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지 않음으로 힘들었던 결혼 생활의 끝 역시,
[한지붕 이혼]이라고 하던가?
이혼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한집에 사는 부부를 뜻하는 말이,
재판 이혼을 하면 없는 흠이라도 찾아 헐 뜯어야하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한 집에 사냐고들 묻겠지만
'재산분할'이라는 숙제가 절대 쉽지않다.
특히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집이 가장 문제가 된다
집의 명의나 대출 같은 이런저런 사정들이 걸려있다보니
내 몫을 조금이라도 더 찾으려면
괴롭더라도 지지않겠다는 심정으로 버티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10원이라도 더 챙겨오는 사람이 이긴다는 의식이 있는게 사실이니.)
결국은 더 고통스러운 사람이 '지게'되는 것 같다
돈이고 뭐고 모르겠고
빈털털이 맨몸으로 나온 사람들 얘기 듣기만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 심정이 뭔지 너무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대책도 없이 진짜 그렇게 행동할 순 없으니..
이를 꽉 깨물고 버티고 또 버티는 것이다
우리집은 주택이였다
최근 시세가 떨어진데다 대출이 많아서
세입자들 보증금까지 빼고나면 나눌게 없는 집이였다
단 하나, 월세가 아주 많이 나오는 집이란 것.
집을 산 후 계속 호재가 있었기에
미래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집이기도 했다
(최근 개발제한이 풀렸고 토지 용도 변경이 차근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땅이였다)
미래의 가치에 대한건 불투명한 미래라고 쳐도
대출을 갚아나가면 재산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의미가 있는 집이였다
대출을 갚고도 남는 월세가 70~90만원이였으니
그것까지 모아서 갚으면 빠르게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이였다
나는 워낙 돈을 안쓰고 잘 모으는 성격이라
맞벌이하고부터는 남는 월세와 합쳐 매달 200만원을 모았다.
5년에 1억을 갚는게 목표였다.
난 그런 목표는 반드시 이뤄내는 성격이였다
이 집을 살때 모두가 큰 빚을 지고 집 사는걸 반대했다
특히 홀벌이인 남편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때 타던 차까지 퍼져서 하필 차도 새로 사야하는 상황이였다
전세 1억 7천. 어머님이 도와주신 2500만원. 1억 9500만원이였다
남편이 사고싶어하는 차는 5천만원이였고
이사에 드는 돈이 많으니
이리저리 빼고나서 1억 4천만원에 전세를 가자던 남편이였다
살고있던 전셋집을 빼야했을 때
내가 전세를 들어올 때보다 집값이 1억이상 뛰었을 때였다
당연 전세도 올랐다
나는 살던 동네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으로 갈 수 있는 집이 없어
어쩔 수없이 떠나야하는 어의없고 황망한 상황이였다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남편은 이직 계획이 있어서 남편 직장근처로 이사할 수도 없었다
어디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곳에 살꺼라 한치도 생각도 못한 상황에서
돈도 한계가 있는데
무엇보다 예민한 내 아이가 문제였다
같은 학교에서 반만 바뀌어도 예민한 아이였다
모든 환경이 바뀌는게 과연 괜찮을까..
이사를 어짜피 가야한다면
자주 이사를 가지않는 환경이여아할 것이였다
남의 집을 빌려살며 당장 땅바닥에 주저 앉을 신세를 겪고나니
내 집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가 환경에 예민하기도 했기에 그 마음이 더 간절했다
내 조건은 딱 두개였다
초.중이 도보 거리에 있을 것
그리고 내 자산으로 집을 사는 것
그 두가지 조건 뿐이였지만 절대로 쉽지 않았으리란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내 자산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없었고
홀벌이로 대출을 갚기는 무리가 있었음으로
보증금이 빠지면 실제 매매 가격이 낮고
대출을 내도 월세로 갚아지는
다가구 주택을 사자고 그렇게 결단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대출이 큰 만큼 거주를 장기간 해야하는데
내가 주택을 사려고 본 동네는 초.중.고가 도보 거리에 있었고 시장도 가까웠다
아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딱 10년을 계획하고 살 수 있는 집이였다
집을 꼭 사자고 주장했던 것도 다가구 주택을 사자고 의견을 낸것도
그 집을 사기까지 내 발로 뛰고 알아보며 그 과정속에 눈물흘린 것도
오롯이 나 혼자였다
길바닥에 내 앉을 신세였는데도
남편은 자기가 뽑고 싶은 차 생각뿐이였다
남편이 너무 미웠고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홀로 애를 쓴 집이였으니..
