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Oct 25. 2022

언니와 파김치

가장 힙한 김치, 파김치

"어떤 김치 제일 좋아해요?"라고 물었을 때, 파김치라고 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좀 어릴 때만 해도, 파김치가 지금처럼 메이저 한 김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오게 되면서, 새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걸 체감하곤 하는데, 한국 내에서 몇 년 새 위상이 올라간 김치는 바로 파김치라고 본다. 그 시작은 아마도 유튜브 먹방 채널들의 인기와 함께 어느새 국룰이 되어버린 "짜장라면=파김치" 공식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짜장라면과... 파김치? 딱히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짜장라면을 먹을라 하면 누군가가 "짜장라면 하면 파김치인데..."라고 말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런 파김치의 인기 상승에 기뻐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우리 언니다.


언니는 파김치가 메이저가 되기 이전부터 열렬히 파김치를 좋아해 왔다. 어릴 때부터 파김치를 잘 먹었다. 나는 쪽파의 알싸함이 맵게 느껴져서, 파의 초록 부분만 한줄기 조금씩 먹곤 했지만 언니는 달랐다. 언니는 파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망을 싫어하 듯, 파나 생 마늘 같은 향채류를 싫어했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수준으로 좋아하지만 말이다. 언니가 파김치를 계속 먹으니, 옆에서 조금씩 함께 먹으면서 나이가 들고 나도 "짜장라면=파김치" 공식에 물들면서 파김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름에 언니가 내가 지내는 도시로 조카들을 데리고 놀러 왔다. 먼 해외까지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웠다. 언니가 온다고 하기에, 아시아 마켓에 가서 쪽파를 잔뜩 사 가지고 왔다. 처음으로 파김치를 담가보았다.


찹쌀가루  같은 것은 귀찮고, 유튜브로 간단히 전자레인지 만드는 밀가루 풀을 따라서 해본다. 엄마가 한국에서 "엄마 카르텔" 고춧가루를 보내주신  있어서 그걸 섞어서 썼다. 엄마 카르텔의 고춧가루는 마트에서 사는 고춧가루와는 확실히 질적으로 다르다. 다만 이번 고춧가루는 너무 매워서, 다른 시판 고춧가루를 섞어 썼다. 양파를 갈아야 하지만, 스무디 먹는 믹서기에 냄새나는 양파를  수는 없어서 최대한 열심히 다져서 즙이 나오도록 한다. 많은 레시피들을 보니 파김치에는 마늘을 넣지 않는 편이더라. 대신 생강은 조금씩 넣더라.  모르지만 그저 여러 레시피를 섞어서  맘대로 양념을 만들어 맛을 보며 간을 맞춰본다. 요리를 혼자 어느 정도 해내는 편이기에 레시피를 온전히 따르진 않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성공률이 높다.

파김치가 완성됐고, 언니네 숙소에 가져다주었다. 며칠 후 언니가 빈 김치통을 돌려주었다. 역시 언니의 파김치 사랑은 여전했다.

이전 03화 아버지와 콩나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