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프랑스에서 한식 클래스를 한다면

상상 제안서

by 이확위

한글학교에서 설날 행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한식에 굉장히 열정적인 것을 보았다. 사용한 재료들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가며 뭘 넣는지 꼼꼼하게 메모하고 적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것을 지켜보다 보니 좀 더 제대로 된 한식 클래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 후, 다른 선생님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내가 한식 클래스를 한다면 하고 싶었던 메뉴들을 적은 노트를 한 번 보여줬는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그에 힘입어, 집에 돌아와서는 정말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제안서를 작성해 보았다.


일단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주방 조리 시설이 모두 갖춰진 곳에서 해야 모두가 함께 실습을 할 수 있겠지만, 한글학교에는 그만한 시설이 없다. 아마 기껏해야 강당에 테이블을 가져다 두고 인덕션 한 두 개 가져오는 수준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고민하다 생각해 낸 해결법은 바로 밀키트 준비하기이다. 음식 만드는 시범을 보고, 맛을 보고 준비된 재료로 밀키트를 준비하는 거다. 간단한 재료들은 다듬고, 요리를 위한 양념을 만들어서 포장해 간 후-각자 집에서 조리해서 가족, 친구들과 먹는 거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이 물고를 틀자 프로그램 진행순서가 재빠르게 머리를 스쳐가고, 빠르게 워드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 사전 맛보기: 미리 맛을 보며 한식 양념에 대해 이해하기

보통은 시범을 보고, 함께 실습으로 요리를 한 후 맛을 보기 마련이다. 나는 미리 준비해 간 요리로 먼저 맛을 보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뭐가 들어갔을지 상상해보게 하고 퀴즈처럼 맞추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싶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양념에서 각 재료들이 어떤 맛을 담당하는지 한식의 양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훈련이 된다면, 한식당에 가서 새로운 요리를 맛보고도 어느 정도 혼자 흉내 내며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거다.


2. 레시피 배포: 레시피 함께 살펴보며 요리 순서 익히기

레시피를 함께 정독하며 조리법을 익히고 요리에 들어가는 게 좋다. 처음 할 때의 버벅거림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거다.


3. 요리시범

앞에서 요리 시범을 보인다. 이 클래스에서 실제 조리까지 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니까, 조리할 불이 부족해도 문제가 없다. 한 사람만 할 수 있으면 되니까, 열악한 한글학교 상황에 딱 좋다고 생각한다.


4. 새로 한 요리 맛보기

사전 맛보기와는 다르게 요리 방법도 익혔고, 재료로 뭐가 들어가는지도 모두 알게 된 상황이다. 이제 다시 맛을 보며, 요리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추가로 응용해서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며 보다 다양한 한식에 대해 경험하게 도와준다.


5. 밀키트 준비하기.

채소나 재료들을 다듬고, 양념을 만들어서 밀키트를 준비한다.


그런 후, 메뉴들을 작성해 본다. 한식을 유튜브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 접했을 경우 궁금해할 만한 요리들 위주로 선정한다. 모든 한식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기본 적인 한식들을 바탕으로 메뉴를 짜본다. 어차피 내가 여기 계속 있는 게 아니고, 전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의 일환이 아니라, 어차피 한 메뉴씩 원데이 클래스일 테니 그냥 여러 가지 선택권이 있는 게 좋겠다 싶어서 이것저것을 적어보았다.



그렇게 재빠르게 작성한 제안서를 언니와 제일 친한 친구에게 보내봤다. 언니가 재밌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줬다. 프로그램 중 1번, 사전 맛보기가 아주 좋다고 했다. 친구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1번이 맘에 든다고 했다. 한글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원장선생님께 말해야겠지만, 그전에 다른 선생님들의 의견이 듣고 싶어서, 선생님들에게 물어봤다. 다들 밀키트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제안서가 성공적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원장 선생님에게 보여드리고, 한식 아뜰리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난 잘할 수 있다.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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