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없었을 일
우리가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남편'이라는 호칭 속에는 '남의 편'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그 말이 내겐 우스개 소리가 아닌 현실이긴했지만
그런 농담이 있단건 다 비슷하게 사는거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다
내 아이도..결혼 생활도... 너무 힘들어서 부모 상담을 다닐때였는데
그때 같이 상담 오셨던 분이 자긴 남편 뒷 통수만 봐도 예쁘다고 했었다
그 분의 사연을 들으니 나 같으면 오히려 저런 남편이랑 더 못 살겠는데 싶었는데 말이지
왜 그렇냐고 물어보니 자기 남편은 무조껀 자기편이래
그 말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써는..
그거 하나만으로 저 모든 현실이 감당이 되고 받아들여지나..? 의문스럽기도 했거든
당신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당신의 가족이 화목하고 화기애애한게 좋아서
이 가족의 가족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거든?
그때 우리집은 콩가루 집안처럼 매일 싸우기만 했으니..ㅎ
유부녀들은 모이면 늘상 시댁 욕을 하곤 하는데
나는 10년 넘게 결혼 생활하면서도 그 말들 대부분 공감을 못 할 정도로
시댁 스트레스도 거의 없고 당신 가족들이 다 좋았어
남편은 부족하고 모자란게 많았지만..
꼭 내가 남보다 뭘 더 못 가진것도 아니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러드라고 차라리 '남편이 문제'인게 낫다고
남편은 싸워보기라도 하는데 시댁은 그게 아니라면서
난 그 말을 참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하는 순간들도 사실 많이 있었어
이제 헤어지는 마당이라 아는건데..
당신 가족이 화목하고 화기애애하고 우애가 좋은건
그냥 '그 가족'안에서만의 일이였다는 것.
나는 그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대단한 착각이였다는걸 이제서야 알게 됐잖아 ㅎㅎ
어머니의 온전한 사랑.. 현명함에 항상 감사하면서
오히려 친정 엄마보다도 더..효도하면서 그 사랑 갚아야겠다 다짐했던 시어머니셨는데..
그런 어머니께마져 내 모든걸 왜곡 당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저렇게 화목하고 인격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집안에서
내 남편같은 돌연변이가 어떻게 나왔나 항상 의문이였거든
오히려 가족들이 다들 너무 좋아서 다 받아주다보니
이 사람이 이렇게 되었나보다 했는데
이혼을 겪으며 사실 어머니랑 당신이 똑같다는걸 알게되며 소름이 돋드라
당신 아들이랑 살아야되기 때문에 나에게 잘 해주신다는걸 모르는 건 아니였거든
오히려 '남'이기 때문에 손 잡으며 따뜻한 말 해주고 사랑한다고 해주신단 것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단 한번도 느낀 적이 없었어
항상 당신 자식의 부족을 인정하지며 '내 다 안다.'하시며 들어주시는 어머니가 정말 현명한 분이시라고 생각했어
사실 속은 얼마나 상하실지..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부족한 자식을 키우니까 더더욱 알 수 있었지
'엄마'라는게 직업이라 치면 어머님이 내 롤모델이라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았거든
그런데 어머님의 그 모든 사랑이 연기였다는게...
그 긴 시간을 한결같이 연기를 하셨다는게.....
너무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어
나란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사람이라
뒤로는 티끌의 다른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라
'필요'의 이유라면 언제든 가면을 쓴채로 살 수 있는
두 사람을 내 가족이라 믿고 살았다는게.....
'이혼'이란 말이 나온 이후,
어머니는 내가 없는 곳에서는 날 욕해 놓으시고는..
내 앞에서는 "애 생각해서 같이 살아야 안되겠냐며" 손 잡으시며 설득하셨던걸
뒤 늦게 알고는.. 얼마나 울었나 모른다
한 시간 넘게 소리내서 울었나..
목소리가 안나오드라고...
솔직히 당신은 그 정도의 사람밖에 안된다는거 알았거든
물론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실망이긴 하지만..
정말 배신감이 듣건 오히려 어머니였던 것 같다
내가 좀 아팠잖아.. 아픈거였잖아...
