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 아프다
생각해보면 나는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결혼으로 맺은 가족이나
모두가 다 날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였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는 내 가족하고 가장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했던 것 같기도 하네..
다시금 생각해보면 꼭 그들의 잘못이 아니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그들의 행동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둔 나의 잘못도 분명히 있는 것 같네
난 수용적인 성격이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겉과 속이 항상 같고
한결같은 편인데다
비록 마음 상하거나 싸우일일 있어도
금방 까먹고 뒤돌아서면 웃는 사람인데
편하다는 이유로 믿는다는 이유로
왜 가족들이 더 함부로 대하는걸까
밖에서 받아오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나한테 다 풀어도
그래도 가족이니까..그나마 나니까 받아줘야지 하고 생각한게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쓰란 의미는 아니였는데
무슨 말이든 경청하고
그냥 흘려보듯 하는 말도 놓치지 않고 기억해 챙기는 나를
'가스라이팅'하라고 그런게 아닌데
평생의 의문과 고민이 그거였거든
날 '만만하게'생각하고 행동하는데에는 분명 내 잘 못도 있을꺼라고
막연히 그렇게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오래되고 깊은 인간관계들이 잘못되고나니 이제서야 깨닫네
사실은, 내가 그들을 '나쁜 사람'이 되도록 내버려두었다는 걸,
정확한 '선'을 긋지 못했어
넘어오지 못 하게 했어야 했는데
'경계'가 없었으니
그들이 그렇게 마음대로 내 삶에 왔다 갔다거렸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딸, 와이프, 엄마, 주부, 며느리란 이름이 아닌
사회인으로 오로지 내 이름 세글자로 사는 삶을 살다보니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이
사실은 알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랜시간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던 그 모든 부당한 것들이
사회생활을 통해 '각성'이 되었던 것 같애
직장이란게 '일로 만난 사이'이다 보니
예의를 갖추고 필요를 채워주고 관심을 가져주잖아
'참...나 이런 대접 받아야 되는 사람이였지?' 라고 생각이 들었다 해야하나
말도 안되는 개차반 취급을 도대체 왜 참고 살았던거야 하고 깨달아졌다 해야하나
어떻게 보면 '각성'이 된 내가 '급발진'을 하게 된거였지
그러니 내가 깊게 맺은 그 모든 사람들이
변한 내가 감당이 안되는거라
내가 할말 하고 '선'을 딱 긋고
마음을 쉽게 풀어주지도 않으면서 '경계'를 가지고 행동하는게
참 웃기지 않나?
내가 그 긴 시간을 받아와줬으면..
아파서 잠시 그럴 수도 있는 나였는데..
그 시간동안 만이라도 날 받아주고 안아줘야하는거 아닌가?
왜 그렇게 다들 도망가고 회피해버리는지..
자신들의 마음이 다치고 아픈게 싫어서
정말 제일 아픈건 나였는데...
시댁 식구들이 다 같이 작당모의하듯 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
우리 가족도 표현이 미숙해서 그렇지..
사실은 너무도 깊이 날 사랑하고 있는 것이기에
'끝'에 닿으면 당연히 든든한 내 '아군'이 되어 줄꺼라 굳게 믿었거든
그런데 날 아프게 하는게 남편보다 시댁보다 오히려 친정식구들이라는게.....
아..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족으로 둬야하는게 내 운명이였나보다 그런 생각이들데
운세 같은거 운명 같은거 사실 잘 안 믿는데
우연이 운명 같은걸 가르치시는 분을 만날 일이 있었어(그 분야에선 엄청 잘 하는 분이였겠지?)
그 분이 내 생년월일 하나 딱 묻더니만 부모랑 남편의 자리가 비어있다고 하더라고
부모와 남편이 있어도 없는 것 같다고
그 말이 살면서 종종 내 머리와 마음을 스쳐지나가드라??
믿지는 않더라도 운세란거 운명이란거 무시할 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특히 나쁜 건 잘 새겨듣고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고..
