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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어긋나게 된 걸일까

쌓이고 쌓인 오랜 시간이 터져버린 것,

by Heana

결혼생활이 힘들지 않은 적도 없었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그럴듯하게 행복한게 아니라

그져 그런 평범한 일상들을 겪어내며 사는 것이기에

나 역시도 그져 그런 사람들 중 하나 일 뿐이라 생각했다


결혼생활이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건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그 때부터 였던 것 같애

몇 달 후면 벌써 만 4년이 되어가네..

당신이 가장 의지하기도 하고 가장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가장 무섭기도 했을 한 사람.


딸 셋인 집에 엄마까지 당신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미운털만 박혀갈 때

남자로써 직장인으로써 또 가장으로써 이해 받을 수 있었던 일한 사람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며 힘들어했던 그 마음 충분히 알 것도 같아


그런 아빠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 현실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우린 큰 빚을 지며 이사를 하게 되었지


아빠를 믿고 산 주택이였어

아빠는 워낙 손재주가 좋으셨으니..

실제로 퇴직하시고 실내 인테리어 관련 자격증, 전기기능사 자격증 같은걸 따시고는 관련 일을 하시기도 했고

처음 샀던 집이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는데 뚝딱뚝딱 다 해결해주신 아빠셨

그랬는데..아빠는 결국 내가 산 주택이 어딘지도 모르고 돌아가셨네...


홀벌이에 빚 한번 내본적 없던 우리가 큰 빚을 냈을 때 당신에게는 참 부담이였을꺼야. 이해해

나도 그래서 월세가 나오는 주택을 선택했고 꽤 많은 월세가 나오는 집을 선택했지

대출을 갚고도 그 만큼 이상의 돈이 남는 월세였으니

솔직히 난 괜찮다고 생각했어

당장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야


월세가 그만큼 나온는건 집에 세대가 그만큼 많다는

세입자를 관리할 사람도 필요했기에

더 더욱 내가 집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그치...?

결국 성화에 못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직장생활이 이혼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게

참 아이러니한 일인 같다


어머님도 오매불망 며느리라고 나만 바라보시다가

막상 둘째 며느리가 들어오니 비교되셨을 꺼야

자식도 비교되는데 며느니라고 비교가 안되겠어..

그러고보니 그 시기도 비슷하게 겹치?

독차지하고 있던 어머님의 사랑을 빼앗긴게 ㅎㅎㅎ

어쩌면 그 모든 시간이 다 같이 와서 그토록 힘들었던 걸까..

그나마 10년간 당신과 살아온 이유마져 무너져버려서...


아빠 돌아가시고 이 집 이사 이후 많은 것들이 변화하며

솔직히..결혼생활이 지옥 같았어

아직 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할 날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았을텐데..

남은 내 여생동안 당신과 혼생활을 잘 해 나갈 자신이 없었지


하지만 나도 간사한 인간이보니..

그때 당시는 내가 경제적인 능력 있는 것도 아니였고

빚이 너무 많아 이혼하면 재산을 나눌 것도 없고..

돈이 있어야 이혼도 한다고

오로지 현실적인 이유로 이혼 생각을 못 하겠더라..??


특히 내 아이..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느리게 크는 내 아이 때문에 더 더욱...


사실 자식이 있는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렇잖아

'자식'때문에 다고

솔직히 난 이말이 싫었어

'부모'라는 이유로 내 삶을 통째로 희생하라는 말 같아서


막상 내가 이혼을 하게 되고보니

자식 때문에 산다는 그 말,

그게 가장 그럴듯한 핑계더라?


부모가 너무 싸우면

이혼해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것 보다 못하다고 하잖아

그게 딱 우리집이였던 것 같애


안그래도 자주 싸워서 '불안'이 있는 아이였는데

'이혼'이란 말이 나온 후 사니 안사니 하며 꽤 긴 시간을 다투다 보니..

오히려 내가 분가하고 엄마 아빠 각각 따로 만나는걸 더 평안해 하는 아이보면서

'아이 때문'이라는 핑계를 얼마나 잘 써먹었는지 알겠드라고

아무 죄도 없는데 제일 은 상처를 받았을 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드라


어느집이나 '고질병'같은 문제들이 있다

10년이 넘는 결혼생활이면 더더욱 그렇고

반복되고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들에 지겹고 지치고

다들 그렇게 살기 때문에 감당하고 살 수 있는게 인간인 것 같애


생각지도 않은 우연하고도 우연한 사건들이..

꾹꾹 눌러놓고 모르척 한 문제들이.....

어떤 사건이 '버튼'이 되어 봇물이 터지듯 터져버린 것 같다

그게 과연..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잘못'한 사람은 없을지도 몰라

우리가 서로 미숙했을 뿐...


흔히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고들 표현하지

단추를 잘못 잠궜다는걸 아는 순간 다시 풀고 제대로 잠그면 되는데

알면서도..외면하고 회피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이혼을 하게 된 것 같


그런데 지금까지..

당신은 회피하기만 하네??


난 아주 제대로 마주하고 있

이혼이란게 창과 검이 되어 나를 마구 찌르지만

똑바로 보고 확실히 아파

다시는 되돌아 보지 않은 길 되려 하고 있거든


이혼,

아직은 아프기만..

나의 고통.. 절망..후회..

그리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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