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와 같은 프로젝트의 구인공고를 보았다.

일에서 압박감을 받을 때

by 이확위

나는 1년 6개월의 계약으로 프랑스 연구소에서 박사 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나서 나의 계약은 5개월이 남은 상태이다. 약 두 달 전에 보스와의 마지막 미팅에서 계약 연장에 대한 의사를 물었을 때 내가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이후 연장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하고 있는 연구에서 결과를 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계약을 연장하고 싶은 것이 요즘의 나의 심정이다. 하지만 보스를 그냥 찾아가기가 애매해서, 하고 있는 실험에서 뭔가 결과가 나오면 실험 결과를 가지고 찾아가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장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어제는 연구실 담당자에게서 단체 메일이 왔다. 우리 연구실에서 최근에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몇 개의 공고를 냈는데, 그중 자신과 함께 일할 수도 있는 잠재적 후보가 인터뷰 겸 발표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실에서 낸 두 개의 공고를 링크로 걸어두었다. 시간이 남아서 심심하던 차에 클릭해 보았다. 처음 뜬 것은 인터뷰 예정인 사람이 뽑힐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었다. 두 번째 것을 클릭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속한 프로젝트였다. 원래 이 프로젝트 제안서를 봤을 때 두 명의 박사 후연구원을 뽑겠다고 적혀 있었던 것은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온 이후에 다른 사람이 오지 않기에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포닥 한 명 분에 대한 펀딩의 여유가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계약을 연장하면 내가 그 자리를 맡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누군가가 뽑히게 되면, 펀딩의 여유가 없어서 나와 계약을 연장할 경제적 여유가 연구실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휴가 중인 동료에게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며 고민 상담을 했다. 그 친구가 연장에 대해 보스와 얘기할 것은 상당이 민감할 수 있는 주제니까, 그냥 오피스에 찾아가서 노크하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찾아가는 게 좋겠다며 조언해 주었다. 내가 처음 가지고 있던 계획이었다. 이 친구의 말대로 내 애초의 계획처럼 실험 결과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하며 연장얘기까지 하려니 실험을 얼른 해내야겠다는 욕심과 함께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계획된 실험은 상당히 중요한 결과이다. 몇 달째 정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샘플이 있어서, 오늘 시도하는 것이 마지막 계획이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플랜 B가 없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질 상황이다. 그렇기에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오늘 하루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에 그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마도 조금 더 불안정하던 시기였다면 정말로 시도조차 안 하고 불안감에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게 성장한 상태이다. 불안함을 안고 출근을 하고, 계획했던 대로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 세팅을 마치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치우면서 이렇게 글로 지금 나의 기분을 남겨본다. 오후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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