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콩나물을 좋아하신다.
나는 태어나서 우리 아버지만큼 콩나물을 많이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콩나물 무침을 하시면, 콩나물 한 대접을, 한 젓가락에 반찬접시 하나에 담긴 만큼씩 드신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대식가인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콩나물 한정 대식가이다. 콩나물과 관련된 것은 다 잘 드신다. 백반집 기본 반찬인 콩나물무침 (하얀 거/빨간 거) 다 잘 드시고, 우리 어머니만의 시그니처 요리인 콩나물 조림도 잘 드신다. 콩나물 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내가 콩나물을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콩나물은 한국에서만 먹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다른 나라들은 거의 숙주만 먹는다고 한다. 해외에 나오기 직전, 콩나물이 귀할 테니 한동안 먹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집 근처 아시아 마켓을 돌아다니다가, 콩나물 "통조림"을 발견했다. 너무 신기했다. 콩나물이 통조림이라니.... 이 날은 콩나물 통조림을 사서 불고기감 고기를 이용하여 콩불을 요리해 먹었다. 콩나물 콩조림은 이미 한번 데쳐져 있는 상태였지만, 처음 뚜껑을 따기 전 만해도 아삭함이 하나도 없이 물컹일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는 식감이 살아있었다. 콩나물을 구하지 못하니 아쉬운 만큼의 만족감은 주었다.
연구소에 같은 한국인 동료가 있다. 내가 콩나물 통조림을 사서 요리를 해 먹었다고 하니, 다운타운 쪽 아시아 마켓에 서 콩나물을 판다고 알려줬다! 그 후, 그 마켓 근처를 지날 일이 있을 때 들렸더니 정말로 마트 한편에 콩나물이 봉지에 담겨 팔고 있었다. 신기했다. 통조림보다 진짜 콩나물이 있는 게 더 신기했다. 신선한 콩나물을 샀으니, 콩나물 잔치상을 벌여 혼자 먹기로 했다. 우리 엄마표 콩나물 조림을 하고, 콩나물 국을 끓인다. 그냥 물에 콩나물만으로 국을 끓여도 되겠지만, 나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로 콩나물 국을 끓이면 더 깊이 있고 좋더라. 한국음식이니 마늘은 꼭 넣어주고, 가볍게 소금 간을 해준다.
아버지만큼 콩나물을 많이 먹을 순 없지만, 태어나서 한 끼에 이렇게 많은 콩나물을 먹은 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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