그런데 그때 그분이 해주신 그 말이 너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 말이 '진짜'라는게 증명되는 순간인거고
나만의 이혼, 나만의 이별이 아니더라
엄마는 사위를 언니는 제부를 동생은 형부를
조카들은 이모부를 형부와 제부는 동서를
모두가 다 이별하는 것이였다
나의 '이혼'을 아직 어린 자신의 자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서 그런것인지
본인 자체는 자식보며 결혼생활을 꾸역 꾸역 이어가고 있는데
내가 이혼하며 죄도 없는 자신의 자식들까지 상처받아야 하는게 싫었던건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내가 원망 들을 사유가 되는건 아닌데..
이 이혼을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내 의지와 결정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전혀 아닌데...
휘몰아치듯 벌어지는 상황들에 어쩔 수 없이 휩쓸려가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너 때문에 우리까지 아프다'는 말들으며 등을돌리는게 내 친정식구라는게
깊은 고민과 마음 나누던 10년 넘는 친구들 마져 나에게 등돌리는 상황이였으니
이건 진짜 내가 뭘 잘못해도 대단히 잘 못한 건가보다 생각이 들더라?
이제서야 제대로 된 나를 찾아 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각성'해버려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급발진'하지는 않겠지만
변해버린 내가 괜찮겠냐고 물었을 때
그 모두가 다 내가 감당히 안된다며 등을 돌렸어
그 중에도 특히 내 남편이란 사람이
나와 더 이상은 못 살겠다고 하더니
결국 이혼의 길로 가게 되었네
오로지 혼자구나
인생은 '독고다이'라더니 진짜였구나
너무 아팠어. 마음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흘렀지
그런데 희안하게 한편으로는 평안함이 있었다??
그 모든 간섭과 통제와 비난과 감정쓰레기들을 받지 않아도 되서..
이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데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그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스스로를 고립해버린 심정을 예상이나 하려나 모르겠지만
사실 난 자유롭고 너무 좋다
오히려 옆에 있어서 더 외롭게 느끼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잖아
'가족'이란 이름표를 단 사람들이 나에게 그랬던 것 같네
오롯이 혼자인 지금이 오히려 가장 외롭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자립적이고 주도적이며 혼자서도 뭐든 잘 하고 낙천적인 성격인게 빚을 발하는 순간이네
기존의 것들이 모두 박살나고 있다
인간관계도 직장도 직업도 사는 곳도 그 모든게
처음엔 깨어지는게 너무 아파서
울고 또 울고 또 울었는데..
이제는 내가 마음 속에서 직접 깨 부셔버리고 있어
그래 다 깨어져라
아주 박살나버려 못 쓰게 되어버려라
나는 '새잔'에 담을꺼거든
지금부터 내 인생을 새롭게 써내려갈꺼거든
시간이 지나면 내게 새인생을 써내려갈 '기회'를 준걸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다
워낙 오랜 시간들이기에 '잔해'들이 남겠지만..
남아있는 잔해들이 마치 깨진 유리조각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어디선가 느닷없이 나타나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기만,
뭐 또 피나고 찢어지면 어때
피는 언젠간 멈추고 흉터는 남겠지만 상처는 언젠가는 낫는데
난 이제 이 '터널'을 온전히 다 지난 이후의 시간을 보며 앞으로 나가려고
아직은 '터널'이 길어서 빚도 보이지 않는데
'터널'의 '끝'은 반드시 있다는걸 아니까
언젠간 터널 끝의 빛이 희미하게나마 보이지 않겠나..
그 누구나 그렇게 각자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테니
나 또한 그런 것 뿐이라 생각한다
다만 나란 사람에겐 이 '터널'이 지나고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 그것만 다를 뿐이라고
특별히 다른 이들과는 다른 '불안'을 겪는 것 같아
세상과 하늘을 탓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생각보면 그 누구나 한치 앞을 모르는 길을 걷고 있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이제서야 내 '암흑의 터널의 끝'을 기대하고 설레여하며 걸을 수 있게 되더라고
모두가 다 아프다
당사자인 내가 제일 아프지만
아무리 가족이라해도 자신의 아픔이 가장 중요하고 아픈 것이였다
어쩌면 당연하다
가족이기전에 한낱 인간이기 때문이다
날 가장 잘 아는건
나를 가장 진심으로 응원하는 건
나를 항상 겪려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였음을
오롯이 혼자
인생의 터널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