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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의 잘못,

by Heana

최근 몇달간 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앞으로 내 인생이 갈길 방향이 달라질만한

아주 큰 획을 그을만한 일들이 다수 발생했었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니였고

내 의지는 더더욱 아니였고

작고 큰 우연같은 일들이 겹치고 설키더니

도저히 풀 수 없는 실타래가 되어

완전히 끊어버려야하는 수준이 됐다


워낙 길고도 질긴 인연들이라

쉽게 잘라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잘라내는 과정들이 모두 고통이였다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산다

3년 전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실 때도 느꼈지만..

정말 전혀 예상도 못한 일들이 내게 벌어진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했었었다


난 솔직히,

최근 내게 벌어진 그 수많은 '불안'들이

조금은 남다르고 심각한 불안들이라

'유난'을 떨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겪은건 인간이 감당할 고통을 뛰어넘었다고..

그렇게 '생색'이 내고 싶었다


어찌보면 색깔과 크기, 형태만 다를 뿐..

모두가 불안을 안고 살고 있다

인생이라는 자체가 한치 앞을 모르며

내 뜻대로 되어주지도 않고

준비되지도 예상하지도 않은 갑작스런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어쩌면..

'불안'을 대하는 나의 태도,자세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극도의 불안이 사방에서 물밀듯 쏟아지면

그걸 어떻게 담아내고 치워야할지를 몰라서

어린 아이처럼 미성숙해지고 유치해졌던 걸까


그래도 많이 어른이 되었다고

그래도 많이 사람이 되었다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착각이였을까..?


아니면 아직 성숙해지지 못한 내 안의 무엇인가가

제대로 마주볼 기회조차 없었던

어쩌면 나조차 외면했던

내 마음 속 아주 어리고 여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소리 치고 있는데

내가 그 소리가 나는 곳의 문을 닫아버려서

내 마음이 그동안 공허 속에서 메아리 치고 있었던건 아닐까


그 공허 속 메아림이 내게 혼돈의 카오스,그 자체 느껴졌고

그래서 모든것이 엉망진창인 것 처럼 느껴졌다

알고보면 결국은 '내 문제'였고

내가 스스로 풀어야하는 숙제 들이였다


조금 차분해져 보기로 했다

찬찬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불안하니 마음까지 급해져서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뭐가 그리고 날 고통스럽게 하는지

내 스스로에게 제대로 질문하지도 못했다


진정해보자고 수만번 마음을 먹어도

가만히 있는 나를 수 많은 사람들이 찌르는 것 같았다

왜 내가 잘못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일들에

책임을 물어야하는지 회피하고도 싶었다

피해의식이 마음에 자리잡으려 하자 두려워졌다

이렇게 '불안'에 휘둘려

내 자신을 엉망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 알고보면 참 괜찮은 사람인데

그게 무너진 듯 해서 힘들었네

타인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를 인정하며 잘 서있었는데

깊고도 오래된 신뢰 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지..

타인의 인정이 간절히 필요했구나...

그래서 계속 확인하고 싶었고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데에서..

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이 피드백이 오는 것을

(그게 날 위해서 하는 말이였데도)

나는 도저히 견뎌낼 힘이 없었구나..

원래라면 잘 세겨듣고 내가 필요한 부분만 잘 도려내서

내 인생의 영양분으로 잘 쓸 수 있는 사람인데

지금 내 마음의 상태로는 그 모든게 고통이 상처구나..


난 마음의 쉼이 필요한 것 같다

꼭 만나고 관계해야하는 사람들 빼고

대부분의 사람과의 관계를 잠시 단절해야겠다

오롯이 날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고립시켜야겠다

오히려 가볍게 스쳐가듯 만나는 가벼운 관계만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상태인 것 같다


그렇게 고립되서 찬찬히 생각해보고

깊이 뜯어 보기로 했다

너무 아프고 깊은 상처라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한..

내 깊고 깊은 곳 속에 울고 있는 내 자신을

내가 가서 말없이 안아줘야겠다


회복해야겠다

반드시

이 불안을 온몸으로 다 겪어내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하며 온전한 사람이 되야겠다


그래 뭐든 와라

내가 다 씹어 먹어줄께

이제 '불안'따위에 굴복하도록

나를 내버려두진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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