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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02. 2023

소박하지만 완벽한 한상, 김치찌개

김치찌개+계란말이+조미김=완벽

소박하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는 완벽한 한상을 차리라면 나는 김치찌개를 요리할 거다.


해외에 나오기 전에도 요리를 좋아하며 즐겨하곤 했지만, 혼자 김치를 담가본 적은 없었다. 한국에서는 엄마의 김장을 도와드린 적이 몇 번 있을 뿐이었고 직접 김치를 담가보진 않았다. 왜냐고 묻는다면 굳이-라고 답하리라.  김치는 어딜 가도 먹을 수 있고, 쉽게 살 수도 있으니 (엄마가 보내주시는 것도 있고-) 굳이 힘들게 김치를 담글 필요가 없었다.


우리 집 근처 걸어서 20분 거리에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아시아 마켓이 있다. 일 년 반 전, 이곳에 도착한 후 아시아마켓에 가서 한국 식재료가 한 코너를 가득 메우고 있고, 김치도 제법 많이 구비되어 있어서 놀랐었다. 하지만, 김치 반포기 한 팩이 10유로 가까이한다. 즉 김치찌개 혼자 한 번 끓여 먹으려면 최소 반 포기는 사용하니, 기본 식재료로 10유로를 사용하는 거다. 그렇다고 김치찌개를 김치만으로 끓이겠는가. 참치 또는 돼지고기도 준비해야 하니, 이곳에서 김치를 사서 찌개 한 번 끓여 먹으려면 절대 싼 게 아닌 거다. 김치를 사도 이렇게 찌개 한 번 끓이면 동이 나니, 그냥 마켓에도 파는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라. 한국인 친구와 함께 김치를 몇 번 담그기도 하고, 최근에는 혼자 집에서 김치를 담갔다. 나 혼자 먹을 김치고 기껏해야 배추 두 포기 정도만 하는 거라, 잘하려 애쓰지 않고 대강대강 만든다. 그래도, 어찌어찌 김치맛은 나니까 말이다.

김치를 담그면 항상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다. 얼른 맛보고 싶으니 말이다. 요즘은 날씨가 조금 따뜻해져서, 밖에 놔두면 금세 익어버리기 십상이다. 쉬지 않게 조금만 내두고 얼른 냉장고에 옮겨 넣어야 한다. 매일 김치가 익었나 확인을 하다가, 김치가 익은 걸 확인하고는 출근 전, 이미 퇴근 후에 먹을 저녁 메뉴가 결정되었다.


보통은 퇴근길에 마트에서 통삼겹살을 사와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이지만 참치 통조림이 남아있어서 참치로 찌개를 끓이기로 한다. 집에 도착하고는 바로 저녁준비를 시작한다. 기름을 살짝 둘러준 냄비에 김치를 넣고 살짝 볶아준 후, 물을 붓는다. 그런 후, 팔팔 끓여주기 시작한다. 나는 김치가 완전히 물러지는 정도까지 푹 끓인 김치찌개를 좋아하니 보통 최소 30분은 끓여주는 편이다. 찌개가 끓는 동안, 함께 먹을 것들을 준비한다. 냄비에 흰쌀밥을 안쳐두고, 곁들일 메뉴로 계란을 풀어 계란말이를 준비한다. 김치찌개는 계란프라이보다는 계란말이가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냥 내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식료품서랍에 고이 모셔둔, 조미김을 한 봉지 뜯는다.  


흰쌀밥을 그릇에 떠주고, 찌개를 옮겨 담는다. 계란말이도 먹기 좋게 잘라주고 한 상을 차려본다. 간단하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고 행복한 맛의 한 상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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