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일기 23편
너는 커피숍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던 시간이 참 좋았다고 했다
집에서 한잔하고 대화나누는 것과는 또 다르다고
데이트하는 기분이였다고 했다
먼길을 운전해서 오는 넌
이젠 곧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대신
"밖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하고 나를 불러내었다
그럼 나도 집에서 입는 다소 편한 복장 대신
'데이트'란 이름에 맞게 적당히 깔끔하게 입고 나갔다
그 모습마져 넌 색다르게 느꼈고
"예쁘다"란 말을 몇 번이고 건냈다
참 이상하게도 네 앞에서는 오만이야기가 다 튀어나온다
왜 네 앞에선 내 시커먼 속 얘기도
꺼내고 싶지 않던 속 사정도 다 말하게 될까
모든 이야기를 판단없이 편견없이 듣는 너여서
내가 그렇게 편하게 느끼는 거겠지
물로 너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져 수용하며 들어줄 수 있었을꺼란 생각도 동시에 있다
우리는 현실에 그 어떤 접점도 책임도 없기에
감정에만 충실하고 더 애틋할 수 있었던 것일테니까
집에와서 같이 저녁을 해먹고 한잔 하며 또 얘기하고
내가 씻는 동안 넌 설거지를 해놓고
그 모든 시간이 이제는 마치 일상인듯 생활인 듯 했다
"난 이런 일상을 함께하는걸 행복해 하는 사람이구나"
별안간 내 자신에 대해 깨달았다
분명 그 모든 시간동안 평안한 행복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내 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건가..이대로는 아니라는 걸...
나는 기대,희망,미래 이런게 없으면 결국 식어버리는 사람일까 생각하게 됐다
우리 사이에 성(性)적 대화와 몸이 잘 맞는게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걸 한번도 부정한적 없다
거기다 일상적인 대화도 잘 통하고
잔잔한 일상을 함께하는 하는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접점이 같으니
더 불타올랐을 뿐이다
내 생각은 확고 한거 같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나라면
투명한 관계이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해야한다는거
너를 잃는 것
너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
너와 부대끼는 몸의 감각 그 모든 것이
솔직히 아쉽다
하지만 그 아쉬움에 앞서 내가 진실로 두려워한는건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시간을 부정해야만하는 순간이 올까봐
너와 함께한 시간안의 나를 존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들까봐서였다
나란 사람은 '의미'를 찾지 못하면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구나
내 스스로에게마져 설명하고 설득해야하는 관계는 피로해서 못 견디는 구나
넌 참 내 스스로에 대한걸 많이 깨닫게 해주네..
어쩌면 너는 다시 여자로 살아갈 내 자신을 알게해줄 존재였을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해도 내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사람이였을까
'수용'의 관계가 어떤건지 '편안함'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줄 그런 인연이였을까
그래 꼭 결실을 맺어야 아름다운건 아니잫아
어떠면 우리는 그져 일시적으로 닿아있을뿐일지도 몰라
그렇기에 결국 서로 지나가는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