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한국인들끼리 회식. 2차는 당연

1차만으론 아쉽지

by 이확위

프랑스의 한글학교에서 유아반 보조교사로 일을 시작하고, 첫 행사로 설날 축하 행사를 어찌어찌 마쳤다. 결과가 만족스럽다고는 못 하겠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다. (이게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까지 마무리하고 빈 강당에서 서로 수고했다며 인사를 하고는 원장 선생님이 선생님들끼리 회식으로 맥주라도 한 잔씩들 하라고 했다. 모두 흔쾌히 찬성하며 바로 맥주를 마시러 바로 향했다. 인당 10유로를 지원받기로 하고, 추가로 먹는 양에 대해서는 각자 계산하기로 했다. 보통 가게들은 500 ml (50 cl) 사이즈를 기본으로 파는데 이곳은 그 보다 작은 400 ml와 그다음으로 1L를 팔았다. 난 이 선생님들과 첫 회식이니까 분위기를 몰라서, 사람들이 시키는 것을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고르자 싶었다. 1L를 시키는 분들도 있기에 1L를 시켜도 될 것 같아서 맥주 1L로 시작했다. (난 맥주는 3L를 마신다.) 아주 아주 크고 묵직한 잔에 맥주가 한가득 나왔다. 보통 들어 올리듯 잡으니 무거워서 양손으로 잡아야 했다. 행사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조금 피곤함이 몰려오는 기분이었는데, 시원하게 맥주 한 모금 넘기니 피곤함도 함께 내려가는 듯했다.


행사 후 회식이라 그런지, 초반에는 주로 오늘 행사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다음번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피드백들을 주고받은 후에는 아무래도 서로 공통되는 내용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해서였다. 이 나라에 대해서. 나는 별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라서, 이 나라에서 최근에 큰 파업들이 자주 있는데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었다. 회식 자리의 사람들을 통해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보들을 얻게 된다. 현재 프랑스의 정년은 만 60세라고 했다. 정년을 만 62세로 올리겠다고 해서 그걸 반대한다고 사람들이 파업하는 거라고 했다. 한국이라면 정년을 늘려달라고 오히려 시위를 할 법한데 이곳은 더 일하기 싫다고 파업한다고 했다. 분명 이곳은 한국과는 많이 다른 나라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나보다 더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지냈던 사람들이라서 이곳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뭔가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제법 유익한 술자리인 거다.


무겁던 맥주가 어느새 잔이 비어가는데, 다른 분들이 더 마실지 어떨지 모르니 나는 또다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잔을 비우지 않기 위해 속도를 조절한다. 먼저 다 마신 사람이 맥주를 추가로 주문하기에 재빠르게 남은 맥주를 들이켜고는 저도요! 하고 나도 맥주를 추가로 주문한다. 옆 자리에 앉은 선생님과도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 굉장히 집중한 눈빛으로 내 얘기를 잘 들어주었다. 좋은 분이라 생각했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시고 논리적이며 똑똑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글학교에 매우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열정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항상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즐겁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가 저녁 7시부터 예약된 자리라 해서 약 3시간 정도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나오니, 한 선생님이 자기 집이 바로 근처인데 술 더 마시겠냐고 물었다. 웃으면서 말씀하셔서 진짜인지 장난으로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아무도 안 가는데 나만 가기는 조금 이상할 것만 같아서, 일단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 파악하고, 진심으로 묻는 건지 장난인 건지 확인을 했다. 난 그런 편이다. 가끔은 사람의 진짜 속 마음을 알기가 어려워서, 직접 대놓고 물어보는 편이다. 괜한 오해보다는 솔직한 편이 나으니까. 그러자 그분은 자기는 진짜만 얘기한다고 했다. 그래서 술자리는 거절하지 않는다고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자 6명 중에 2명만 집에 돌아가서 4명이 2차로 근처에 사는 선생님 집에 가게 되었다. 2차였다.


프랑스에서 연구실 사람들과 술자리를 종종 갖긴 했지만, 2차를 따로 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술자리는 항상 안주와 함께해서 그런지, 한 곳에서 한 후 다른 곳으로 옮겨 또 다른 분위기, 또 다른 안주와 함께 한다면, 이곳은 안주 없이 맥주만 마시다 보니 그냥 한 자리에서 죽치고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확실치 않다. 난 여전히 프랑스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 사람들만 모이니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어서, 언어 장벽 없이 맘 껏 내 생각을 애길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몰라서, 연구소 사람들과도 영어로만 대화하는데, 영어로 스몰톡에도 약하고 스피킹에 그렇게 자신 있는 편이 아니라서 (표현력 부족)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 못하는 편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된다.) 그렇기에 원래도 조용한 편이지만, 영어를 할 때는 나는 더욱더 조용한 사람이 된다.


한국인들이 만나서 프랑스에서 2차로 위스키를 마셨다. 아마 한국이라면 소주를 마셨을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 와서 와인보다 도수 높은 술은 처음 마시는 거였다. 난 소주는 싫지만 그보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오히려 괜찮다. 숙취도 소주보다 덜하고, 일단 위스키는 적어도 향이 있다. 맛이 없는 건 싫다. 이제 잡다한 주제들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진다. 사람들에 대한 얘기부터, 한국에 대한 얘기들이나 여러 얘기들에 대해 하게 되고, 그러다가 한글학교의 아뜰리에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다. 얼마 전 궁중아뜰리에라는 것을 하려 했지만 신청자가 너무 적어 무산됐다고 했다. 해당 아뜰리에에 대해 옆에서 조금 지켜본 바로는, 신청자가 적은 게 조금은 납득이 가는 가격대비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프로그램이었다. 전에 요리클래스를 하고 싶어서 노트에 혼자서 한식아뜰리에에 대해서 메뉴들을 적어놨던 게 있었다. 한 분에게 요리클래스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하며 보여주니 너무 좋다고 했다. 내가 만약 이 클래스를 하고 싶다고 하면, 옆에서 불어는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어가면서, 오래간만에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셨더니 급격하게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하품도 나왔다.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는 게 안전할 것 같았다.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인사를 하고는 회식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어로 편안하게 대화하며 술을 마시는 자리라서 맘이 편했다. 내 생각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다시금 생각했다. 언어가 부족해서라도 나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술자리에서 나눈 얘기였지만 한식 아뜰리에는 가능하다면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번 제안서라도 작성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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