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한식을 그리워하는 한국 유학생을 초대하다.

떡볶이와 짜장면

by 이확위

반년 전쯤, 내가 있는 프랑스의 작은 중소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한인모임이 있었다. 내가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라서, 유학생들이 많이 없어서인지 한국인을 많이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한인모임에 가면서도 몇 명 없겠거니 하며 갔더니 아주 커다란 테이블이 두 개가 예약되어 있었다. 23명 남짓 모여서 한국인들 가득한 곳에서 오래간만에 한국어로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이곳에서 코로나도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여서 많은 유학생들이 다시 돌아왔고, 교환학생들도 오면서 다른 때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했다. 이때 내 앞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던 사람과 인스탕아이디를 교환하며 연락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학교를 마친 후, 전공을 바꿔서 이곳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 늦깎이로 시작했다고 했지만 당연히도 나보다는 어렸다. 친절한 친구라 그 후 줄곳 내 인스타에 내 요리들에 하트를 빠짐없이 눌러주었다.


2023년이 1월에 댓글로 한 번 가보고 싶다며 우는 이모지를 네 개나 붙였다. 놀러 오라고 말을 했다. 그런 후 한 달 뒤에야 정말 초대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누군가에게 요리해 주길 좋아하는 나는 물론이라고 말했다. 바로 날짜를 잡았다. 날짜가 다가오면서 아무거나 해주긴 뭐 하기에, 뭘 제일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떡볶이와 짜장면이라고 했다. 그렇게 메뉴를 정했다. 이틀 전에는 인스타로 몇 가지를 물어봤다.

1. 짜장면 위에 토핑은 오이 vs 완두콩

2. 떡볶이는 떡과 어묵만 넣은 순정 vs 양배추도 넣어서

3. 떡볶이에 치즈추가?

답변을 받고는 뭘 어떻게 준비할지 계획이 모두 세워져서 맘이 편해졌다.


이곳에 와서 짜장면을 몇 번 해 먹었는데, 항상 아쉬운 게 면이었다. 짜장면의 면은 약간 탱탱함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대부분의 면들이 칼국수나 소면처럼 그런 탱글함이 없었다. 아시아마켓을 둘러보다가 짜장면 면과 조금은 닮아 보이는 면으로 인스턴트 일본 라멘 누들을 발견했다. 약간 노란빛이나 둥글고 탱글해보이는 면이 짜장면 하기에 좋을 듯했다. 넉넉히 4 봉지를 사들고 왔다.

초대한 당일이 되었다. 7시에 오기로 했는데 퇴근을 하고 서둘러 집에 도착하니 6시가 되었다. 서둘러 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떡볶이를 준비한다. 물을 끓이면서 양념재료들을 넣는다. 고춧가루 2, 고추장 1, 설탕 2, 올리고당 1, 카레가루 1, 후추. 끓기 시작하면 떡을 넣어주고 좀 더 끓인 후, 어묵도 썰어 넣는다. 약불로 서서히 졸여준다. 그동안 계란도 삶아 준비해 준다. 손님의 요청대로 양배추도 넣어준다. 떡볶이는 이대로 끓여주고 막판에 계란만 넣어주면 끝이다.


이제 짜장면을 준비한다. 너무 간단하다. 어차피 볶음춘장을 쓸 거니까 말이다. 먼저 돼지고기를 볶아주다가 양파와 쥬키니를 넣고 볶아준다. 간장 1, 굴소스 1, 설탕 2, 춘장 2를 넣고는 볶아주고 물을 붓는다. 끓으면 조미료 미원을 살짝 넣어주었다. 준비해 둔 전분물을 넣고 빠르게 저어주면 짜장면 완성이다. 40분 만에 모든 요리가 다 끝이 났다. 이제 도착하면 짜장면 면만 삶고, 떡볶이에 녹인 치즈만 얹어주면 된다. 올 친구가 트램을 잘못 타서 예정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면을 삶는다. 새로 사 온 인스턴트 라멘 누들이 제발 괜찮기를 바라면서 빠르게 삶아내고는 짜장소스를 얹고 요청대로 완두콩 고명을 얹는다.


유학생 친구가 상차림을 보자마자 너무 좋아했다. 먼저 짜장면의 완두콩을 먹더니 완두콩조차 맛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 냉동이었다. 짜장면을 매우 잘 먹었다. 양을 정말 많이 줬는데 천천히지만 곱빼기를 넘어선 2인분의 양이지만 다 비웠다. 아쉽게도 떡볶이도 좋아했지만, 한국음식을 안 먹은 지 오래되어, 즉 매운 음식을 안 먹은 지 오래되어 떡볶이의 매운맛을 잘 견디지 못했다. 너무 매워서 얼굴이 빨개지고 물을 벌컥 들이켰다.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타지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다. 학생이라서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한국 식당을 가기도 어렵고, 요리를 못해 한식을 거의 먹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먹방 영상도 많이보고 인스타에도 요리 인스타들을 팔로잉하며 구경을 많이 한다고 했다. 계속 너무 좋다며 잘 먹어주었다. 그 모습이 따뜻하고 기분 좋았다.

초대손님은 완두콩 고명/ 나는 오이 고명이다


나는 이곳에 와서 크게 한국의 그리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한식을 요리할 수 있어서 생각나는 요리들은 거의 다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친구나 가족들이 생각날 때는 있지만, 한국에 있을 때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했었기에 그리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조금 힘든 날이면 언제나 퇴근길에 저녁으로 뭐 해먹을지를 생각하면 김치찌개나 미역국, 된장찌개 등 집에서 먹는 한식을 떠올리곤 집에 와서 요리해 먹곤 했다. 그런 게 마음에 안정을 줬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이 친구를 생각해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짜장면을 다 비우고 일어서니 너무 배부르다며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다음에도 초대한다고 인사했다. 우리 집 근처가 어두워 트램역까지 바래다주었다. 헤어지면서 너무 고마워하기에 그저 악수로 인사를 마치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른 사람을 배불리 먹이면 내가 배부를 때보다 기분이 좋다. 종종 사람들을 초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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