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처리 90%에서 살아가기
요즘은 상태가 나쁘지 않아 두 달에 한 번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약을 먹다가 문제가 있다면 의사에게 중간에라도 진료 예약을 잡으면 되는데, 이곳에서 만난 의사가 처방을 잘해줘서 약이 아주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컨디션이 무난하게 2달을 버틴다. (종종 힘든 날이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나는 바게트의 나라에서 지내고 있다. 이 나라에서 내가 있는 지역은 의료보험이 90%가 처리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비율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병원에서 진료나 검사를 받고 너무 적은 청구액에 당황하기도 한다. 지난여름에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 전에 CT를 찍는데 3유로, MRI를 찍는데 8유로가 나왔다. 너무 저렴해서 당황했다.
처음 보험 처리가 바로 되기 시작하면서 (의료보험용 카드가 발급돼서) 그때그때 바로 저렴한 가격을 알 수 있게 됐는데, 2달치의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서 받아오니 3유로가 채 되지 않았다. 너무 저렴해서 놀랐다. 난 월급이 많지 않아서 세금을 그리 많이 걷어가진 않지만 대략 30%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지만 병원 등으로 여러 혜택을 받고 있으니 세금에 대한 불만이 딱히 생기지 않는다.
오늘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갔다. 2달치의 약을 받고는 결제를 하는데 2.64유로였다. 이렇게 한 움큼 약을 받아가는데 이것밖에 돈이 안 나오다니 참 좋다고 생각되었다.
한국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갔을 때는 약을 모두 원내처방이었는데, 이곳은 어느 약국을 가도 약이 다 있다. 의료 분업이 철저하게 되어 있는지, 심지어 백신을 맞을라 하면 백신을 약국에서 사가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는 약국에서도 맞지만-) 정말 특이했던 것은 MRI를 위한 조영제를 내가 약국에서 사 가지고 병원을 가야 했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내가 중증환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수술했던 내 질환의 경우 5%의 치료비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건 중증으로 등록된 내 질환의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고, 정신과 진료와 약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비용으로 내야 했기에 이곳에서 보다는 많이 내곤 했다. 여러 가지 한국과 다른 시스템에 대해 놀라기도 하는 날이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저렴한 비용 덕분에 좋은 순간이 더 많다.
정신과 진료는 병원을 가기 직전에 너무 가기 싫어지는 순간들이 종종 온다. 이곳의 좋은 점은 약이 저렴하다 뿐 아니라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기 싫어도 온라인이면 집이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진료라면 빼먹고 안 갔을 순간들이 제법 있었지만 온라인 진료로 보다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힘든 시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도 이런 온라인 진료가 보다 활성화되어서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