몸이 이상하다고 갱년기인 것 같다고 농담반 진담반..그렇게 호소 했잖아
갑상선 한쪽이 없어서 또래 여자들보다 호르몬도 예민한 나였기에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였잖아
돌이켜보면.. 내가 마음의 병이 그동안 도지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한 시간들이였잖아..
그게 그냥 어떤 계기로 인해 확 터져버려서 내 스스로도 통제가 안된건데..
아픈 나를.. 아프다고 계속 말하는 나를...
하필 약까지 잘 못 먹어 약 부작용까지 같이 와버려서
밥도 못 먹고.. 불면증에...
자고 일어나면 살이 빠져있고 그렇게 2주동안 체중이 8kg 줄어드는 상황이였는데
그 시간동안 나 몸이 이상하다 것 같다고 매일같이 호소했는데...
우을증인가보다 싶어 약을 받으려고 반차 쓰고 찾아간 정신과가
그날따라 하필 오전 진료라 진료를 못 받아아서
내가 병원 진료 시간도 체크 못할 정도의 상태인 것 같다고 울면서 말했는데.....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것 같으면 손잡고 병원을 데려갔어야 했잖아..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랬어야했잖아.....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한결 같이 그 자리 그대로 있어준 나란 사람을
이제 쓸모가 없는 인간처럼 된 것 같으니
지금 폐기물처럼 그냥 갖다 버리는 거잖아
그 와중에 돈도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어서
그래도 자식 낳고 10년 넘게 산 사람한테..
이제 남이 된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아예 모르는 남보다 못하게.....
갑자기 분가하게 되고 직장까지 관두게되면서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당신은 끝까지 자기 이득, 자기 손실만 따지면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
아픈 나를
온 가족이 다 함께 내 뒤에서 나 모르게
뒤에서 작당모의하듯 모여서 정신이상자를 만들어 놓고는..
단 한명도 그 누구도 나에게 당신 말이 진짜인지 모른척하고서라도 확인해보려는 전화 한통 없었다
내가 '가족'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시댁'은 남이라고 쳐도..
내 남편인, 내 아이의 아빠인 당신은??
온 가족이 나 이상하다고 성화인 상황이랬었데도
당신만은..날 지켜줘야 하는 사람 아니였나?
오히려 당신이 당신 가족들을 선동하고
내 가족, 아주 가까운 친구들한테까지
내가 마치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얘기해서 내 모든 관계를 이간질 시켜놨네
내가 납작 엎으려서 빌면서 돌아오길 바랬던 걸까?
경제적으로 힘들게 해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도 끄떡도 안하니
이제는 하다 하다 자식과 내 사이를 이간질 해놓네??
나는 둘째치더라도..
그게 부모로써 아빠로써 할 행동인지 모르겠다
내가 뭘 그렇게 잘 못했을까
당신이 지금 내게 하는 그 모든 행동, 말, 처신이
내 모든게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면..
마치 자신의 안위가 잘 못 될 것 처럼
얼른 버려야하는 폐기물처럼
그렇게 난 버려지고 있네
결정적인 사건은 사실 없다
'버튼'역할을 했을 무언가가 있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한번도,
단 한번도,
그 긴 시간의 결혼 생활 동안
당신이 나를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단거
나의 30대, 40대 초반의 인생이 그 시간들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 같드라
그 모든 시간을 부정당하고 왜곡 당하는 것만 같아서..
난 절대 쉽게 지나온 시간들이 아니였는데.....
내가 잘못 살아 이런 일들을 겪는 것 같아서...
'죽음'이 몇 번이고 문턱까지 찾아 오더라
진짜 우울증은 '죽고싶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더라고
너무 고통스러워서..그 고통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니...
이 고통을 빨리 끝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게 진짜 우울증이더라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텼다
내 자신과 내 아이
그래도 내가 잘못되면 아파할 내 친정식구들 생각하면서
그래서 내 정신이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살아 있으니..회복할 시간도 오겠지
사는 동안도 '남'이 였던 당신
이제 진짜 '남'이 될 일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