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가질 수 없는 '평범한 가정'이란 이름.
1년의 계약직을 끝으로 첫 직장생활이 아쉽게 끝이 났다
실업급여를 받던 중 조기취업이 되어
10인 미만의 작은 회사이긴했지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직장은 남편이 다니는 직장과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는 위치에 있었다
출,퇴근 시간도 같아서 차가 한대밖에 없는 우리 부부는
출,퇴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였다
(물론 때에 따라 퇴근을 같이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지난 직장생활을 하며 우리 가족은 가장 풍요롭게 지냈고 부부사이도 좋았다
아무래도 내가 경제적인 능력이 생겼고
맨날 집안일 얘기, 돈 얘기, 자식 얘기밖에 할게 없던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연관성이 없는 대화거리가가 생기니 화기애애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싸운게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대화 주제 자체가 예민하고 싸울 수 밖에 없는 것들이였던게 아니였을까 생각이들었다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관계적으로 좋게 해준 직장생활이였기에
이번에 들어간 직장도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직장 얘기했던게 화기애애한 대화 주제 이기도 했고
그래도 사회생활 오래한 남편이라 조언을 구하면 도움이 되기도 해서
직장 얘기나누며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일부러 더 했던 얘기들이였는데
결국 그 얘기들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무래도 출,퇴근을 같이 하다보니 더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특히, 아이가 없는 시간에 아이 얘기할 수 있는게 가장 좋았다
아이가 들으면 안되는 얘기들이 있기 마련인데
아이 없이 얘기할 기회가 아예 없었으니
아이가 엄마 아빠가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될일이 잦았고
사과하는 과정이 없는 우리 부부였으니..
아이 마음 깊은 곳엔 항상 불안이 있었다
대화의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일부러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서 하려고 했던 내 의도 때문이였는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한게 문제였다
물론 직장동료의 얘기일 뿐인 말들을 남편이 다르게 왜곡해 들은것도 문제이긴 했지만
결코 '이혼'까지 갈 이야기들은 아니였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사업 계약이 늦게 되며 밀려있던 업무가 한꺼번에 쏟아져서 계속 야근을 해야했을 때가 있었다
남편은 내가 야근 한다고 차를 놔두고 간적도 없었고
기다렸다 나를 태우고 간적도 없었고
늦게 끝나는 나를 태우러온 적도 없었다
(직장에서 집까지 차로 5분이내의 거리였다)
그날 사실 남편은 본인의 필요에 의해 회사에 남아있었다
야근하는 나를 기다렸다 태워갔던게 그렇게 단 이틀이였다
그런데도 난 쓸데없이 마음이 흔들렸다
'못났든 잘났든 와이프 야근 끝나면 태우고 갈꺼라고 기다리는건 내 남편뿐이 없구나.'하는 생각때문에...
다시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작은 것에도 마음이 풀리는데 왜 그동안 그런 노력도 안해줬냐고
조금은 원망어린 말투이긴였긴 했지만..
남편에게 내 진심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런데 남편은 나랑 못 살겠다고 하더니 캐리어에 급하게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렸다
그날 아주 오랜 시간을 아이처럼 소리내서 울었다
다음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만큼
양쪽문을 다 닫고 울었는데도 얼마나 오래..크게...울었던지
아이가 내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 표현하는 애가 아닌데...
엄마 마음을 아프게한 아빠가 며칠 보기 싫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당연히 보이면 안되지만
나도 엄마이기전에 인간인데 어떻하겠는가
그런 상황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남편은 사는 동안 항상 그랬다
날 일부러 아프게 해놓고
상처주려는 말을 의도적으로 해놓고
나혼자 아파하며 눈물흘리는 시간동안 날 방치해놓고는
나 혼자 오해하도록 내버려 놓고는
항상 내 탓을 했다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항상 왜 내 마음대로 생각하냐고...
외면하고 회피하고
남편은 한번이라도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해결되었던 문제는 하나도 없었고
결국 그 모든 문제들이 모이고 모여서
그 당시에는 오히려 가볍게 해결될 문제들이 엉키고 설켜
'이혼'큰 문제가 되어버린거 아닌가 싶다
부족한 사람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완벽한 것도 아니니 그건 괜찮았다
자기밖에 모르고 유치한데다 때론 모지리인가 싶기도 했지만
내 남편, 가족이란 이유로 안고 살아야 한다 생각했다
이제는 '진짜 남'이고 '끝'이다 싶어서 그런지
비겁하고 치사하기까지하며 자신의 '바닥'을 다 들어내는 사람이 남편인데도
분가해서 나와있어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도 한번씩 보고 싶고 그리운 순간들이 있었다
이 보고싶음이 그리움이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런데 난 남편이란 사람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게 아니더라고..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낳아 사는 아주 평범하고도 평범한 가정이란 이름을
다시는 가질 수 없다는 아픔이더라고
어쨌든 겉으로보기에는 자식하나낳고 사는 아주 평범한 가정이였으니..
막상 깨어져보니 속이 썪어 곯아썪어있는 모습이지만,
자신들만의 곪은 상처들이 없는 가정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다들 각자 각자의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거 아니겠나
난 가족이란 그런거라고 생각했거든
찌지고 볶고 상처주고 아프고 때론 곪아터져도 또 품고 살아야하는 거라고
나는 '평범'한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평범'을 유지하며 산다는게 실은 얼마나 힘든지를
다시 '평범한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게 그게 깨어져 버린다는게 너무 아프다
나에게는 너무 간절한 바람이였거든. 내 가정을 가지는게..
그랬기에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 취급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려고 품고 또 품었던 거거든
그 모든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이 허망해졌지만...
다시 살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서류가 정리될때까진 그래도 내 남편이고 내 아이의 아빠라며
너무도 잘못한 당신을 또 용서하고 품으면서
가정을 유지하는게 가장 좋은 길이라는 그 사실, 현실을 부정할 수 없어서
내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같이 살 방법을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그 모든게 싫다고 도망가버린건 오히려 또 남편이였다
그럴때마다 너무 울었고
마음에 피멍이 들었다
이제는 내게 준 모든 상처가 오히려 감사해진다
나는 조금의 티끌이라도 당신에 대한 미련이 없거든
오히려 지금이라고도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참후에 내가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나이가 들었을 때 알았으면
얼마나 더 억울했을까 하며..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가 마음에 턱하니 걸리지만..
아이를 중1이 될때까지 키우며 깨달은 진리 하나가
'엄마의 인생이 있어야 아이도 바르게 크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였다
엄마의 인생이 이젠 아이와 너무 동떨어져야 한다는 현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자식때문에 이 가정을 유지한다고 아이에게 꼭 좋을 것도 없다는게 팩트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
뒤돌아 보고 싶지도 않은 길
잘했다고 잘했다고 그렇게 믿어야 하는 길
오직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