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설맞이 포트럭
한글학교에서 보조교사로 봉사를 하면서 좋은 것은 새로운 한국인들을 만나게 된 점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이 도시에서 알고 있는 한국인은 같은 연구소의 동료 하나 (한국에서부터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 그리고 친구의 친구 소개를 통해 알게 된 한 명이 전부였다. 한글학교 선생님들을 알게 되어 어울릴 수 있게 된 점이다. 해외에 나와있으니 다른 외국인들과 어울려야 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다. 그저 맘이 맞는 사람이면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지 않나. 다만 경험상 문화적 차이, 언어적 장벽 때문에 외국인들과 그다지 가까운 사이가 되기는 쉽지 않더라. (하지만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분명 생기긴 했음!)
설연휴 전이었다. 하루는 원장 선생님이 집에서 새로 온 나의 환영회 겸, 이전 선생님 환송회로 포트럭을 하는 건 어떻냐고 제안을 하셨다. 어쩌다 보니 날짜라 설연휴에 딱 맞춰하게 되었다. 뭐를 요리해 갈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다들 한국 치킨은 못 먹은 지 오래되었을 테니, 한국치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미리 치킨을 사 왔다. 봉과 윙이 붙어있는 걸로만 팔기에 관절을 꺾고 직접 칼로 잘라 봉과 윙을 분리했다. 포트럭이 12 시기에 일요일 아침부터 튀김을 하기 시작했다. 내 치킨법은 간단하다. 튀김가루에 파프리카 파우더나 칠리파우더 같은 매콤할 파우더들을 살짝 뿌려준다. 그런 후, 먼저 물을 부어 걸쭉한 반죽을 하나 만들고, 다른 한편에 마른 가루를 준비해 둔다. 밑간을 해서 절여둔 치킨에 먼저 젖은 반죽을 입혀준 후, 마른 가루를 겉에 다시 묻혀서 준비한다. 기름을 달구고, 먼저 섭씨 14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7~8분 정도 치킨을 튀겨서 안까지 모두 익게 한 후 건져내 준다. 그런 후, 불의 세기를 높여 170도 정도가 되게 하고는 다시 한번 튀겨 골든색으로 예쁘게 튀김색이 나오게 하면 튀김 완성이다.
이렇게 후라이드만 해도 제법 바삭하고 치킨은 촉촉하다. 하지만 양념치킨을 해야 하지 않는가. 원래 교 X치킨 같은 간장양념과 빨간 양념을 반반하려 했는데, 빨간 양념을 위한 케첩이 냉장고에 없었다. 할 수 없이 간장양념만 준비하기로 한다. 내 간장양념 소스는 간단하다. 먼저 간장, 설탕을 넣고 끓여주면서 여기에 갈릭파우더 또는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매콤함을 위해서는 청양고추 같은 고추를 넣어준다. 나는 파리에서 사다 뒀던 동결건조 청양고추를 넣어주었다. 맛을 보고 달콤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올리고당이나 물엿을 넣어준다. 소스는 한번 바르륵 끓이면 완성이다. 이 날은 조금도 맛을 내기 위해 소스에 크리스피어니언 (튀긴 양파가루)를 같이 섞은 후, 치킨을 소스에 넣어 버무려주었다. 그런 후, 마지막에 파슬리 가루로 초록색 포인트를 주며 마무리했다.
트램을 타고, 원장 선생님 집을 향해 간다. 내가 워낙 외곽에 살고 있어서 제법 거리가 멀다. 도착해 보니 이미 세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만두를 빚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두를 빚고, 떡국도 끓인다고 했다. 만두를 함께 만들었다. 하나 둘 더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모여 만두를 빚으니 명절 느낌이 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우리 집은 명절에 만두를 빚진 않았다;;;) 한국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국어만 들리니 여기가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가물가물했다. 명절이지만 외로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만두를 빚고, 하나둘 챙겨 온 요리들을 상 위에 차려두기 시작했다. 제육볶음, 약밥, 소시지야채볶음, 김치전, 홈메이드 핫도그, 그리고 내 양념치킨과 내가 설맞이 만들고 남았던 등갈비찜. 이 외에도 방금 빚은 찐만두와 떡국. 한 상이 가득 차려졌다. 먹을 것이 한가득이었다. 먼저 식전주로 Crement를 마시고, 그런 후, 원장 선생님이 집에 보유하고 있는 와인을 계속 꺼내오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와인들을 계속해서 마시면서 와인들의 차이에 대해서도 조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요리가 다 맛이 좋았다. 내가 가져온 요리도 인기가 좋아서 조금 뿌듯했다. 치킨을 매우 잘 드시는 분도 있었고, 등갈비찜도 너무 부드럽다며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도 받았다. 역시 만든 요리는 내가 맛있게 먹는 것보다 남이 맛있게 먹어줄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 12시에 모였지만 계속 대화하며 먹고 마시다 보니 저녁시간이 되어갔다. 저녁에도 상에 남아있는 음식들을 계속 먹으며 와인도 계속 마셨다. 대화 주제의 대부분은 한글학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날이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하며 제대로 대화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모두 한글학교에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하게 되어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열정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 있고 보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