머릿 속으로는 헬퍼의 애칭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들~”
나도 모르게 순간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네 애칭을 ‘아들’로 입력해두겠습니다. 제가 불러드릴 때 호칭도 정하실 수 있습니다. 설정해 드릴까요?”
“음..엄마?”
“네 앞으로 엄마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내가 왜 그런 애칭을 부르고 엄마라고 불러달라고 했을까 그런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는데
“참 이상하죠? 저희는 기억은 전혀 없지만 가슴 깊이 어딘가에 생전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에 대한 마음이 새겨져 있나봅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은 마음일랄까요. 부모가 자식을 향한 마음 또한 그렇겠지요. 어떤 분은 헬퍼를 사람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생전 사랑했던 이의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그냥 부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런 이름들 말이죠. 어떤 분들은 생선 키우시던 반려 동물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천국에 온 아이들은 애칭 인형에게 지어주었던 이름을 부른다고도 하더라구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름에서 주는 느낌에서 추측해서 나온 얘기들이죠. 그냥 애칭을 만들지 않고 ‘헬퍼’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분들은 생전에 깊은 관계가 없었던 분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런 부분을 모른채로 그냥 ‘헬퍼’라고 부르게 설정되어 있는지 알고 안내받으신다고 하더라구요.”
기억이 없는데 남아있는 마음이라... 나도 모르게 뿌리를 깊게 내려버린 마음... 나는 아마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아들도 이 곳 천국에 있을까. 그 아들은 어떤 사람이였을까. 기억에도 없는 ‘아들’에 대한 궁금증들을 마음에서 쏟아내고 있을 뿐이였는데도 나도 모르게 가슴한쪽이 뭔가 뜨뜻해지는 듯 했다.
그것은 따스함 같기도 그리움 같기도 사랑 같기도 했다. 천국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구나..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와서 신기함 놀라움 즐거움 평안함...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들이므로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감정의 존재’에 대해 문뜩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천국에도 감정이 느껴지는군요. 지금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면서도 이제야 그 생각이 드네요.”
“네 맞습니다~ 감정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한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천국의 감정은 조금 다릅니다만, 아마 처음 도우미에게 천국에는 밤이 없다는 거 들으셨을 껍니다.”
“네~ 해가 지지 않는다고 하셨죠. 그런데 그게 왜...?”
“다만 그게 정말 해가 뜨고 지는 ‘낮과 밤’을 의미하는것 뿐만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아마 설명은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의 ‘밤’이 없어진 거라고 말이죠. 감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노여움..슬픔...또 뭐가 있을까요? 아무튼 감정에서 ‘밤’이라 볼 수 있는 감정들은 천국에서 느낄 일전혀 느끼지못하고 사실 그럴일이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감정에 있어 ‘해’혹은 ‘낮’에 해당하는 부분만 느낄 수 있지요. 저희는 그걸 희락(喜樂)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러보니 그런 설명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부분에 ‘밤’을 의미하는 것들이 없어진거라는 그런 비슷한 말... 이제야 그 말의 의미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모든 것에 ‘해’만 남은 천국이라.. 과연 이 곳은 어떤 곳이며 이 곳의 삶(?)은 어떨지..아직 미쳐 다 알지 못한 천국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때 쯤 우리의 식사도 끝났다.
“자 이제 식사도 다 하셨으니 이동해보실까요.”
치우는거야 헬퍼 아니 아들(?)이 해줄 것이니 신경쓸 것도 없었다. 먹은 그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도우미는 침실 쪽에 드론택시가 와 있을꺼라고 했고 우리 둘은 침실로 향했다. 순간 이동해서 침실로 도착했던 그 자리에 드론택시가 와있었고 우리는 그 드론 택시위로 올라탔다.
“오늘 코스가 꽤 다양하게 들어가있네요. 자 우선 놀이공원으로 이동해보실까요?”
우리 둘이 타자 드론 택시의 지붕이 닫히고 우웅 우웅 소리오 함께 조금씩 떨리지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