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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2. 2022

엄마와 칼국수

엄마는 칼국수를 좋아하신다.

엄마는 칼국수를 좋아하신다. 고향이 해안가인데 집 근처에 해물칼국수 골목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조개와 해산물이 가득한 커다란 양은냄비가 나오고 거기에 칼국수 면을 넣어 끓여 먹는다. 기본이 2인분이어서 가족끼리 가거나, 아니면 엄마와 둘이서 종종 가곤 했다. 서울로 올라와서 보니, 생각보다 해물칼국수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해물칼국수를 보더라도, 고향에서 먹던 해물칼국수와는 해물의 양부터도 크게 달랐다. 고향에 내려갈 때면 엄마와 다시 칼국수 집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산더니 같은 조개의 양은 서울과 비교가 안됐다. 오빠, 언니 나 삼 남매가 모두 집에서 나오니 엄마는 칼국수 메이트가 없다고 하셨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칼국수를 먹으면 엄마도 함께 먹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


대학원을 다니던 곳 근처 유명한 사골칼국수 집이 있었다. 별다른 고명도 없이, 사골이라는 뿌연 국물에 당근, 호박 정도의 고명만 올라가 있다. 하지만 백김치와 배추김치를 주는데 사시사철 그 일정한 맛이 참 좋았다. 엄마가 선호하는 건 해물칼국수라는 건 알지만, 칼국수를 워낙 좋아하시니 언제 꼭 한번 모시고 와야지 했는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의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겠지!)


연구원으로 일을 하느라 해외에 나와있다. 어느 날 집 근처 아시아 마켓에서 장을 보는데 칼국수 면을 발견하였다. 반가웠다. 오래간만에 칼국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육수를 만든다. 엄마 요리의 기본은 육수였다. 멸치 다시마를 듬뿍 넣어 육수를 만드시곤 했다. 엄마를 보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배워나간 것 같다. 멸치,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내고는 체에 건져내어 맑은 국물을 뽑아낸다. 마땅한 재료가 있지는 않아서, 대학원 근처 칼국수집의 고명을 생각해내고, 호박과 당근, 양파를 넣기로 한다. 혼자 먹을 거기게 대단한 요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칼국수 면의 밀가루를 조금 털어내고, 육수에 그대로 면을 넣는다. 국물이 탁해지는 게 싫어서 삶아내서 넣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난 칼국수는 생면 전분, 밀가루로 걸쭉해진 그 크리미 한 국물 맛이 좋다. 국간장과 액젓으로 간을 하고, 썰어뒀던 채소들을 그냥 넣어 모두 함께 끓여버린다. 


칼국수 하면 김치는 짝꿍이다. 빠질 수가 없다. 칼국수 육수를 준비하면서, 아시아 마켓에서 함께 사온 배추로 간단 겉절이를 만든다. 딱히 절이거나 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액젓, 고춧가루, 설탕, 마늘, 생강등으로 양념을 만들어 재빠르게 잘라둔 배추를 버무려준다. 칼국수가 완성되었을 즈음에는 배추도 어느 정도 숨이 죽어있었다.






상을 차린 후, 인증샷을 찍고 엄마에게 연락한다.

"오늘은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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