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앞에둔 아직은 같이 사는 배우자를 부르는 법
"아..뭐라고 불러야 할까요?호칭이 애매한데...헤어질 예정일 남편을??"
이혼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은 법적 배우자이며 함께 사는 남편,
그를 부르는 호칭이 매우 애매해졌다
아무래도 더 이상 '남편'이라든지 '여보,당신' 같은 가족적인 호칭은 부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그 인간'같은 저급하거나 욕설적인 표현으로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음...잠시만요...!!"
의미있는 질문은 아니였고 그냥 뜬금없이 던져본 혼잣말 같은 말이였다
하지만 막상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은 아주 재미있는 고민이 생긴양 핸드폰을 뒤졌다
"아~! 해주니. 어때요?"
"...해주니요?"
"헤어질 결심 영화에서 박해일 이름이 '해준'으로 나오거든요."
"아...! 해(헤)어질 준비???"
"엇~! 그런 의미 일수도 있겠는데요??!!"
따뜻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부정적이지도 않으면서
그 안에 나름의 의미는 가지고 있는
'해주니'
그게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남편은 이혼하는 그날까지
자신을 '해주니'라 불렀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는 또 다른 호칭이라니
이 조차도 '이혼'이란 이름의 또 하나의 그림자인 것이 아닐까
'해주니' 그 호칭이
이혼을 계획중이지만 아직은 한집에 살면서 법적으로도 배우자인 남편을 부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되었다
처음에 어색하기만 했던 '해주니'란 '이름'도 계속 쓰다보니 익숙해져갔다
다만 가족들하고 얘기할 때만큼은 '해주니'란 표현을 쓰지 못했다
가족들한테 만큼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조차 알릴 수도 없었고 또한 어색하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긴 생활의 결혼생활이였으니 서로가 쉽게 바뀔 수 있는 호칭이 아니였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남편'이란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순간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우리'라는 말을 너무 익숙하게 쓰다보니 더 그랬다
나도 모르게 '우리 남편'이라고 해놓고는
'에이씨...'하고 짧은 짜증을 내곤했다
미워죽겠는데 우리 남편은 무슨,
사실 같이 사는 동안에도 '해주니'에게 있어 난
'내 사람'이였던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이혼을 앞두고 있었으니 오죽했으랴
난 이혼전에 분가를 하는 선택들 했고
내가 집을 나오자 말자
해주니의 마음은 이미 나와 이혼을 마친 상태가 되었다
내게 10원 한장도 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 진심이였고
내 여러가지 사정으로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였는데도 불구하고
해주니에게는 이제 전혀 상관없는 일이였다
아니 오히려 통쾌해 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막상 사회생활 나가서 돈 벌어보니 만만치 않고 힘들지?
내가 버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살았을 때가 좋았지?"
그의 태도는 마치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특히 이혼을 하게 된데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직장
그 직장을 내 발로 나오게 된 것이
해주니에게서 가장 통쾌한 부분이였다
이제는 내 밥벌이를 내가 해야했기에 더더욱 내 발로 나올꺼라고
한치도 생각치 못한 직장이였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게 될지 정해지지도 않은채로
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내 성격에 이렇게 대책없이 행동하는 일은..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였다
분가도 그랬지만 직장을 관두는 부분은 더 그랬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런 나를 한없이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파워 J"인 내가 아무 계획 없이 무턱대고 그 순간의 감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혼을 결정한 자체가 모두들에게 당연 걱정을 끼쳤다
