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우울이 좋았다.
그동안 말로만 하던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서,
가끔 누군가와 눈 마주치고 대화할때
뜬금없이 눈물이 나려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거말곤 내게 온 적당한 우울이 좋았다.
내 우울은 뭔가 벽을 넘어 다니는 것 같았다
서로 세계관이 완전 다른 두 세상을 왔다갔다 하는듯,
사실은 처음엔 매우 혼란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로지 한 세상속에만 속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싶다
오직, 내 자신.
내 이름으로 살 수 있는 그 세상
그 세상이 너무 좋아서...
하지만 난 머지않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할까..?
버릴 수 없는 내 세상이 있다는 것을,
또 다른 세상 속의 나는
여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 마음이 사실 제일 우스웠다
여자라니..
그걸 잊고 산지가 십여년이 훨씬 넘었는데.....
혼란 속에서 찾은 답은
두개의 자아를 가지고 살자는 것이였다
그렇지않고서야 깊은 우울에 빠질것만 같았다
한 세상의 내 이름은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이자 '딸'이였다.
또 다른 한 세상은 오롯이 내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였다.
나는 결국 각기 다른 사람인듯 두 세상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어야했다
때론 그 두개의 자아가 뒤엉켜 대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 방법만이 유일히 나를 '적당한'우울로 이끌었다
심장이 자꾸만 두근거렸다
이 두근거림이 무엇인지..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내 자신'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설레이는게 아닐지 추측할 뿐이다
사실은 전혀 만날일없던 사람들이
'사회인'이라는 소속으로 만나 인연을 만드는것 또한
설레임의 한 부분이리라
작은 설레임과 적당한 우울이
내 마음에 공존한채 살아간다
때론 삶의 활력소가
때론 절망이 되어줄
나
그리고 또 다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