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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4. 2022

아버지와 콩나물

아버지는 콩나물을 좋아하신다.

나는 태어나서 우리 아버지만큼 콩나물을 많이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콩나물 무침을 하시면, 콩나물 한 대접을, 한 젓가락에 반찬접시 하나에 담긴 만큼씩 드신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대식가인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콩나물 한정 대식가이다. 콩나물과 관련된 것은 다 잘 드신다. 백반집 기본 반찬인 콩나물무침 (하얀 거/빨간 거) 다 잘 드시고, 우리 어머니만의 시그니처 요리인 콩나물 조림도 잘 드신다. 콩나물 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내가 콩나물을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콩나물은 한국에서만 먹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다른 나라들은 거의 숙주만 먹는다고 한다. 해외에 나오기 직전, 콩나물이 귀할 테니 한동안 먹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집 근처 아시아 마켓을 돌아다니다가, 콩나물 "통조림"을 발견했다. 너무 신기했다. 콩나물이 통조림이라니.... 이 날은 콩나물 통조림을 사서 불고기감 고기를 이용하여 콩불을 요리해 먹었다. 콩나물 콩조림은 이미 한번 데쳐져 있는 상태였지만, 처음 뚜껑을 따기 전 만해도 아삭함이 하나도 없이 물컹일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는 식감이 살아있었다. 콩나물을 구하지 못하니 아쉬운 만큼의 만족감은 주었다.



연구소에 같은 한국인 동료가 있다. 내가 콩나물 통조림을 사서 요리를  먹었다고 하니, 다운타운  아시아 마켓에 콩나물판다고 알려줬다!  ,  마켓 근처를 지날 일이 있을  들렸더니 정말로 마트 한편에 콩나물이 봉지에 담겨 팔고 있었다. 신기했다. 통조림보다 진짜 콩나물이 있는   신기했다. 신선한 콩나물을 샀으니, 콩나물 잔치상을 벌여 혼자 먹기로 했다. 우리 엄마표 콩나물 조림을 하고, 콩나물 국을 끓인다. 그냥 물에 콩나물만으로 국을 끓여도 되겠지만, 나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로 콩나물 국을 끓이면  깊이 있고 좋더라. 한국음식이니 마늘은  넣어주고, 가볍게 소금 간을 해준다.



아버지만큼 콩나물을 많이 먹을 순 없지만, 태어나서 한 끼에 이렇게 많은 콩나물을 먹은 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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