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분 요리를 위한 준비
한 주간 낮에는 연구실에서 해야 할 실험들을 진행했다. 진행이 더뎌서 보스와 마주치면 불편할 거 같았는데, 보스가 2주간 출장으로 연구소에 없었다. 맘이 한결 편해졌다. 긍정의 맘을 가지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금요일 저녁에 이 도시의 연구원 커뮤니티에서 한국의 날 행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기분이 좋던 시절에 제안했던 일이다. 아제르바이잔, 인도의 날 등 다른 나라를 주제로 한 행사에 참가했었는데, 한국의 날을 하면 내가 요리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주최 측 관계자인 연구실 동료에게 제안했다. 내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전에 한국의 날을 하면 내가 요리를 돕고 싶다고- 그렇게 이 행사가 계획되었다.
- 간장찜닭: 닭가슴살을 사용한 순살. 한국이라면 뼈 있는 것이나 닭다리살을 사용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닭가슴살을 선호하니 닭가슴살로 만들기로 했다.
- 제육볶음: 빨간 요리를 뭐로 할지 고민을 하다가 예전 연구실 친구들과의 포트럭 파티에서 인기가 않아던 제육볶음을 하기로 했다. 한국의 쌈 문화를 위해 상추에 고기를
얹어서 핑거푸드 형태로 제공하면 좋을 듯싶었다.
-김치볶음밥: 배를 채울 수 있는 밥 요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김치볶음밥을 결정했다. 생 김치보다는 볶음김치가 먹기도 수월할 테니까
-비건잡채: 잡채는 바로 정한 메뉴이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잘 알려져 있기도 했고, 고기대신 버섯을 이용하면 쉽게 비건요리가 되므로 잡채를 하기로 했다.
메뉴를 정한 후에는 30인분을 위해 장을 봐야 하니 재료들이 얼마나 필요할지 리스트를 작성했다. 모든 요리가 30인분인 것이 아니라 접시 하나에 뷔페식으로 메뉴들을 가져가는 형태라 한 명당 많은 양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연구실 동료가 요리를 도와준다고 했다. 행사는 6시 반에 시작이라서 우리 집에서 세 시간 요리하고 이동하면 좋을 것 같았다. 행사 전날 함께 장을 보기로 했다.
요리를 옮겨 담을 큰 통이 필요했는데 내 사비로 물건을 샀다. 요청해도 될 것 같지만 내가 편하자고 사는 거기에 그냥 내 돈으로 처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해 본 적에 없다 보니 양이 충분할지가 계속 걱정되었다.
디저트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매작과를 할까도 생각해 보다가 호떡이 생각났다. 예전에 언니가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언니의 프랑스 친구가 호떡에
빠져서 언니가 호떡을 엄청나게 만들어줬다고 했었다. 밀가루, 이스트로 한국에서도 호떡을 직접 만들어본 적도 있지만, 아시아마켓에 호떡믹스가 팔던 것을 기억했다.
퇴근 후 아시아마켓에서 호떡믹스를 샀다. 설탕믹스가 안에 들어있는데, 어쩐지 팥도 넣어서 팥호떡도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일본이나 한국말고는 콩을 달게 먹지 않기 때문에 팥을 이용한 디저트자체가 신선할 것 같았다. 당일에 요리하기엔 시간이 벅찰 것 같아서 미리 호떡을 만들어 냉동한 후, 당일 오븐에 데우기로 맘먹았다.
호떡 세팩을 뜯어 반죽했다. 손에 기름을 묻히고 반죽을 살짝 뜯어내어 설탕, 시나몬, 땅콩이 섞인 필링을 넣고 반죽을 둥글게 만들었다. 오므려준 부분이 팬 바닥이 향하게 하여 기름 둘러준 팬에 골든 빛이 나게 구워내 주었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굽다 보니 양이 제법 많았다. 한 시간이 넘게 호떡을 빚고 구워내야 했다. 2/3 정도를 설탕필링을 넣어 만든 후에는 단팥 통조림을 열어서 팥 고명을 듬뿍 넣어 팥호떡을 구웠다. 팥호떡은 먹어 본 적이 없기에 맛을 보니 단팥빵처럼 괜찮았다. 디저트 준비를 마치니 맘이 편했다. 당일에도 세워둔 계획대로 차근차근 요리하면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행사 전날이 되었다. 퇴근 후, 행사 주최하는 스트라스에어의 임원인 연구실 동료와 마트에 갔다. 미리 살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둬서 30분 만에 모든 장을 볼 수 있었다. 이 친구가 가져온 카드로 모두 계산을 마쳤다. 150유로 쓸 수 있는데 모두 사고 나니 110유로 가까이 나왔다. 모든 게 계획대로 잘 되고 있었다.
행사 당일에는 세 시간 안에 요리를 다 해야 해서 전 날 필요한 것은 모두 마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김치볶음밥을 위해 쌀 2kg 밥을 지었다. 대용량으로 냄비밥을 해 본 적이 없기에 600~700g 정도씩의 양으로 나누어 여러 번에 걸쳐 밥을 했다. 밥을 하고 나니 바닥에 누룽지가 남아서, 아까운 마음에 누룽지를 벗겨냈다. 이걸 튀긴 후 설탕을 뿌려도 디저트로 좋을 것 같았다. 미리 해둘까 했지만 어쩐지 행사 당일에 바로해야 맛있을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다.
요리에 쓰일 양파와 마늘의 양이 많아서 미리 껍질을 까고 준비해 두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다음날 행사도 모두 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계획만 잘 세우고 그대로 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