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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Aug 16. 2023

부모의 '반쪽'이 없다는 건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이미 아픈지 오래 되시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아버지를 둔 남편은

남자로써 묻거나 고민 상담할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우리 아빠였다 했다

형이 없었던 남편이였기에

아빠는 남편에게 '제 2의 아버지'이자 '형'이 였을 것이다.


어느날 우리 둘이 너무 심하게 다퉈

도저히 어떻게 풀어야할지 막막한 순간에도

"장인어른~사실 와이프랑 심하게 다퉜습니다~"

하고 전화를 했던 남편이였던 것이다.


아빠는 묵묵히 남편 말을 듣더니

"둘이서 잘 해결해야지." 하고 대답해주셨다고 했다.

화 많은 우리 아빠가 조금은 당황스러울 전화에 그렇게 침착하게 대답해주었다는게 의외였는데

남편은 오히려 혼내지 않고 잔소리 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다는 격려 한마디가 힘이 됐던 모양이다


어쩌면 나보다 아빠를 더 의지했을 남편이 아빠가 돌아가시고 '상실'에 대해 더 큰 공백이 왔던 것도 이상할리 없었다.


사실 아빠가 '아빠'로써 나에게 역할을 했던 기억은 솔직히 많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반쪽'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지를 이따금 느낀다

사실은 묵묵히 있었던 것일 뿐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계셨을지 모른다

어쩌면 로는 '존재'만으로

그 역할을 해냈을 아빠...


'어제 처럼 답도 없이 싸운 날은 아빠가 계셨다면 남편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자 눈물이 쏟아졌다.


남편 의지가 되었던 만큼

아빠를 친정에서 유일하게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 것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남편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한편으로는 또 두려울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우리 아빠였던 것이다


사실 그럴리가 없는데도

'아빠 없다고 나한테 이렇게 함부러 하나'

그런 억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배우자를 잃으면 흔히 '반쪽'을 잃는 다고 하는데

부모라는 존재 역시 그랬다

양쪽이 온전히 존해할 때 '부모'로써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반쪽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는

그 빈자리 그대로를 온 마음으로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다음달이면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이면 또 생각날 아빠

술 좋아하시던 아빠신데

사위가 셋이라도 술 마실 줄 아는 사위가 막냇사위 뿐이라

둘이서 조촐히 앉아 주 한잔 하 자리에

맥주 한캔 들고 같이 앉던 나인데

아빠가 안계시니 그 조촐한 술자리도 없어졌다


엄마가 우리 집 2층에 사시면서

사실상 '친정'이라는 의미가 없어진 나...

그래서인지 이제 명절 특유의 기분도 나지가 않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더니

계실 때 내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안계시고 나니 그 빈자리가

때때로 때때로 자꾸만 가슴 한쪽을 시리게 한다


지금은 같은 집에 살며 부딪힘이 많아진 엄마지만

'그래도 후회되지 않게 행동해야지'

하고 자꾸 마음을 먹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먼 일이라 믿고 있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더 더욱 클겠지...


소중한 가족을 잃고 나니

언젠가는 '헤어짐'을 맞이할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끔은 그들을 갚자기 잃는 끔찍한 상상이 나도 모르게 떠올라 머리를 휘젖기도 한다

그들이 부재하게 되었을 때 나의 삶에 끼칠 영향 또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고 나면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반대로 깨닫기도 한다


사람이 이렇게도 둔한 존재인 것이다

'없어야' 그 존재의 가치를 아는...


그렇기에 가끔은 짜증나고 화나고 분노하는 순간에도

자꾸만 생각하려 애쓰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사람 없으면 어떻게 하겠냐..'하면서 말이다


부모의 '반쪽'을 잃으며

나는 한 뼘 성장하기도 하고

내 주의의 사람을 한번 더 둘러보기도 하고

그 '부재'로 '존재'에 대한 가치 또한 깨달은 나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마음의 빈 자리를 간직한채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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