특히 내 자매들이나 내 친구들 모두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였다
그렇기에 그래도 참고 살지 그러냐며 날 설득했고
'걱정'이란 이름으로 성급하고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내게 첨언하고 때론 나를 탓했다
그 모든 말을 듣기 싫었다
따뜻한 격려의 말도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게 상처고 아팠다
모든 말에 귀를 닫고 그 어떤 조언도 다 튕겨내는 나를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했고 날 어려워했다
결국은 자신들이 상처를 받기에 나에서 멀어졌고
솔직히 나도 그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걱정하는 그들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왜 내 인생을 그들에게 이해받고 인정받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억한 심정이 내 마음안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부부 사이는 둘만 안다고 했던가
그말이 딱 맞았다
가족이라고해도
아무리 깊은 비밀을 나누는 오래된 친구라 해도
부부 사이는 절대로 모르는 것이였다
서로가 에너지 낭비였을 뿐이였던 그 모든 '설명'과 '설득'을 그만 두었다
특히 분가를 함과 동시에 그 모든 관계를 스스로 단절했고
그들 역시 내가 감당이 안된다는 이유로 나와 멀어졌다
혼자 사는 집을 와본건 오로지 내 아이 한명 뿐이였다
가족들에게 내 주소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친정엄마는 매우 섭섭해했지만 내가 가장 분리되어야 하는 존재는 오히려 엄마였다
아주 가까운 관계들이고 오래되고 깊은 관계였기에
내 안에 그 모든 관계에 대한 신뢰가 깨진듯
그동안 살아온 삶이 허무하고 허망했고
상처와 억울함이 마음 속에서 심하게 날 괴롭혔다
내 가까운 인간관계들을 이간질시켜
더욱 멀어지도록 만든건 결국 '해주니'였고
사람으로 단절시키고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서도 성에 안찼는지
하다하다 이제 자식하고 사이를 이간질하고 만나지 못하게 하면서
나를 끊이 없이 괴롭히고 고통 속에 처박아두려고 했다
해주니가 하는 그 모든 행동들은 '분노'였고
무엇이 그를 그토록 화나게 했는지는
나로써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사실 정말 감정적으로 행동하는건 '해주니'였고
나는 예측 불가한 그의 행동과 결정들에
이리 저리 휘둘리고 휘말리고 있을 뿐이였다
더 이상 해주니에게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그와 나의 인생은 완전히 분리될 것이고
그가 더 이상 내 마음을 내 생활을 마음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해야했다
그가 그럴 수록 헤어지길 정말 잘했다는 마음이 굳어져갔고
그의 말에 그의 행동에 미칠 듯한 고통으로 몸부림쳤던 내 마음도
점점 해주니가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 안에 그를 한 점도 남김없이 다 비워버리니
그동안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던 고요하고도 정적인 평안함이 찾아왔다
'가정'이란 이름을 지켜보려고
말도 안되는 것들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또 품고 품었던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으니
오히려 그동안 뭐하러 그렇게 어거지로 견뎌냈나 싶을 정도였다
'나는 헤어질 준비가 다 되었구나.'
서류 정리되기전 분가를 먼저 했기에
'이혼'을 한다는 사실이 더 와닿았고
아무래도 마음정리가 더 빨랐다
내가 나간 것 말고는 그 집에 그대로 사는 해주니는 아마 아직 모르겠지..??
내가 보는 그는 아직 '이혼'을 한다는 그 '현실'조차 와닿지 않은 듯 했다
그져 그는 화가 많이 나 있었고
그 감정에 오롯이 휩싸여서 모든걸 감정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난 그런 그가 최대한 늦게 깨닫고 깨우치길 바랬다
'제발 안전하게 서류 정리가 될 수 있기를'
이제 그게 나의 바람이 되었다
해주니
넌 정말 헤어질 준비가 다 되었니?
난 이제 절대로 다시 뒤돌아 볼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정말 괜찮아??
아무리 못나고 미운 당신이라지만
그래도 내 아이의 아빠고 아직은 내 남편이기에
어떤 후회를 하려고 저러나 참 많이 걱정된다
그런데 이제 나 그만 걱정하려고
항상 당신이 우선이였던 삶이였거든
나도 아이도 아닌 내 우선순위는 당신이였거든
그 습관이 아직 내게 남아있어서그런데..
의식적으로 이제 난 나만 생각할 꺼야
나만 걱정하고 나만 위하면서
이제는 기대하며 설레여볼라고
오로지 나 혼자만 걷는 내 인생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