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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5. 2022

닭똘이오빠와 닭도리탕

오빠는 닭도리탕을 좋아한다.

우리 오빠의 어릴 적 별명은 똘이였다. 똘똘하다고 어른들이 똘이라고 부르곤 했다고 한다. 친척 어르신 중 몇 분은 아직까지도 오빠를 똘이라 부른다. 그런 오빠가 내 핸드폰에는 닭똘이오빠로 저장되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빠가 닭도리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빠와는 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오빠가 빠른 년생으로 학교를 일찍 들어가면서 내가 중학생이 될 때 오빠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기숙학교에서 지내게 된 오빠는 다른 도시에 있는 학교 내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어쩌다 한 번씩 집에 오게 되었다. 청소년기를 오빠와 함께 지내지 않아서인지, 계속해서 함께했던 언니보다 오빠와의 사이는 약간의 서먹함이 있다. 오빠가 기숙사에서 오는 날이면 엄마는 언제나 닭도리탕을 하셨다.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이 닭도리탕이었기 때문일 거다. 오빠는 닭요리라면 뭐든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중 최고를 뽑으라면 언제나 닭도리탕을 선택할 거다.


대학생 시절 오빠와 함께 지냈던 적이 있다. 내가 휴학을 하고, 오빠는 직장인이던 시절이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인사 없이 하던 말이 "밥, 밥, 밥, 밥"이었다. 그때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으로 얄미웠었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는 지금은 닭도리탕 한 번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동네 마트에서 닭을 산다. 이곳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닭에는 닭 한 마리가 없고 모두 부위별로 모아져 있다. 닭다리살을 사니 닭다리가 엄청나게 크다. 닭다리 네 개 냄비에 넣었을 뿐인데 냄비가 가득 찬다. 양념은 간단하다. 5:4:3:2:1 비율로 맛이 강하게 나면 좋을 것부터 점점 줄여나가며 넣는다. 먼저 짠맛이 있어야 하니 간장을 5 비율로 넣고, 닭도리탕이니 고춧가루를 넣는다. 약간의 단맛이 필요하니 설탕을 3 넣는다. 맛술을 넣고 다진 마늘을 큼직하게 한 스푼 넣는다. 그런 후, 물을 붓는다. 닭도리탕이라면 마땅히 감자를 넣어야겠지만, 여기서 감자가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이 팔기에 고구마를 하나 들고 왔다. 호박고구마처럼 보인다. 고구마를 잘라 넣고, 양파와 당근도 썰어 넣는다. 이곳의 당근은 참 달다. 한국보다 당근만큼은 더 맛있다. 팔팔 끓인 후, 불을 줄이고 뭉건하게 계속 끓여준다. 닭다리에서 기름도 나오면서 고추기름처럼 물 위에 둥둥 뜬다. 엄마라면 질색하며 기름을 모두 건져내시겠지만, 난 기름이 좋으니 그냥 둔다.



혼자지만 닭도리탕을 먹는다. 함께 먹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혼자 먹게 되면서 더 알게 된 것 같다. 얄미운 오빠였지만,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 비우던 모습은 좋았다. 나를 위한 요리보다 남을 위한 요리가 좋다. 언제 다시 남을 위한 닭도리탕을 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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