집을 남편 주고 싶은 마음이 들리가 없다
하지만 집 명의가 남편 명의였으므로
명의를 내 명의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특히나 아이를 남편이 키우기로 해서 양육권을 가질 예정인데다
정서적으로 원래 불안을 가진 아이가
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상황까지 겪어야하니
같은 집, 같은 환경에서 살아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절대로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였다
솔직히 난 집 명의를 그냥 포기할 마음도 있었다
남편이 내 아이를 키워야 하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양보였다
단 한가지, 집을 알아보고 사기까지 내 모든 노고를 인정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남편은 아주 강하게 그 '사실'을 부인했다.
요는 이렇다
우리 부부에게 있는 자산은 집 한채 딱 그것 하나 뿐이였고
현재로써는 현금가치가 전혀 없는 집이였다
그렇기에 나는 집 명의 지분을 달라고 요구했고
그 부분에서 전혀 협의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남편은 내 모든 노고와 수고를 인정해버리면
'기여도'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봐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주 아주 불리한 상황이였다
그렇기에 불편해도 괴로워도 같은 집에 살면서 버텨야만 했다
남편의 홀벌이 기간이 길어 기여도부분에서도 남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나는 2층에 친정엄마가 거주중이시기도 해서
엄마나 나나 그 집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지금은 가정주부라고 할지라도 기여도를 50%로 인정한다고 한다
나는 사실 그렇게 논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된 월급을 번 것도 아니니
남편의 홀벌이 기간이 길었음은 인정한다
처자식 먹여살려야한다는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였고
성실했기에 그 긴 시간을 함께 살 수 있었다
나는 남편이 벌어주는 돈의 귀중함과 감사함을 알았기에
아끼고 모으며 살림살이 하나는 제대로 했음을 자부했고
남편도 이부분을 인정하고 믿고 살아온 결혼생활이였다
하지만 헤어지는 마당에 그 모든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남편은 자신의 기여도는 인정받길 바라면서 나의 기여도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해만 생각했다
'이별'앞에서는 남편은 그저 계산적이였을 뿐이였다
주택을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관리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집을 관리 한 것도 세입자와 월세를 관리한 것도 모두 내 몫이였지만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참으로 모든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나눌게 있어서 한 푼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싸우는거면 모르겠는데
쥐뿔 그런것도 없고 싸워봤자 몇 천만원 더 가지는 것일 뿐인데도
남편은 싸움을 걸었다
나는 뭐든 협의할 생각이 있었는데
남편은 정확한 의사를 단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고
본인이 불리해질 것 같으면 그냥 그 상황을 피해버렸다
이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단
그냥 나를 피말리고 괴롭히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였다
원만하게 '협의이혼'하자던 남편은 자기 말을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
항상 그때의 감정만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이라 기금껏 살며 딱히 자기 말을 지킨적도 없었지만..
정말 중요한 '이혼'이란 이름 앞에서도 순간의 감정만 가지고 말하며 행동했다
뭐 지끔것 말이 통한 적도 없는 사람이였고 '이별'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나는 그때 일까지 너무 바쁜 상황이여서 아무런 대체를 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남편에게 그져 휘둘려야할 뿐이였다
이렇게 감정에너지 소모를 계속 했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감정소모를 하기 싫었고
둘이서는 절대 협의가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