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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5. 2022

내 친구와 두부 두루치기

두부조림이 아닌 두부 두루치기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생각나는 친구는 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된 후,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게 내게 제일 친한 친구가 생겼다. 이제는 친구를 알고 지낸 세월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더 많게 어느덧 우리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친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면, 서로 같은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 여러 면에서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어느 날은 길을 가다가 친구가 "저기.."라고 말만 했을 뿐인데 "저기 이상하게 생겼다."라고 내가 말을 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러니 더욱 우리가 서로에게 맞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지니며 친구 사이를 유지할 힘이 되었다. 고등학교 이후,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 했다. 일 년에 두 번? 세 번? 정도의 만남 일 뿐이지만, 언제 만나도 우리는 어색하지 않았다.


친구와 만남 자체가 많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주로 함께 했던 시간이 고등학교 시절이라서인지 우리가 함께한 음식이 특별히 없다. 고등학교 시절은 밤늦게까지 줄곧 학교에 있었고, 심지어 우린 주말에도 학교에 가곤 했다. 그런 이 친구를 생각나게 해주는 요리는 바로 두부 두루치기이다.


대전 사람이 아니라면 두부 두루치기가 뭔가 하고 의아할  있다. 두부조림이라면 익숙하겠지만, 돼지고기도 아닌 두부로 두루치기를? 하고 생각이  것이다. 친구와 대전에서 만나기로 하고, 대전에서는 뭐가 맛있냐고 했을  친구가 데려간 곳이 두부 두루치기를 파는 가게였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살짝 맵기도 했지만, 매콤하게 양념 한가득 있는 모습이 두부조림과는 분명히 다른 음식이었다. 양념이 돼지 두루치기와 흡사했다. 두부 두루치기를 처음 먹어보기도 했고, 친구와 학창시절을 함께 한 대전을 떠올리게도 하기에 두부 두루치기하면 이 친구가 생각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공연을 자주 보면서 친구와 그래도 제법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내내 만나질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해외에 나오기 직전에야 겨우 한 번 만나고 해외로 나올 수 있었다. 얼마 전 아시아 마켓에서 두부를 보고는 갑자기 친구가 생각났다.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해외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유튜브에 두부두루치기 레시피를 검색한다.

두부 두부 치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친구야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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