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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an 12. 2023

떡볶이에서 계란을 좋아합니다만

부재료지만 내 맘 속 1등

한국 학생들의 소울푸드라면 뭘까? 요즘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는 두말할 것 없이 떡볶이였다. 어느 학교나 학교 앞 떡볶이 맛집 하나쯤은 있었을 거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에는 트럭에서 파는 깻잎 떡볶이가 있었다. 어떤 학생은 한 달 비용을 미리 내고 언제든 맘껏 떡볶이를 먹는다고도 했다. 또 다른 떡볶이 집은 학교 앞 즉석 떡볶이 집이었다. 네 명이 가서 갖은 재료의 즉석 떡볶이를 먹고는 남은 양념에 볶아먹는 볶은밥이 일품이었다. 졸업한 지 십 년도 넘었는데,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하지만 주인이 바뀌고 더 이상 예전의 그 맛이 아니더라고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듣고는 참으로 아쉬웠다.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만들면 항상 제 맛이 안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조미료를 안 써서 그런가 싶어, 육수를 정성껏 내고 만들어봐도 뭔가 밖에서 사 먹는 자극적인 맛이 안 났다. 어제는 실험을 하다가 문득 시판 브랜드 떡볶이 레시피가 인터넷에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어 검색해 보았다. 맛잘알 사람들은 한국 곳곳에 많으니까 말이다. 역시나 훌륭한 미식가분들이 레시피를 많이 전파시켜 둔 상태였는지 쉽게 레시피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은 레시피는 매운 국물 떡볶이로 유명한 신 X떡볶이 레시피였다. 비법은 바로 카레가루라고 했다. 당장 해보고 싶었다.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퇴근하면서 근처 아시아마켓에 들렀다. 떡볶이를 해야 하니 떡과 어묵을 빼먹을 수 없지 않은가. 한국 오 X기 카레가루도 하나 냉큼 장바구니에 담는다. 집에 와서는 먼저 계란을 삶는다. 신 X떡볶이에는 계란을 안 넣는 것 같지만,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계란 노른자를 사랑하는 편이다. 계란을 욕심내서 세 개나 삶아두고, 그동안 옷을 갈아입는다. 계란을 찬물에 담가두고는 본격적으로 떡볶이를 만들 준비를 한다.


먼저 프라이팬을 꺼내 들었다. 물을 붓는다. 육수를 내야 하지만 귀찮으니 코인육수로 대신한다. 간편하게 좋은 재료다. 그런 후, 이제 그릇에 양념을 만든다. 고추장 1, 간장 1, 설탕 1, 고춧가루 3, 카레가루 2, 올리고당 2 스푼을 잘 섞어준 후, 물에 풀고는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양념물이 끓으면, 물에 담가둔 떡볶이 떡을 넣고 졸이기 시작한다. 어묵도 잘라서 준비해 준 후, 잠시 후 넣어준다. 한 15분쯤은 걸렸던 것 간다. 국물이 끈적해지기 시작한 것이. 삶아둔 계란을 까서 넣고 같이 졸여준다. 이대로만 해도 되겠지만, 냉장고에 뜯지 않은 모짜렐라 치즈 한 봉지가 있었다. 치즈의 나라라 치즈가 풍족하다. 한 봉지를 그릇에 전부 담아버린다. 인터넷에서 전자레인지 30초면 다 녹는 다했는데 치즈가 너무 많아 30초로는 택도 없다. 1분 15초쯤 돌려 겨우 치즈를 녹인다. 모두 완성된 떡볶이 위해 녹인 치즈덩어리르 얹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 중 하나는 반으로 잘라 단면이 보이게 둔다. 조금 더 예쁘고, 맛을 위해서도 파를 좀 썰어서 뿌려준다. 완성이다. 원하던 대로 파는 자극적인 맛의 떡볶이 완성이다. 앗. 후추를 빼먹었다. 마지막에 후추를 취향껏 뿌리고 마지막으로 섞어주자.

언제나처럼 계란을 숟가락으로 가르고 떡볶이 소스를 뿌려먹는다. 노른자와 너무 잘 어울린다. 다른 사람들과 밖에서 먹을 때는 계란이 하나인데 먹는 게 눈치 보여서 가능하면 아예 건들지 않는 편이지만, 혼자니까 계란을 원하는 만큼 실컷 먹을 수 있다. 혼자만의 밥상의 장점이다!


쌀떡이 조금 두꺼워서 양념이 잘 배어들지 않은 것 같았다. 더 졸이자니 쌀떡이 퍼질 것 같았다. 오히려 시간을 두고 조금 식은 후 맛을 보니 양념이 더 잘 배어들어있었다. 다음에는 만들고 잠시 놔둔 후, 다시 데워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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