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가 먹고 싶었어요

귀찮아도 돈가스를 먹기 위해 튀긴다

한국에서 쉽게 자주 먹던 메뉴 중 하나는 돈가스 일거다. 돈가스 전문점이 아니고도 여러 식당들에서 돈가스를 메뉴에 올려두고 있어서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지내다 보니 돈가스를 먹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돈가스가 생각났다. 일 년이 넘도록 돈가스를 못 먹다니... 돈가스를 처음 먹은 어린 시절 이후 아마 처음이었을 거다.

돈가스는 밀계빵 (밀가루, 계란, 빵가루) 순서만 알면 준비는 아주 쉽지만, 튀김요리는 역시 튀김 온도 조절과 함께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한 조리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혼자 먹을 요리이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충 만든다. 한국이라면 내가 만드는 것보다 손쉽게 배달시키거나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게 편하겠지만, 여기서는 파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비쌀 거고) 내가 만들어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돼지고기 등심부위를 사 온다. 고기를 두드려줄 망치 같은 건 없어서 칼등으로 조금 두드려준다. 가볍게 소금, 후추를 앞, 뒤로 뿌려준다. 밀가루, 풀어둔 계란, 빵가루 순으로 골고루 입혀준다. 뭔가 아쉽다. 냉장고에 치즈가 많이 있으니 치즈 돈가스도 준비하기로 한다. 돼지고기를 칼등으로 더 두드려서 돼지고기를 좀 더 얇게 준비한다. 고기 한 장 위에 치즈를 얹고, 고기 한 장을 더 얹어 치즈를 감싸준다. 밀계빵을 입혀 튀길 준비를 한다.

기름을 달구고, 약간의 빵가루를 넣어 온도를 테스트한 후, 준비한 돈가스를 튀겨준다. 예전에는 기름을 아끼겠다고, 튀김재료들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기름을 어설프게 붓고 튀기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 제대로 된 튀김이 안되기에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와서 튀김을 할 때는 과감하게 넉넉하게 기름을 충분히 부어 제대로 튀겨내려 한다. 기름을 한번 쓰고는 버리게 돼서 항상 아깝다는 생각에, 튀김 요리는 가능하면 즐겁게 먹으면서 만족하려 애쓰는 편이다. (맛있게 먹은 만큼 기름이 덜 아까우니까-)

한국에 있을 때는 돈가스 소스를 마트에서 사다가 뿌려먹었었는데, 소스가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 먼저 버터를 녹여주고 밀가루를 넣어 볶으며 루를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간장, 케첩, 설탕을 넣어 함께 볶고 물을 넣어 뭉치지 않게 풀어준다. 함께 곁들일 샐러드로 양배추를 잘게 썰어 준비하고, 드레싱으로 케요네즈 (마요네즈+케첩)을 준비해 준다. 그릇에 튀겨낸 돈가스를 옮겨 담고, 직접 만든 돈가스 소스를 뿌려준다. 한편에는 양배추를 담고 케요네즈를 뿌리고, 그 옆에 통조림 스위트콘을 부어준다.

치즈돈가스의 치즈가 굳기 전에 얼른 치즈 돈가스를 반 갈라 한입 베어 물어본다. 돈가스소스를 위한 루를 만들 때 버터가 조금 과했는지 조금 느끼함이 과한 소스지만, 바삭하게 돈가스가 잘 튀겨져서 만족스러웠다. 한동안 못 먹었던 돈가스를 조금 먹다 보니,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한 캔 가져와 잔에 따라본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돈가스를 맛있게 먹고 있지만, 돈가스에 곁들이는 음료가 콜라에서 맥주로 바뀐 것에 내가 이제는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만족스러운 맛있는 저녁이었다.